[Dispatch=정태윤기자] "혹시 꿈을 찾고 있나요? 아니면 접고 있나요." ('꿈의 버스' 中)
멈추지 않는 꿈의 버스는 10년을 달렸다. 때론 목적지를 잃고 잠시 멈춰 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꿈의 정류장에 닿았다. 이곳은 끝이 아니다. 더 먼 길을 향한 정거장이었다.
데이식스가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줄곧 염원해 온 첫 야외 스타디움이다. 고척스카이돔, KSPO 돔에 이어 다시 한번 국내 밴드 사상 최초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번 무대는 데뷔 10주년의 정거장이자,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지난 10년간 발표한 노래와 가사를 통해 자신들의 여정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더 먼 길을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정말 여기까지 오는 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잘 버텨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10주년이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이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원필)
데이식스가 지난달 30~31일 경기도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 '더 데케이트'(The DECADE)를 열었다. 이틀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디스패치'가 그 마지막날에 함께했다. 180분 동안 30곡 넘는 무대를 쏟아냈다.
◆ Early days | 오늘이 오길 목 빠져라 기다렸어
최고기온은 32도의 무더위가 이어졌고, 비 소식도 예보돼 있었다. 공연장 800m 번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다행히 날씨는 도왔다. 해가 지자 비 소식은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첫 번째 섹션은 페스티벌 무드의 곡들로 달렸다.
설렘과 패기로 출발한 데이식스의 초창기가 떠올랐다. 시작은 메가 히트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멤버들은 꽉찬 경기장을 바라보며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멤버들은 줄곧 야외 단독 공연을 꿈꿔왔다. "오늘이 오길 목 빠져라 기다렸어"라는 가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데이식스도, 마이데이(팬덤명)도 기다려온 10주년에 걸맞은 완벽한 장소였다.
'녹아내려요', '해피'(HAPPY),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가 이어졌다. 야외 공연장에 빠질 수 없는 폭죽이 시작부터 터지며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 Mid stage | 너라서 난 흔들리지 않아
"시작은 위대했고 넌 자신이 있었어 / 이렇게나 힘이 들 줄 너는 몰랐어" ('마라톤' 中)
데이식스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평탄한 길만 걷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스24 무브홀에서 출발해 고양종합운동장을 채우기까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멤버들은 그 여정을 가사에 담아왔다. 지난 2018년 발표한 미니 4집 수록곡 '마라톤'부터 '좀비' 최근 발표한 '메이비 투모로우'까지. 두려움과 불안을 여과 없이 가사로 풀어냈다.
그 노랫말들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됐다. 이어 '반드시 웃는다', '유 메이크 미'(You make me)로 담담하지만, 힘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데이식스 만의 위로를 완성했다.
원필은 "야외 공연이 저희의 꿈이기도 했다. 여러분 덕에 10주년에 맞춰 올 수 있었다"며 "우리만의 페스티벌 느낌이 나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에 예스24 무브홀에서 첫 콘서트를 했습니다. 굉장히 작은 규모였어요. 그런데 10년 후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이 순간의 습도, 온도, 바람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어요." (원필)
◆ Turning the Page |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하자
마이데이가 가장 뜨거워지는 마라맛 구간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럽미 오어 리브 미', '워닝!', '스윗 카오스', '슛미'까지 강렬한 사운드의 곡들이 몰아쳤다.
마이데이는 "한곡 더"를 외쳤다. 원필은 "못 이긴다 못 이겨"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무대는 도운의 드럼으로 다시 시작됐다. 멤버들이 연주하고 마이데이가 노래했다.
성진은 "셋리스트를 짜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더라"며 "10주년이다 보니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세레나데 구간도 이어졌다. '어프레이드'(Afraid),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하자'가 울려 퍼졌다. '좋아합니다'에선 멤버들의 뜨거운 진심과 함께 화려한 폭죽쇼가 터지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 The DECADE | 난 계속 꿈을 꿔요
데이식스는 오는 5일 발표하는 새 정규 앨범 '더 데케이트'도 미리 공개했다. 가장 먼저 선보인 곡은 '디스코 데이'(Disco Day). 디스코 기반의 경쾌한 시티팝이었다.
'우리의 계절'은 다가올 10년을 정의하는 곡이었다. 앞으로도 어떤 시련이 와도 함께 견디고, 다시 맞이할 봄을 약속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살에는 바람이 갈라놓으려 해도 우리의 사랑은 변함없을 테니 / 몇년이 지나도 수백번 반복해도 우리의 계절은 영원히 흐를 거야" ('우리의 계절' 中)
타이틀곡 '꿈의 버스'는 잘하는 장르를 다시 꺼냈다. 경쾌한 밴드 사운드 위로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갈 미래를 노래했다. 꿈을 놓지 않고 달려나가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저 혹시 꿈을 찾고 있나요 / 아니면 접고 있나요 / 난 계속 꿈을 꿔요 / 지금 움켜잡고 있는 버스 손잡이처럼 흔들려도 비틀대도 / 꿈을 놓지 않을 거예요." ('꿈의 버스' 中)
"10주년이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원필)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