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유하늘기자] "그 태연이, 그 태연이 아니다?"
결국, 그 태연도 저 태연도 당황스러울 뿐이다. ‘소녀시대' 태연은 자신의 얼굴이 지역 축제 포스터에 쓰였다. 트로트 가수 김태연은 항의를 하기도 전에 손절 당했다.
문제가 터졌으나,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장수군청은 전주방송에, 전주방송은 섭외 담당 에이전시에 책임을 미뤘다.
사후 대처도 미흡했다. 사과문에는 '소시' 태연과 팬덤, 시민들만 언급했다. 트로트 가수 김태연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김태연은 2012년생으로, 13살의 미성년자다.
에이전시의 장담, 실무자의 과욕, 공무원의 회피. 이 3박자가 만든 최악의 코미디였다.
사건의 발단은 한 장의 포스터였다. 오는 9월 18~21일, 장수읍 의암공원과 누리파크에서 열리는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이 포스터가 지난 14일 공개됐고, 네티즌의 이목을 끌었다.
그도 그럴 게, 포스터 속 둘째 날(9월 19일) 라인업에 '소시' 태연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었다. 태연의 지역축제 참석은 이례적인 일. 장수군청 관계자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태연이 맞다"고 답변해 화제를 모았다.
알고 보니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14일 "태연은 해당 행사에 출연하지 않는다. (출연) 제의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장수군청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이날 첫 공식입장으로 "소시 태연이 출연 예정이었으나, 무대가 부득이하게 취소됐다"고 밝혔다. 섭외했고, 확정했지만, 취소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후 입장을 바꿨다. 지난 15일 "소녀시대 태연의 섭외가 최종 불발됐으나, 출연진 후보 명단과 포스터 시안이 외부에 유출됐다"고 정정했다. 온라인에 퍼진 포스터는 시안일 뿐, 최종 버전이 아니라는 것.
트로트 가수 김태연 출연설에 대해서는 '디스패치'에 "결과적으로 소시 태연, 트로트 가수 김태연 둘 다 출연하지 않는다. 김태연 쪽에는 섭외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장수군청은 "섭외는 지역방송(전주방송)에서 연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주방송에서 '소시' 태연이 출연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혼동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주방송 측도 변명에 급급했다. 해당 방송 관계자는 '디스패치'에 "에이전시를 통해 '소시' 태연을 섭외하려 했었다. 에이전시가 SM 관계자와 유대가 깊어, 스케줄을 확인했다. 당일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뒤늦게) 에이전시에서 태연에게 이미 다른 일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즉, 알아만 봤을 뿐 SM에 정식 섭외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포스터 역시 시안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공식적으로 SM 측에 태연 섭외를 요청하기 전, 장수군 측에서 기대감에 포스터부터 제작해 놓았던 것"이라며 "가상 라인업이었다"고 부연했다.
"해당 에이전시가 지난 2018년 레드벨벳의 섭외를 담당했습니다. (에이전시가) 이번에도 태연 섭외를 성공시키겠다고 자신해 가상 라인업에 태연의 이름을 넣었던 건데…." (전주방송 관계자)
그 사이, 트로트 가수 김태연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김태연은 출연을 공식적으로 확정했던 행사에, 출연 사실을 부정 당했다. 주최 측으로부터 공식 사과도 없었다.
소속사 측은 "공식 위탁 대행사를 통해 섭외 요청을 받아 확정한 것"이라며 "장수군청 측은 타 아티스트를 섭외하려다 불발됐고, 김태연 출연도 부정했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김태연이 이번 일을 겪으며 큰 혼란과 상처를 받았다"며 "한창 자신을 무대 위에서 진지하게 증명해 가는 시기에, 이런 당혹스럽고 무책임한 상황에 휘말리게 된 점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태연은 행사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이 혼란스러운 사안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최 측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장수군청의 태연 낚시는 허술했고, 무례했다. 두 아티스트와 팬덤 모두에게 실례였다. 심지어 사과 축제에, 사과도 없었다. (미성년자) 태연에게 상처만 남기게 됐다.
<사진=디스패치DB, 장수군청,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