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유하늘기자] "저희 드라마의 맛은, 느리게 걷는 맛입니다." (강하늘)
배우 강하늘과 고민시가 이색 로맨스물로 만났다. 국내 굴지의 식품 기업 후계자와 작은 레스토랑 셰프의 따뜻한 성장기를 선보인다.
자극적인 맛 대신, 천천히 스미는 로맨스를 그린다. 살아온 환경, 가치관, 요리에 대한 신념 모두 정반대인 두 사람이 담백하고, 짠내나지만 통쾌한 여정을 이야기한다.
지니 TV '당신의 맛'(극본 정수윤, 연출 박단희) 측이 8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강하늘, 고민시, 김신록, 유수빈, 한준희 크리에이터, 박단희 감독 등이 참석했다.
'당신의 맛'은 키친 로맨스다. 재벌 상속남 한범우(강하늘 분)와 지방에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모연주(고민시 분)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다.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15년 전 스태프로 일하던 시절, 맛집을 찾아다니던 기억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며 "그때의 기억으로 단편 시나리오를 썼다"고 회상했다.
한 크리에이터의 경험이 묻어난 작품이다. 등장인물도 친구들의 이름을 넣었다. 그는 "편집본을 보며 울컥할 정도로 개인적인 정서가 진하게 묻어있다"고 설명했다.
원안을 현재에 맞게 변주했다. 박단희 감독은 "한 크리에이터님의 따뜻한 사연과 실제 식당 사장님들의 사랑스러움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강하늘이 '한범우'로 열연한다. 그는 식품 회사 '한상'의 이사이자 1스타 파인다이닝 '모토'의 책임자.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레시피 사냥꾼'이 되어 작은 식당을 인수 합병한다.
강하늘은 그간 주변에 있을 법한 친숙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재벌 캐릭터는 거의 처음. 그 어떤 역할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우는 상대방을 깔보고, 무시한다. 자신의 파인다이닝에 3스타를 달기 위해 유명 맛집들의 레시피를 빼돌리기도 한다. '연주'가 운영하는 작은 레스토랑까지 접근한다.
그는 "인생에서 재벌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어려웠다"며 "'내가 만약 재벌이라면 이러지 않을까?' 하고 유쾌하게 접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시당하는 입장보다, 무시하는 입장이 더 어렵다"며 "말투나 톤을 열심히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더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민시는 '모연주' 역을 맡았다. 연주는 전주에서 파인다이닐 '정제'를 운영한다. 당일 구매한 최상급 재료만 사용하겠다는 확고한 요리 철학 탓에 식당은 점점 기울어간다.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그는 "사실 편하게 찍고 싶어서 (작품을) 선택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 가장 할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먼저, 요리를 배웠다. tvN '서진이네2'에서 인턴으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렸다. 당시 설거지와 채칼질로 기본기를 다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칼질을 배워 재미를 붙였다.
다음으로, 사투리 연기다. 고민시는 지난 2021년 KBS-2TV '오월의 청춘'에서 광주 사투리에 도전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고민시는 "현장에 상주하고 계신 셰프님들께 배우고, 촬영 전 미리 연습했다. 사투리 표현도 정말 집요할 정도로 공부했다"고 강조했다.
관전 포인트는 범우와 연주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 범우는 숫자와 전략으로 움직이며 레시피를 사냥한다. 그러나 진심으로 승부하는 연주 앞에서 번번이 실패를 맛본다.
팽팽하게 대립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방식에 반발하면서도, 어느새 상대방의 세계를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그 속에선 미묘한 감정이 피어난다.
실제 연기 호흡도 완벽했다. 고민시는 "오빠가 현장에 있으면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매일 데이트 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의 짐캐리"라고 치켜세웠다.
여기에 명숙(김신록 분)과 춘승(유수빈 분)이 감초 역할을 더한다. 고민시는 "범우는 짠맛, 연주는 매운맛, 명숙은 상큼한 맛, 춘승은 단 맛"이라고 비유했다.
박 감독도 "셰프, 재벌 2세, 국밥집 이모처럼 독특한 인물들이 한데 모여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며 "이 드라마의 맛은 캐릭터의 맛이다. 같이 향유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연주가 운영하는 식당 '정제'였다. 실제 음식점처럼 식재료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장독대, 가마솥, 텃밭 등으로 디테일을 살렸다.
박 감독은 "식당은 이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된다. 이 공간에 모인 인물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성장하는지, 이들의 변화를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장 평범한 밥상 위에서 가장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강하늘은 "'당신의 맛'이 주는 분위기는 느리게 걷는 맛"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은 짧은 흥미를 주지만, 차분함과 잔상, 천천히 스며드는 이야기가 오리려 오랫동안 곁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신의 맛'은 오는 12일 오후 10시 ENA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