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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통에 익숙해야 한다"…이혜영, '파과'의 조각

[Dispatch=김지호기자] "나 진짜, 어떡하지?"

촬영 내내 불안했다. 액션을 찍을 때마다, 부상의 연속이었다. 정형외과에 출근 도장을 찍어가며 촬영을 버텨냈다. 할머니 킬러를 연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고통이었다.

그가 매일 쓴 일지에, 고뇌의 흔적이 남아있다. 현장에서의 어려움, 자신을 괴롭히는 10가지도 넘는 상황들이 빼곡히 담겼다.

"주로 감독님 원망을 많이 했죠. 그런데 마음 한구석엔, 나의 이 원망이 마지막엔 미안함으로 바뀌길 절실하게 바라는 게 있더라고요. 그만큼 강하게 (조각을) 원했던 거에요."

그 강렬한 열망과 뼈를 깎는 노력은,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조각'으로 남았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할머니 킬러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파과'를 처음 봤어요. 아! 감독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원망했던 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웃음)"

배우 이혜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1963년생, 올해로 데뷔 44년을 맞은 베테랑이다. 60대의 나이로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의 주연을 맡았다.

※ 이 인터뷰에는 '파과'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이런 할머니, 안 하고 싶은데?"

60대 여성과 킬러, 흔한 조합이 아니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오래 고민하고 거절했다.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혜영은 "아무것도 상상이 안 됐다"고 회상했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는 거칠고 뻔한 대사 스타일이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 말투로 봐서는, 그런 것들이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자신을 '조각'의 자리에 밀어넣었을 때도, 낯설었다. "어? 난 이런 할머니는 안 하고 싶은데"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나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액션 영화다. 직접 로프를 타고,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맨몸으로 싸워야 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자연스레 딸려왔다.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2개였다. 먼저, (그럼에도) '조각'에게 끌렸다. "그 여자가 갖고 있는 파워가 궁금했다. 수수께끼 같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규동 감독에 대한 호감이다. "민 감독님 영화 중에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2008)를 좋아한다"며 "이 사람이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뮤지컬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배우를 시작했어요. '앤티크'를 보고 놀랐죠. 음악과 리듬이 살아있는 영화를 할 수 있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파과'를 이렇게 만들려나 하는 상상도 했고…."



◆ "조각은, 류의 환생 아닐까?"

조각은 외톨이로 살아가다 '류'(김무열 분) 가족을 만난다. 류는 조각을 킬러의 세계로 이끈 인물. 그는 방역업 도중 가족을 잃고, 복수하다 본인도 사망했다.

조각은 류의 복수를 하며 '손톱'에서 '조각'(짐승의 발톱)이 됐다. 28명을 싹쓸어 처리하며 업계 전설로 떠올랐다. 이후 오랜 세월 무감각하게 방역을 진행했다.

"조각은 손톱이 되기까지 그저 살아남기 위한 존재였습니다. 손톱이 되고 쓸모 있는 인간이 되며 류와 함께 했고, 류가 죽고 나서는 살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살아남았어요."

이혜영은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저는 (살아남은) 조각이 류의 환생이라 생각했다"며 "류가 부활한 게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됐다.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조각이란 인물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 여자가 살아갈 이유가 없어요. 조각이 (투우의 비극 이후에도) 결국 아직 이 상실은 견딜 만하다는 여유와 초월한 태도를 보이잖아요. 역시, 그녀의 힘은 수수께끼에요."

조각은 강 선생(연우진 분)과도 우연히 얽힌다. 강 선생이 부상을 입은 조각을 치료해준 것. 룰대로라면 목격자도 제거해야 하지만, 조각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 선생을 지킨다.

강 선생에게서도, 류의 흔적을 본 것. 이혜영은 "조각은 강 선생을 보며 류를 발견한다. 마지막에 조각이 강 선생을 향해 깊은 절을 하는데, 그 절 하나로 관계를 설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조각X투우를 만든 건, 김성철"

조각과 투우와의 관계도 특별하다. 조각은 오래 전, 사채업자 제거 임무를 맡았다. 가정부로 잠입해 열흘 가량 임무를 수행했다.

투우는 그 사채업자의 아들이다. 조각의 다정함에 마음을 열지만, 조각은 임무를 마친 후 사라진다. 지키지 못할 약속만을 남겼다. 투우는 조각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외롭게 걸어왔다.

단, 두 사람의 감정선은 서로 다르다. 투우는 전부 기억하고, 조각은 잊고 살다 천천히 떠올린다. 미묘한 신경전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되고, 끝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혜영은 "조각은 제거해야 할 아이(목격자, 어린 투우)를 실수로 살려뒀을 뿐"이라며 "나중에야 그 실수를 알고 해결하려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각의 감정은 딱 한 차례, 마지막에만 살짝 분출된다. 이혜영은 "조각의 감정 변화는 마지막에야 있다"며 "네가 날 죽이러 온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기 전까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그 관계를 만들어간 건 김성철이라는 것. 후배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 김성철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오는 저돌적인 청순함이 있다"고 호평했다.

"제가 현장에서 항상 '뷰티풀 성철'이라고 불렀어요. 김성철은 정말 아름다운 배우였어요. 조각이 성적 긴장감까지 불러일으킨다는 평까지 받은 건 전적으로 김성철 덕분입니다."


◆ "계속 다쳐도, 해야 했다"

액션은 어땠을까. 이혜영은 "모든 게 다 힘들었다"고 한숨지었다. "스턴트가 5바퀴를 구른다면, 저는 적어도 3바퀴는 굴러야 감정이 맞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액션에 있어 쿨하게, 기운을 빼고 해야 했어요.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거죠. 아플 때도 힘들 때도 조용하게요. 감정을 기술적으로 절제하며 순간적으로 액션을 해야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부상의 연속이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럽에 단신으로 뛰어들어간 신. 조직 보스에게 내팽개쳐지며 싱크대에 부딪혔다. 그대로 갈비뼈에 금이 갔다.

"이태원 촬영을 2박 3일 정도 잡아놓았던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그 때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신이었죠. 하필 그날 다친 거에요. 부딪치고 나니 숨도 못 쉬겠어서 소파에서 쉬다, 그냥 다시 찍었어요."

이혜영은 "결국 찍다가 갈비뼈 1대가 더 나갔다"며 "나중에는 몸만 망치고, 영화는 제대로 안 나오면 어쩌나 너무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폐건물 신도 하이라이트다. 이혜영은 "쪼그려 앉아 가는 장면 리허설을 한 번에 성공했다. 넓적 다리가 터질 것 같더라"며 "한번 더 하니 결국 무릎이 나갔다"고 털어놨다.

"체력의 노쇠함이 느껴졌어요. 뭐 하나만 해도 부상이었으니까요. 이를테면, 제압할 때 손에 힘줄이 나와야 한다고 해서 손에 더 세게 힘을 줬어요. 아이고! 또 정형외과를 가야 했죠."

◆ "민규동 감독을 통해, 또 배웠다"

이혜영은 홍상수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여행자의 필요'(2024), '탑'(2022), '소설가의 영화'(2022), '당신 얼굴 앞에서'(2021)….

그는 "홍 감독은 아예 대본이 없다. 아침에 그냥,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나간다. 정말 눈꼽만 떼고 나간다"면서 "그런데 민규동 감독은 완전, 강철 콘티다"고 강조했다.

"어떤 때는, 전날에 수정고가 3개 쌓여요. 그걸 다 보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그냥 나간 거죠. 대충 이런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하려 했죠. 그래서 민 감독님과 처음엔 굉장히 부딪쳤어요."

민규동 감독은 그런 이혜영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선배님. 대본 꼭 보시고 나오세요. 저희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정본대로 할 거라고 믿고 약속하고 나옵니다. 그런데 혼자만 안 하시고 나오면, 우린 못 해요." (민규동 감독)

이혜영은 비로소, '파과'의 '쓸모없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내가 쓸모있는 배우가 되려면, 민규동과의 이 프로세스에서 살아남아야겠다"고 결심했고, 타협점을 찾았다.

"조각은 옷을 입는 것부터, 걸어가는 것까지 모든 것을 제약받은 캐릭터입니다. '너무 귀엽게 하면 안 된다', '감정이 길다. 짧게 하라' 등 일일이 통치받고, 절제되고, 계산된 거예요."

◆ "배우는, 고통스러운 직업"

마지막 액션 신이 끝나고, 이혜영은 가장 먼저 눈물을 터뜨렸다.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해방감? 이혜영은 "신나고 좋아서 운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방향을 잃었어요. '왜 지금 끝났어! 가지 마! 난 더 해야 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울었죠."

이혜영은 "지금까지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 오로지 그 생각만 해왔다. 무사히 완수하겠다는 의지로만 달렸기에, 끝나니 허탈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쉽지 않은 일을 끝냈다. 44년 배우 인생에서도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혜영은, 그 고통에 대해 당연하다 말한다. "배우를 하려면, 고통에 익숙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사랑스럽냐고요? 저는, 모든 역할을 할 때 고통스럽고 괴로웠어요. 즐거워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처럼,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 배우를 하는 것 같아요."

이 '조각' 같은 배우는, 지금 그 고통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

"베를린에서 처음 개봉했을 때 정말 기세등등했어요. 쏟아지는 모든 게 칭찬 일색이었거든요. 이런 인터뷰 현장도 처음이에요. 세상이 바뀐 건가요? 아니면 제가 스타가 된 걸까요. 모르겠어요. (웃음)"

<사진제공=NEW·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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