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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바다에, 승선하라"…BIFF, 29번째의 밤

[Dispatch | 부산=정태윤기자] "아시아의 시선, 영화의 바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10일간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배우 안재홍과 박보영이 MC로 진행을 이끌었다.

예정돼 있던 태풍도 피해 갔다. 관객들은 선선해진 가을 날씨 아래 5,000여석을 가득 채웠다. 배우들이 레드카펫 위로 등장하자, 뜨거운 환호로 반겼다.

영화인들 역시 밝은 미소로 부산의 밤을 물들였다. 올해의 슬로건은 '아시아의 시선, 영화의 바다'다. 바다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제 영화의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 레드카펫 | 찬란한 출항

배우들은 환한 미소로 부산의 밤을 밝혔다. 당당한 걸음으로 레드카펫을 가로질렀다. 취재진도 쉬지 않고 플래쉬를 터트리며 열기를 더했다.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맞이했다.

먼저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설경구, 김희애, 장동건, 수현이 나란히 걸었다. 능숙한 시선으로 현장을 사로잡았다. 이정재는 혼자서도 레드카펫을 장악했다.

OTT팀들도 차례로 등장했다.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의 이준혁, 넷플릭스 '지옥2'의 김현주, 임성재, 김성철, 그리고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의 지창욱, 하윤경이 자리를 빛냈다.

'트와이스' 다현은 배우로 첫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스크린 데뷔했다. 김민주는 영화 '청설'로 영화제에 입성했다.

마지막은 개막작인 '전,란'팀이 장식했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은 깔끔한 수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크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 BIFF | 넷프릭스 '전,란'으로 도전

이번 BIFF에선 63개국의 224개 작품이 부산 전역에서 상영된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은 86편에 달한다. 전 세계 거장들의 신작과 신예 감독들의 다채로운 영화들, 그리고 특별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모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태풍도 영화제 때문에 물러갔다. 좋은 영화, 화려한 스타, 안락한 상영관 모두 채비를 마쳤다. 여러분만 올라타면 된다"며 힘차게 개막을 선언했다.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개막작 최초로 OTT 작품이 선정됐다. 그간 내세워온 독립예술 영화 대신 대중성을 택했다.

'전,란'은 대대로 무도인을 배출한 양반가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의 이야기다. 이들이 우정을 키우다 전란으로 서로 적이 돼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최초 공개됐다.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김상만 감독은 "사회 계급 시스템에 놓인 개개인의 이야기지만, 오늘날 관객들에게도 전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기대했다.

◆시상식 | 첫 카멜리아상

올해 신설된 카멜리아상도 시상했다. 까멜리아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샤넬과 함께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이들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첫 수상자는 류성희 미술감독이 됐다. 류성희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고지전', '국제시장', '암살', '헤어질 결심'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지난 2016년 영화 '아가씨'로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련된 미적 감각으로 관객들의 시네마 경험을 드높이는 데 기여했다.

류성희 감독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영화는)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그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며 "이 상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재능 많은 여성 영화인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시아 영화인상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돌아갔다. 영화 '큐어', '회로', '도쿄 소나타', '밝은 미래', '산책하는 침략자' 등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구로사와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지 40년이 됐다. 처음 부국제에 참석한 건 20년 전이다. 올해는 2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모두 BIFF에서 볼 수 있다. 제 영화 팬들과 처음 보는 팬들 모두 많이 즐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편안함에 이르렀길"

"지금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하나씩 새로운 숙제를 마주하고 차근차근 잘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선균)

한국 영화 공로상은 故 이선균에게 돌아갔다. 그가 출연한 필모그래피와 인터뷰 멘트를 엮어 추모 영상을 내보냈다. 객석을 비춘 화면에는 몇몇 배우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박보영은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이제는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처럼 편안함에 이르셨길 바란다"며 "공로상은 유족분들께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올해 BIFF에선 세상을 떠난 그를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故 이선균 특별전 '고운 사람, 이선균'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연다.

이선균의 대표작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기생충', 드라마 '나의 아저씨', 유작 '행복의 나라' 등이 상영된다.

한편 BIFF는 오는 11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과 시상식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이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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