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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객의 시간은, 소중하니까"…허준호, 연기도사의 자세

[Dispatch=김다은기자] "제 것은 다 내려놓고 대본에 쓰인 대로만 합니다. 작품에 있어서는 저만의 생각을 모두 없앱니다." (허준호)

작품을 위해 본연의 색깔은 철저히 배제한다. 대본을 받는 순간부터 말투, 눈빛, 걸음걸이, 성격까지 모두 바꾼다. 자신을 보러 온 관객을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배우 허준호는 반평생을 그렇게 연기해 왔다. 그의 연기 인생은 사람 허준호의 인생을 증명한다. 주어진 모든 것에 진심과 열심을 쏟는 삶이다. 

확고한 연기관 뒤에는 신인과 같은 열정이 숨겨져 있다. 그는 대본의 쉼표, 따옴표 하나까지 외운다. 새 작품, 캐릭터에 예의를 지키기 위함이다. 

"저는 연기 욕심이 많아요. 연기를 알아가는 과정이 여전히 흥분되죠. 새로운 작품으로 배우를 만나고 첫 신을 찍는… 그 모든 게 (가슴) 떨립니다."

허준호가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로 연기 장인의 진가를 발휘했다. 다음은 그가 '디스패치'에 전한 영화적 고민이다. 

◆ "천박사, 왜 나를 캐스팅했지?"

'천박사'는 판타지 서스펜스 퇴마물이다.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의 이야기다. 천박사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녔다. 그가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는 이야기다.

허준호는 악귀 '범천'으로 존재감을 빛냈다. 범천은 최강의 빌런이다.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사냥한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긴장감을 줄 수 있어야 했다.

김성식 감독은 연출을 맡은 순간부터 "범천은 오직 허준호!" 라고 외쳤다. 허준호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동시에 의아함도 들었다. 

"액션도 많고…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볼 것 같은데… 왜 나를? 그런 의문이 계속 들었죠. 저를 찾아준 건 너무 감사했지만, 의아했습니다."

물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천박사' 대본은 요즘 말로 시간 순삭. "작품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말이 되는 재미"라며 "천박사는 마지막까지 알찼다"고 설명했다.

◆ "범천, 사람과 귀신의 경계"

하지만 캐릭터 구축부터 쉽지 않았다. 범천은 사람도 귀신도 아니다. 그 경계에 서 있다. 그를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빙의 연기도 해야 했다.

"감독님께 범천의 목적을 물었더니 '설경'(천박사가 악귀를 가두려 만드는 부적)이라고 답하더라고요. '설경을 내 거로 만들자, 저것만 뺏어오자'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는 김 감독의 디렉팅에 더 기댔다. 그도 그럴 게, 범천은 철저히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인물. 허준호는 2~3가지 표현 방식을 미리 준비해 감독에게 들고 갔다.

"범천이 관객에게 너무 비인간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인간적인 표현이 더 나오길 바랐죠. 감독님께 '이것도, 저것도 해볼게요'라고 묻습니다."

허준호는 "우리가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스스로 어떤 모습인지 모른다"며 "나의 임무는 최대한 준비하는 것, 그다음은 (감독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허준호만의 색깔을 더한 범천은 어땠을까. 그는 최대한의 의견을 쏟아냈다. 단, 대본을 침범하지 않고자 했다. 레퍼런스, 분장 등 캐릭터 전반에 걸쳐 깊은 연구를 거듭했다.

허준호는 '절대 악' 그 자체인 범천을 완벽히 완성하고자 했다. 그는 먼저 '성경'을 먼저 펼쳤다. 악의 존재, 표현 방식 등을 고민했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이번에는 특히 구약을 참고했습니다. 구약은 전체가 전쟁 이야기입니다. 범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독자적이고 악랄한 인물 표현을 위해, 현장에서는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동료 배우들과 일부러 말을 나누지 않았다"며 "동원이에게도 현장에서 거리를 뒀다"고 회상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쓴 장면은 범천과 천박사가 만나는 신. "반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면서도 "소품, CG가 없는 세트에서 촬영하기 어려웠다. 감독과 많은 상의를 거쳤다"고 답했다.

◆ "액션, 하루 3시간 이상 운동했다"

허준호의 고민과 염려 덕분에 '천박사'가 탄생했다. 특히, 범천과 천박사의 결투 신. 그야말로 '천박사'의 백미 중 하나다. 화려한 CG와 함께 몰입도는 배가 된다.

그는 "찍으면서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전작 '사냥개들'을 촬영하고 있을 때부터 '천박사' 액션을 위해 몸을 준비하고 들어갔다"며 "하루에 3시간 이상씩 운동했다"고 돌이켰다.

힘들게 준비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범천의 뜨거운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 허준호는 "촬영할 때 거기까지는 상상을 못했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사슬 안에서의 내 모습에 뜨거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속상해 죽을 것 같았죠. 관객들이 영화관에 오가는 시간까지, 4~5시간을 뺏은 것이 죄송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최선은 다했습니다."

실제 17살 차이가 나는 강동원과는 격정적인 몸싸움을 펼쳤다. "이 작품 이후 주름이 늘었다"며 "40대랑 싸우는데 안 힘든 게 이상하다. 동원이가 또 길지 않냐"고 웃었다.

◆ "베테랑의 연기 철학"

허준호는 1964년생, 곧 환갑을 앞두고 있다. 37년이라는 긴 시간, 인생의 반을 연기자로 살았다.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감독님을 좀 귀찮게 하는 타입입니다. 대본을 자주 보면, 글 안에 그림이 펼쳐지거든요. 상상이 바로바로 돼요. 그리고 감독님에게 달려가죠. 감히 제가 (영화를) 찍어 보기도 해요. 하면 할수록 (욕심이) 더 생겨서 미안해요."

연기를 향한 열정만큼, 확고한 작품 선정 기준이 있었다. 허준호는 모든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버린다고 강조했다. "내 생각을 없애고 한다"며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담담히 이어갔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모두를 내버려 두고 기도해요. 작품을 대할 때 '내가 이거 해야 해!'가 없습니다. 작품도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눠서 같이 선택해요. 제 판단은 이제 나이가 들었더라고요."

지나온 연기 인생을 돌이키며 연기관도 나눴다. 그는 "오랜 습관에서 나오는 것을 없애려고 한다"며 "늘 연습이 우선이고 기본이다. 한 번 할 수 있는 것 3번 하면 더 좋고, 30번 하면 더 좋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을 '천박사'로 지칭했다. "천박사는 해결하러 다니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못 하지만, 해결하는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보러 온 이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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