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정태윤기자] 음악평론가 6명을 (따로) 만났다. 강일권, 김학선, 김도헌, 이대화, 정민재, 황선업, 그들과 나눈 대화 시간은, 총 412분이다. 약 7시간 동안 이번 사태를 논했다.

대략적으로 5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우선 유희열 표절 논란은 빠질 수 없었다. 다음으로, '레퍼런스' 시대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레퍼런스는 작곡의 방식일까, 아니면 표절의 포장일까.

유튜버가 제기하는 (합리적, 혹은 악의적)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태도도 짚어봤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음악이 나아갈 방향도 모색했다. 음악인, 그리고 대중의 자세에 대한 담론이다.

'디스패치'가 6명의 평론가와 나눈 대화록은 A4지 42장 분량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가감없이 옮겼다.

디스패치 : 서태지의 별명은 '문화 대통령'이다. 실제로 그의 등장은, 충격이자 혁명이었다. 트로트와 발라드로 양분된 가요계에 '난 랩이란 장르를 알아요'라며 (막힌 귀를) 뚫어 버렸다.

하지만 서태지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따라쟁이 vs 문익점. (유행하는) 팝 음악을 자기 창작물로 포장했다는 비난, (유행하는) 팝 장르를 자기 방식으로 재창조했다는 감탄, 이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난 알아요 vs Girls You Know It's True', '우리들만의 추억 vs King of Rock', '교실이데아 vs Pass the MIC', '컴백홈 vs Insane in the brain'...

서태지는 이런 논란에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사이프러스 힐의 창법을 따라 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다. 레퍼런스를 삼은 게 사실이다. 그게 표절이냐? 당연히 아니다. 갱스터랩 중에서 게토 힙합이라는 장르가 있다. 사이프러스 힐이 선구자다. 갱스터랩에 전문 지식이 없으면 '와~ 똑같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을 안다면) 비트나 멜로디, 베이스 라인이 어떤 부분이 같은지 귀 기울여 들어봐라. 결국, 장르적 흡사함이라 말할 수 있다. 내가 사이프러스 힐에게 빌려온 건 목소리 톤이고, 이렇게 부르지 않으면 컴백홈을 게토 뮤직이라 말할 수 없다." (이문세 '별이 빛나는 밤에' 1995년)

서태지가 강조했던 '레퍼런스'. 그리고 유희열이 해명했던 '유사성'. 이는 표절 논란의 인트로와 같다. 평론가의 생각을 들어보자.

이대화 : 레퍼런스는 작곡자들 사이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어떤 풍의 노래를 만들어볼까?"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자. 어떤 풍이라는 게,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위켄드 풍을 만들어보고 싶어"라고 말하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느낌을 찾고 새롭게 창작하는 것. 그게 레퍼런스다.

강일권 : 1990년대는 레퍼런스에 관대했다. 아니, 어느 시대에도 레퍼런스가 문제 되진 않았다. 다만, 과도한 레퍼런스는 문제다. 일부 작곡가는 (작곡) 프로그램을 깔고 그 위에서 조금씩 바꾸기도 했다. 창작자로서 부끄럽다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레퍼런스를 관행처럼 여겼다. 얼마나 더 팝~스럽게 구현했는지가 중요했던 (흥행의) 잣대가 되던 시대였다.

김학선 : '레드 제플린' 1, 2집에는 공동 작곡가가 많다. 곡 발표 이후에 등재됐다. 당시에 레드 제플린은 블루스의 관행적인 표현이나 패턴을 따다 썼다. (레드 제플린이) 유명해지니까 블루스 뮤지션들이 소송을 걸었다. 윤종신의 '환생'처럼 그 장르(슈가팝)의 관행이나 패턴, 클리셰가 있다. 지금(스트리밍 시대) 레드 제플린이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난리가 났을 것이다.

정민재 : 대중문화의 역사가 그렇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했다. 우리 음악 자체가 영국, 미국, 일본, 유럽 음악 등을 들여오면서 발전했다. 여기에 우리 가락과 정서가 섞여 대중가요가 나왔고 결국 K팝으로 이어졌다. 레퍼런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항상 있다. 원래 대중가요라는 게 유행을 선도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따라가는 것이다.

김도헌 : A가수의 노래는 B가수의 것, C가수의 노래는 D가수의 것과 닮았다. 그렇다고 표절인가? 아니다. 그만큼 비슷한 노래가 많다는 이야기다. 1990년대 활동한 아티스트 중에 레퍼런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논의는, 레퍼런스 활용의 범위로 옮겨가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도 되느냐'를 따지는 게 핵심이다.

황선업 : 음악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게 있을까? 요리에 비유해보자. 다른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판다한들 그것을 베꼈다고 하진 않는다. 개인의 성향과 성격, 철학 등이 반영돼 그 맛과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음악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던 재료를 얼마나 잘 요리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느냐의 문제다.

황선업 평론가는 최근에 읽은 한 시부야계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첨부했다. (시부야계는 1980~1990년대 일본의 창의적인 음악조류로 평가된다. 이를 주도했던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제가 만들었던 곡은 들었던 음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중략) 음악을 만들지만 음악 소개인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악곡으로 메인스트림 음악을 넘어서야겠다는 마음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渋谷系狂騒曲' 中)

6명의 평론가는 "음악은 레퍼런스를 통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90년대 한국뿐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나라의 음악인들이 그렇게 음악을 발전시켰다는 이야기다.

디스패치 : 이제, 유희열 이야기다.

그는 '음악도시'(1997~2001)와 '올댓뮤직'(2002~2004), '라디오천국'(2008~2011) DJ였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니 쉽게 들을 수 없는 곡들을 소개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 지상파 라디오에서 시부야계 음악을 소개할 정도였다.

유희열은 수많은 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사카모토 류이치, 쿠루리, 조동익, 펫 메니스, 에릭 사타, 윤상 등)을 소개하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의 6집(Thank You) 수록곡 '나는 달' 설명에도 (친절히) 써놨다.

"쿠루리처럼 거칠게 가볼까도 했는데 아직은 소심해서 속도감만 담아봤네요."

하지만 지금, 유희열은 '레퍼런스'에 발목을 잡혔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것. 아이러니하게도 유희열이 열심히 소개했던 그 곡들이 (표절) 비교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

이대화 : 레퍼런스와 표절은 결국, 정도의 차이다. 레퍼런스 창작 방식을 부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음악은 자기 취향에서 오는 것이다. 이 취향이라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혹은 어디서 들은 노래에서 연유한다. 당연히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김학선 : 나는 레퍼런스를 관대하게 보는 편이다. 이병우의 '자전거'를 들어보자. 펫 메스니를 좋아해서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난 그 어떤 팻 메스니 곡보다 '자전거'를 더 좋아한다. 누군가를 레퍼런스한 음악이 이처럼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포텐이 터져 자기 음악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황선업 : 지금의 K팝에도 레퍼런스 활용은 흔하다. '아 이 곡을 참고했구나' 하고 단박에 알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음악은 원래 레퍼런스를 통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지, 아니면 한없이 게으른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유희열 사태는 어떻게 봐야할까. 먼저 김학선 평론가의 이야기다.

김학선 : 서태지와 아이들도 (찾아보면) 비슷한 곡들이 많다. 그래서 문화 대통령은 과한 수식어다. 그 당시 해외 음악 트렌드를 잘 가져온 감각있는 뮤지션으로 보면 된다. 유희열도 마찬가지다. 그를 '광기 어린 천재'(윤종신이 그랬다)로 생각하면, 괴리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냥 레퍼런스를 잘 흡수한 뮤지션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강일권 : 유희열은 모티브가 될만한 음악들을 지속적으로 레퍼런스 삼았다. 레퍼런스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과하면 표절과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유희열은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돼 왔다. 대중은 본인의 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로 평가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레퍼런스 음악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의 비판은 일종의 배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대화 : 레퍼런스는 다양한 창작 방식의 일종이다. 그 방식을 부정해선 안 된다. 다만, 유희열의 경우 (레퍼런스) 작업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강했던 것 같다. 레퍼런스에 대한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가지고 있던 게 아닐까. 그러다 보니 여러 곡이 도마 위에 올랐다. (레퍼런스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던 것 같다.

평론가와의 대화는, 자연스레 표절 여부로 넘어갔다.

황선업 : '아주 사적인 밤'의 경우, 일부 부분에서 (표절) 의혹을 받을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카모토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유희열 사태는, (원작자가 아닌) 대중이 표절을 강요하는 상황에 가깝다. 실제로 표절 제기 자체가 억지스러운 곡들도 많다.

왜 그럴까? 황선업 평론가의 생각을 조금 더 들어봤다.

황선업 : 젊은 시절의 추억을 수놓고 있던, '토이'다. 배신감이 분노로 환원된 것 같다. 여기에 사과문도 적절치 못했다. (실제로 유희열은 '레퍼런스' 대신 '무의식'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과거 방송에서 했던 행동이나 발언을 되돌아보면 조금 나태하고 경솔한 측면도 있다. 지금의 손가락질이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정민재 : '아주 사적인 밤'? 메인테마가 유사하다. 그렇다고 카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 전혀 다르다. 표절로 볼 근거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내 귀에 비슷하니 표절'이라고 단정짓는다. 물론 대중가수에겐 대중의 반응이 중요하다. 악보상 겹치지 않아도 대중이 유사하게 느끼면 표절이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도헌 : 유튜버들이 표절 의혹곡을 쉽게 찾아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희열이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곡들만 가져오면 되니까. 실제로 유희열은 1990년대부터 쭉 레퍼런스에 대해 말했다. 그렇다고 그의 모든 음악을 매도할 수 있을까. 유희열 사태가 과도하게 흐르는 경향이 있다.

디스패치 : 유튜버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전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a.k.a 양평이형)의 이야기를 옮긴다. 지난 2014년, 김학선 평론가와 나눈 인터뷰 일부를 발췌했다.

장기하 : 기본적으로 하늘 아래 새로운 음악은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우리라고 레퍼런스가 왜 없겠나. 음악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뿌리를 따라 하느냐 줄기를 따라하느냐 가지를 따라 하느냐의 문제다. 가지를 따라하면 표절이 되는 거고, 줄기를 따라하면 아류가 되는 거고, 뿌리를 따라 하면 그냥 영향을 받은 거라 생각을 한다.

하세가와 : 되게 좋은 말인 것 같다. 듣는 분들 얘기도 하자면, 나무를 하나만 계속 보고 있으면 다들 되게 비슷해 보이게 된다. 다섯 개 나무를 보는 것과 열 개 나무를 보는 것과 백 개 나무를 보는 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몇 개의 나무를 본 거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하나의 나무만 보는 사람이 비슷해 보인다는 얘기를 더 많이 한다. 난 천 개, 만 개의 나무를 봤기 때문에 오히려 나무야 닮은 부분이 있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웃음) 이미 나올 건 다 나왔고 앞으로 더 나올 게 있냐고 생각해봤을 때 절망적으로 말하자면 '70년대 이후로 록 음악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일부 유튜버들은 미디(MIDI)로 사운드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서로 부딪히는 탑노트를 뭉개고, 템포를 조정하고, 곡을 리믹스했다. 그들은 표절 렉카였고, 대중은 조작된 사운드에 귀를 기울였다.

정민재 : 일부 유튜버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속도를 조절해 붙인 뒤, 2~3초간 들려주더라. 순수한 의혹 제기는 환영한다. 다만, 이런 식이면 비슷하게 들리는 노래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언론이다. 실제로 한 뉴스 방송에서 (유튜버가 만든) 속도 조절 '아쿠아'를 그대로 틀더라.

김학선 : 일부 유튜버들이 곡을 메시업(mash-up)해서 편집했다. (매시업은 두 곡 이상의 음악을 섞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행태 자체가 너무 악의적이다. 그렇게 편집하면 표절처럼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들의 표절 의혹 제기는 오히려 논점을 흐리게 만든다.

강일권 : 코드만 비슷해도 두 곡을 이으면 유사하게 들린다. 예를 들어, A곡에 B곡의 보컬을 얹는 방식으로 올라온 영상도 있다. 이건 옳지 않다. 그걸로 표절을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단, 아티스트들이 분명 그만한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부 곡은 (레퍼런스 수준을 넘어) 표절 의혹이 벌어질 수 있는 경계에 있다.

김도헌 : 왜 대중이 화가 났는지 인과관계를 살펴야 한다. 유희열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해피버스데이' 등 몇몇 곡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대중은 유희열을 좋아했기에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유희열은 이제까지 이렇게 먹고 살았네"라는 식의 결론을 도출하는 건 위험하다. 음악적인 논의로 이어지면 좋겠다.

김도헌 평론가는 애드 시런이 법정에서 한 말을 보탰다.

"유명세를 위해 내 노래를 표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점이 우려된다"

이대화 : 유튜버가 올린 비교영상이 표절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일부 영상은 과도하게 짜깁기를 했다. 반대로, (또) 일부 영상은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해피버스데이'는 제목과 가사까지 같지 않은가. 2~3초만 비슷하다? 몇 초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례로, 피아노 연주곡의 경우 처음 제시하는 주제는 곡의 척추이자 심장이다.

디스패치 : 그래서 다시 한 번, 표절일까.

유희열은 현재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내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저는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입니다."

황선업 : 표절은 원작자의 의견이 중요하다. 사카모토의 (사적) 메시지를 읽었을 때 본인의 창작관이 투영된 답변으로 보였다. 그 역시 많은 음악을 자양분으로 삼아 발전했다. 그는 유사성을 제외한 부분을 (또 다른) 창작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표절은 제 3자가 주관적 판단으로 내리는 게 아니다.

이대화 : 사카모토는 표절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은 그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다. 심리적 여유가 없지 않겠냐고 짐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유희열은 '무의식'이라는 단어를 해명에 썼다. 대중은 이를 믿지 않는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정황상,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일권 : 유희열은 과도하게 레퍼런스를 삼았다. 표절로 낙인찍는 건 안되지만, 유희열이 지금까지 받아온 크레딧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사실 그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양심에 맡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우리는 그의 양심을 알 수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정민재 : 레퍼런스 허용 범위는 법적 근거를 찾기 쉽지 않다. 해외도 다를 바 없다. 원작자가 비슷하다고 주장하면 협의해야 한다. 샘 스미스도 그랬다. '스테이 위드 미'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톰 페티의 '아이 원트 백 다운'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사성을 인정했고, 로열티 12.5%를 떼줬다.  

무의식적 표절도 표절일까.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은 '마이 스위트 로드'(1970)로 표절 소송에 휘말렸다. 그는 "더 시폰스의 '히즈 소 파인'(1963)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리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 처음으로, 무의식적인 표절(Subconscious Plagiarism)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무의식이라 할지라도 저작권을 침했다는 것.

김도헌 : 법적으로 (레퍼런스 등에 대한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있다. 그 부분만 피하면 되니까. 결국 도덕적 양심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표절은 법의 문제이기 전에 양심의 문제다. 유사성? 정답은 본인들만 알고 있다. 다만, 이렇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화 : 문제는,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대다. 앞으로 이런 논란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뮤지션들은 당하고만 있어야 되나? 해결책이 없다. 창작자 스스로 끊임없이 검열하는 수밖에.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학선 : 그렇다. 창작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오직 새로운 것으로만 창작하라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과거 조동익이 1994년 '동경' 앨범 인터뷰에서 "펫 메스니를 너무 병적으로 좋아해서 이제 작별해야겠다"며 그의 스타일을 음악에 담아 발표한 앨범이 있다. 우리가 정말 추앙하는 뮤지션들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만들어왔다. 레퍼런스를 너무 죄악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일권 : 김태원이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 "평소에 음악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법이 될 순 없다. 귀 막고 음악 해도 비슷한 곡은 나올 수 있다. 결국 법적인 제도가 나와야 한다. 그 이후에 아티스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강일권 평론가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래퍼런스의 범위를 정한다? 말도 안 됩니다. 창작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양심에 맡긴다? 이 역시 답은 아닙니다. 법적인 테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는 있습니다. 그 이후, 논란을 매듭지어주는 건 법에 맡겨야 합니다.”

덧붙였다. 

“물론 강력한 법이 제정되어도 표절 논란의 대부분은 국외 아티스트의 곡과 관련돼 있습니다. 실질적인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음악계 내부에서 표절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외처럼 법조계에서도 대중음악 표절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게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평론가 6명의 입장을 한 단락으로 정리했다.

레퍼런스는 죄가 없다→ 문제는 레퍼런스를 어떻게 활용하냐는 것→ 유희열은 레퍼런스를 즐기는 아티스트다→ 해체하고 조립하는데 능했다→ 그렇다면 표절 작곡가인가→ 일부 유튜버들의 (악의적인) 짜깁기 영상이 사태를 부추겼다→ (억울한 부분까지도) 유희열이 감당할 몫이다→ 일부 빌미를 제공한 것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의 모든 커리어를 부정해선 안된다→ 유희열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음악을 만드는 모든 아티스트의 숙제다.

<사진출처=서태지컴퍼니, 유튜브, 안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