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SBS-TV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속 한 장면.

살해당한 여아의 시체 일부가 여관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긴급 출동했고, 최윤지 기자가 발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외쳤다.

"제 정보통 확실합니다. 단독이에요!" (최 기자)

송하영(김남길 분) 경위가 최 기자를 목격했다. 전화기를 뺏고, 싸늘하게 "공무집행 방해하는 거다. 이 사람 막아달라"며 "단독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래도 최 기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특종과 자극적인 내용 대신,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가 낸 기사의 제목은 <반성 없는 범인, 반성 없는 사회, 반성 없는 언론에 눈물 흘리는 유가족들>.

송하영이 이 기사를 읽었다. "제법이네"라고 미소 지었다.

이 신념 있는 기자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은, 공성하(30)다. 그는 '악의 마음'의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등 쟁쟁한 선배들 옆에서 제 몫을 해냈다.

그는 어떤 배우일까? '디스패치'가 최근 공성하를 만났다. ‘악의 마음’을 함께 회상했다. 그의 연기 인생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었다. 

◆ "배우는, 도전의 연속이니까"

공성하는 자신을 "도전적인 성격"이라 정의했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30년 인생은 참 다채롭다. 사물놀이, 사진, 연기….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청춘을 채웠다.

"어린 시절 사물놀이를 오래 했어요. 대학에선 사진을 전공했죠. 1학년 말 때쯤 연기에 호기심이 생겨서 수강 신청을 해 봤어요. 22살 땐 독립영화 '단발머리'(2014)에도 참여했어요."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는 "저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학교를 다니며 사진에 더 집중했다"며 "뉴욕으로 6개월 간 훌쩍 떠나기도 했다. 많은 실험을 하며 살았다"고 설명했다.

공성하가 배우의 길을 택한 건,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출연을 시작했다. 이후 '특별시민', '악인전', '선물' 등 상업 영화에 조금씩 얼굴을 드러냈다.

왜, 연기일까? 공성하는 "(제가) 도전적이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배우는 항상 새로운 걸 마주하는 직업이잖아요? 어느 순간 '아! 연기가 내 천직이구나' 하고 깨달은 것 같아요. 연기가 제 성격과 잘 맞는다는 확신이 생겼죠."

◆ "도전적인 최 기자, 매력적이었다"

연기 경력 5년 차. 공성하는 열정이 넘친다.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보고 있다. 작품이 좋다면, 작은 역도 상관없다. 그렇게 '악의 마음'이 운명처럼 찾아왔다.

공성하가 맡은 '최윤지'는 인터넷 신문사의 신입 기자다. 늘 사건 현장을 맴돌고, 기사를 고민한다. 자극적인 이야기보다, 자신이 직접 취재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그런 최윤지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 공성하는 "윤지의 당차고 도전적인 성격이 저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욕심이 생겼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메시지에 매료됐다. 그는 "원작을 정말 단숨에 읽었다. 사건뿐 아니라 주변의 2차 피해까지 묵직하게 다가왔다. 정말 참여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오디션을 본 당일 합격 소식을 들었어요. 처음엔 안 믿겼습니다. 이런 훌륭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니…. 그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잘 끝내 놓고 좋아해야겠다고 결심했죠."

◆ "원작에 없던 캐릭터, 고민하고 준비했다"

최윤지는 드라마 버전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다. 원작엔 없다. 공성하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활기차고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캐릭터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역할을 분석할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한 감초 캐릭터가 아니었던 것. 실제 연쇄 살인범 유영철, 정남철, 강호순 등을 생각하니 한층 마음이 무거워졌다.

"막연히 밝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당시 시대 상황을 공부하고, 그때 영상과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기자들이 직접 쓴 에세이와 영상도 많이 봤어요. 실제 사회부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도 했죠."

납득이 가지 않는 신은, 용감하게 의견도 냈다. <3회> 최윤지가 언론 브리핑실에 들어가는 신이다. '작은 매체의 신입 기자인데 가능할까?'는 의문점이 들었다.

"그 장면에 대해 기자 분들한테 직접 물어봤어요. 그런데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것으로 수정해주셨어요."

소품도 직접 구상했다. "기자 분들은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시더라”며 "미술팀에서 그 시대 느낌으로 제작해주셨다. 정말 기자가 된 것처럼 매일 들고 다녔다"고 미소 지었다.

◆ "김남길·진선규·김소진…현장은 최고의 학교였다"

공성하는 12부작 드라마가 처음이다. 그만큼 현장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았다. "제가 준비를 정말 많이 해 가는 편이다"면서도 "그런데 현장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더라"고 털어놨다.

"대본을 넘어, 현장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대본이 다가 아니구나 깨달았죠. 그때부터는 현장의 작은 포인트도 하나하나 놓치기가 싫어졌어요. 너무 배울 것이 많아서요."

그래서, 촬영장에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자신의 촬영 스케줄이 없어도 괜찮았다.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김원해, 이대연….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관찰하며 공부했다.

"사실 선배들과 맞붙는 신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너무 좋았던 건, 제가 현장에 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대본이랑 선배님들의 연기를 비교하며 열심히 관찰했어요. 학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악의 마음'은 끝났지만, 공성하는 처음부터 다시 드라마를 재생한다. "제가 길게 작업한 작품은 처음이다. '악의 마음'을 다시 보면서 제 연기를 점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공성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그동안은 제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배우로서 알차게 갈고닦으려 해요. 조급한 건 없어요. 갈 길이 멀거든요. 제가 연기한 최 기자처럼, 소신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연기하겠습니다."

<사진출처=더웨이컴퍼니,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