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길어질지 몰랐다.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약 2년 반, 864일 만에 만났다. 멤버들도, 팬들도 서로를 눈에 담기 바빴다.

"그때 파이널이 진짜 파이널이 될지 몰랐습니다."(슈가)

방탄소년단은 2020년 10월 잠실 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커 유어셀프 - 더 파이널'을 진행했다. 이후 코로나 여파로 더 이상 공연을 열지 못했다.

2022년 3월 10일. 방탄소년단이 잠실 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을 개최했다.

멤버들의 얼굴엔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묻어났다. 오랜만의 대면 공연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비록 아미의 함성은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뜨거웠다.

"마치 데뷔 초, 처음 팬들 앞에서 공연하는 기분이 드네요. 이 감정 그대로 집중해서 멋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제이홉)

이날 약 1만 5,000명의 팬들이 모였다. 공연 규모는 1/3 수준으로 축소 됐지만 팬들의 열정은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 빈 객석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열기로 가득 채웠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했다. '디스패치'가 이들의 재회를 함께했다.

◆ "Army Forever Bangtan Forever"

공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잠실벌이 들썩였다. 딸의 손을 꼭 잡은 모녀 아미, 해외에서 입국한 글로벌 팬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한국 아미들까지 다양했다.

한국팬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30대 A씨는 "2년 반 만에 보게 되어 기대된다.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꿈만 같다"고 웃었다. 20대 B씨는 "눈물 날 것 같다.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모녀 아미도 눈에 띄었다. 한 어린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방탄소년단을 보게 되어 좋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어머니도 "딸과 함께 보는 첫 콘서트라 떨린다"고 덧붙였다.

먼 나라 아미들도 응답했다. 한국어 플래카드를 손에 쥐고 공연을 기다렸다. 심지어, 공연 티켓이 없는 해외 팬들도 현장을 찾았다. 말 그대로,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였다.

스페인에서 온 팬은 "티켓을 못 구했다. 현장 분위기 느끼면서 온라인 공연을 보려고 왔다"(We weren't able to obtain a ticket. But we're here to be in the moment and watch through the live stream)고 말했다.

호주 팬은 "제겐 14번째 BTS 콘서트지만 한국 공연은 처음이다. 더욱 감격스럽다"(It's my fourteenth time. I am so emotional because it's my first concert in Korea)고 전했다.

그는 "5년 전부터 방탄소년단을 한국에서 보고 싶었다. 울 것 같다.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I've been wanting to see BTS in Korea for five years, so this is really exciting for me. I'm probably going to cry. We expect big performances, for them to just kill the show)고 털어놨다.

미국 아미는 한국 아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이 낯설지만) 처음 만난 한국 팬들이 잘 챙겨줘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It's my first time in Korea. The Korean army treated me with such hospitality, I think it'll make my trip here even more memorable)고 인사했다.

◆ "무함성? 박수 질러!"

"착착 착착착"

공연 시작 10분 전, 객석에서 낯선 소리가 흘러나왔다. 1만 5,000명의 아미는 함성 대신 클리퍼(응원도구)로 멤버들을 맞았다.

드디어 방탄소년단이 등장했다. 객석은 더욱 반짝였다. 아미밤(응원봉)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방탄소년단 못지않은 칼군무(응원)를 완성했다.

멤버들은 '온'(ON)으로 화답했다. 지난 2020년 발표 후 한국 팬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곡이다. 격한 퍼포먼스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자랑했다.

이내 무대가 붉게 타올랐다. '불타오르네'(FIRE)로 말 그대로 불태웠다. 멤버들은 돌출무대로 내달렸다. 333댄스 구간에선 압도했다. 대형 불기둥이 열기를 더했다.

음악이 바뀌고, 정국이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렌즈를 향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쩔어' 무대를 색다르게 시작했다. 데뷔 초 노래를 농익게 소화했다. 아미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저희가 서울 주경기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RM)

방역 수칙상, 떼창도 함성도 불가능한 상황. 방탄소년단은 더욱 힘을 냈다.

"박수 질러!"

무함성 콘서트도 문제없었다. 방탄소년단의 호응 유도에 아미는 클리퍼로 큰 소리를 냈다. 팬들이 못 내는 목소리는 멤버들이 서로 응답하며 채웠다.

RM은 "객석에 여러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박수 콘서트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뷔도 "아미가 여기 있으니 감동적이고 설렌다"며 미소 지었다.

◆ "걱정하지 마, Love"

"아미분들에게 (공연을) 정말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부을 테니 끝까지 즐기시길 바랍니다"(정국)

눈을 뗄 수 없는 무대가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은 '디앤에이'(DNA), '블루 앤 그레이'(BLUE & GREY)를 연달아 불렀다. 탄탄한 라이브 실력으로 압도했다.

7인 7색 목소리가 공연장 전체를 울렸다. 특유의 칼군무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무대 가장자리에 다가가 아미와 눈을 맞추기도 했다.

'블랙스완'은 강렬했다. 7명의 흑조가 됐다. 댄서들과 초대형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방탄소년단은 무대에 열정을 쏟았다.

공연 초반부 머리카락이 다 젖을 정도였다. 정국은 "오늘을 위해 체력을 기르고 운동해왔는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아미가 있어서 힘낼 수 있다"고 밝혔다.

무함성 공연은 아미에게도, 방탄소년단에게도 처음. 뷔는 "사실 저희도 어색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슈가는 "색다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통엔 문제없었다. 진은 "아미가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멋있다', '무대가 좋다', '힘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마음을 대변했다. 팬들은 박수로 힘차게 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클리퍼 소리는 커져갔다. 연습이라도 한 듯, 노래와 상황에 딱 맞췄다. 단숨에 조용해졌다가, 커지고를 반복했다. 최선을 다해 무대에 화답했다.

"아미 여러분들 최고입니다. 마이크를 타고 들어오는 함성이 그립긴하지만, 질서 정연한 모습에 감동 했습니다."(슈가)

◆ "7명이 끝까지 함께"

이번 공연 셋리스트는 특별했다. 멤버들이 긴 논의 끝에 노래를 선정했다. 총 22개 곡으로 꽉 채웠다. 그중 멤버들의 솔로곡 무대는 하나도 없었다.

슈가는 "아미에게 저희 모습을 오래 보여드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저희가 아미를 오래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객석에서 역대급 박수가 터졌다

방탄소년단이 아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 보여주고 싶은 무대가 계속됐다.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섹시함과 강인함을 넘나들었다. 

'라이프 고즈 온'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전광판에 멤버들의 사진이 한 장씩 추가됐다. 마지막엔 "함께 찍자"며 카메라 방향을 돌렸다. 아미와 있는 순간을 남겼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새롭게 편곡했다. 방탄소년단 뒤엔 밴드가 자리했다. 트럼펫 등 악기 사운드가 풍성하게 더해졌다. 멤버들의 보컬 매력을 배가시켰다.

기존과는 다른 구성으로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높였다. '다이너마이트는 자연스레 '버터'로 이어졌다. 트럼펫을 든 댄서들과도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방탄소년단은 신난 마음을 표현했다. 뷔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양한 표정으로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감격스럽고 뭉클하다"고 말했다.

진은 "이번엔 함성이 없어서 (과연 공연이) 신이 날 까 고민했었다.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아미분들이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 "We Don't Need Permission"

어느새 공연도 막바지. 방탄소년단은 '윙즈'를 불렀다. 이동차를 나눠 타고 팬들 가까이 다가갔다. 객석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

슈가는 "(이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리액션이 좋은 팬분들이 있더라"고 알렸다. 팬들이 함성 대신 허벅지를 치는 모습을 재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정국이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마음이 아린다. (그러나) 이 행복한 시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방탄소년단은 '잠시', '스테이'를 비롯해, '쏘 왓', '아이돌'을 열창했다. 대형 폭죽이 끊임없이 터졌다. 화려한 레이저가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어느 때보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무대가 끝난다고 해서 저희의 춤과 노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더 나은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을 약속드린다."(RM)

방탄소년단은 팬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그러나 아미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또 다른 응원을 준비했다.

무대 스크린에는 '소우주' 가사가 등장했다. 팬들은 하트 모양에 맞춰 박수쳤다. 칼박이었다. 1만 5,000명이 한 차의 오차도 없이 박자를 딱 맞췄다.

아미의 응원에 방탄소년단이 다시 등장했다. '홈'(HOME)을 가창했다. 이때 멤버들의 얼굴 위에 팬들의 이름이 빼곡히 채워졌다.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이어 '에어플레인 pt.2', '뱁새', '병'을 연달아 불렀다. 멤버들은 시종일관 높은 텐션으로 무대를 누볐다. 노래가 끝난 뒤 "토할 것 같다" 말할 정도로 격렬했다.

◆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

이번 공연 슬로건은 '라이프 고즈 온' 가사를 인용했다.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에서 '아직'을 제외했다. '다행히'는 '당연히'로 바꾸었다.

"'아미가 있는 곳이 진짜 우리의 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제이홉)

방탄소년단은 그리웠던 것을 털어놨다. 일명, 아미 타임. 진은 "집에 왔는데 이게 빠질 수 없다. 이곳을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만들 시간"이라고 소리쳤다.

이들도 아미밤을 손에 꼭 쥐었다. 팬들은 멤버들의 구령에 맞춰 아미밤을 줄 맞춰 들어 올렸다. 수많은 관객들이 오차 없이 빛나는 파도를 완성했다.

멤버들이 발표하듯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은 그들이 전하는 진심이다.

"저는 마냥 잘 지내진 못했습니다. 2년 반 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힘들었어요. (하지만) 오늘 여러분을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정리됐습니다. 관객과 가수가 한자리에 있어야 완성되는 게 맞았죠. 그 힘을 받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제이홉)

"2년 반 만의 콘서트라 기대가 많이 됐어요. 정말 신나게 놀아야겠다 생각했죠. 실제로 그랬고요. (오늘) 아미분들의 목소리 대신 박수를 들었더니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다음에는 기필코 (팬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습니다."(뷔)

"못 본 지 2년 반, 체감은 23년 인 것 같아요. 엔딩 멘트를 2주간 고민했으나, 즉흥적으로 하려고요. 너무 보고 싶었고,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아미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을 많이 만들어가요. 이제 시작입니다."(정국)

"지난 공연(2020년)에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었잖아요. 2년 반이나 되다 보니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다시 만날 땐 가득 찬 공연장에서 뛰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더 좋은 날이 있을 거예요. 오늘 즐겨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슈가)

"얼마나 (서로를) 보고 싶어 했는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을 보니 고향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다 싶어서 뭉클했어요. 아쉬움이 다 없어진 것 같아 좋아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지민)

"이번 공연 큐시트를 정할 때 LA콘서트(2021.10)와 다르게 해야할 지 고민이 컸어요. 한국 아미들이 두 눈으로 담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바꾸는 건 아닐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어떠셨나요? 오늘 무대 마음에 드셨으면 박수!"(진)

"이놈의 지긋지긋하다 못해 거지 같은 언택트 무대도 끝나긴 하네요. (관객분들이) 있을 때는 몰랐어요. 보고, 에너지를 받고, 같이 뛰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하는 게 당연한 거였는데 말이죠. 제한된 상태의 공연이 속상하지만 비대면보다는 나아요. 나중에 돌아보면 '그럴 때도 있었다' 안줏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더 좋은 모습으로 기립해서 만나 뵙는 그날까지 기다리겠습니다."(RM)

한편 방탄소년단은 오는 12, 13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2차례 공연을 이어간다. 이후 글로벌 팬들을 만난다.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를 개최한다.

<사진=디스패치DB,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