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경기도 파주=김수지·구민지기자] 어느 가수가 한 라이브 방송에서 말했다.

"저의 콧구멍 안까지 까맣게 불태웠습니다."

이 가수는 'MAMA' 무대를 불태웠다. 하지만 퍼포먼스만 뜨거운 건 아니었다. 그는 "콧구멍 안까지 까맣게 불태웠다"며 열악한 무대 환경을 (에둘러) 꼬집었다.

가수들은 12월 초, 파주 CJ ENM 콘텐츠월드를 찾았다. '스튜디오 6'에서 사전녹화를 진행했다. 그룹 별로 최소 2차례, 최소 4시간 이상,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사실, 사전녹화는 통상적인 '루틴'이다. 별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번 MAMA의 사녹은 별달랐다. 오죽하면 '콧구멍'이 불탔다는 후기가 나올 정도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디스패치'가 파주 CJ ENM을 찾았다. 이곳은 현재 공사 중이었다. 파주 시청 건축과에 따르면, 공사 진행 정도는 30~40%.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가 (사전녹화를) 촬영한 곳이 새 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스태프가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흰 마스크가 새까맣게 변했더라고요." (아이돌 A)

2020 MAMA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이번에는 미세먼지다.  

CJ ENM은 2019년 하반기에 첫 삽을 떴다. 연면적 37,406.55㎡(약 11,315평). 각종 촬영 스튜디오 10여 개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스튜디오 2개 정도 완공된 상태다.

파주 콘텐츠월드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포크레인, 트럭 등 대형 장비가 바쁘게 움직였다. 가수 차별 논란이 일어난 주차장 (대기실)은 흙모래 바닥이었다.

'뱀조심', '불조심' 등의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주차장도 흙모래바닥이었다. 차가 움직이면 먼지가 날렸다. 창문을 내릴 수도 없었다"는 아이돌의 하소연을 공감할 수 있었다.

MAMA는 임시로 완공된 2개의 스튜디오를 사용했다. '스튜디오 6'와 '스튜디오 5'였다. '스튜디오 6'는 무대로 사용됐고, '스튜디오 5'는 사녹 대기실로 쓰였다.

가수들은 12월 초부터 '스튜디오 6'에서 사전 녹화를 이어갔다. 일부 아이돌의 경우 2~4차례 파주를 찾아 '사녹'을 진행했다. 단체 안무, 개인 안무 등을 쪼개서 찍는데 최소 4시간 이상 소요됐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디스패치'에 "사전 녹화를 할 때는 사방에서 계속 공사를 했다"면서 "먼지가 계속 날려 힘들었다. 특히 목이 너무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파주 시청 관계자는 "CJ ENM이 지난달 (스튜디오) 임시 사용 신청을 했다"면서 "현재 완공 상태에 이른 스튜디오 5와 스튜디오 6를 촬영에 활용해도 된다고 승인했다"고 말했다.

'디스패치'는 사녹이 진행된 스튜디오를 직접 찾았다. '스튜디오 5'와 '스튜디오 6'은 철거가 완료된 상태였다. (주변) 공사는 계속됐다.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스튜디오 6' 환경은 열악했다. 모래와 먼지가 뒤섞여 눈과 코, 입을 습격했다. 세트(무대) 철거 이후라는 점을 고려해도,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금세 목이 따가왔다.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사녹 당시 스튜디오 안에 먼지가 심각했다"면서 "코가 간지러워서 팠더니 시꺼먼 먼지가 같이 나왔다. 방역용 마스크도 까맣게 변했다"고 증언했다.

가수들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무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먼지에 그대로 노출됐다. "내 콧구멍 안도 까맣게 불태웠다"라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CJ는 미세먼지 대책을 세웠을까?

CJ 측은 '신축 건물'이라 쾌적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녹화 당시 공조 시스템이 100% 가동됐다"며 "살수차를 이용해 먼지 감소에도 신경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시상식 당일 오전까지 걸그룹 멤버의 사전 녹화가 진행됐다는 것. 실내 먼지를 완벽하게 제거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까.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생방송 당일까지 사녹이 있었다. 그 이후 생방송 세트로 교체했다"면서 "사녹 세트를 제거하면서 일어난 먼지를 어떻게 제거를 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디스패치' 확인 결과, 파주 시청 측은 2019년 '미세먼지발생사업신고'를 했다. 환경보존과 관계자는 "2019년 시공 당시에 시청과 함께 먼지 체크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AMA를 앞두고 따로 미세먼지를 체크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시 사용 허가 부분은 신청했다. 그러나 미세 먼지 관련 부문은 아예 요청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MAMA는 분명 가수들을 위한 행사다. 하지만 가수들을 (어떻게) 위했는지 의문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이 마치 무대의 소품처럼 느껴졌다"면서 "진정 가수를 생각한다면 저런 환경에서 사녹을 진행하면 안 된다. 한 마디로, 공사장 공연 아닌가"라며 씁쓸해 했다.

MAMA는 아시아 최대의 음악 시상식이다. 보여지는 것은 그렇다. 하지만, 보여주기로 끝나선 안 된다. 진정 음악 축제로 거듭나려면, 보이지 않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

<사진=정영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