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오명주기자] 2020년 1월 11일, 구하라가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남은 가족과 친구들은 더이상 그녀가 고통받지 않기를 기도했다.

2020년 1월 13일. 구하라 오빠가 짐을 쌌다. 구호인 씨는 그동안 청담동 집에 머물며 갑작스런 죽음을 정리했다. 동생의 49재를 끝내고, 본가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날 자정, 정확히 2020년 1월 14일 0시 15분. 신원 미상의 남성이 구하라집 담을 넘었다. 1명 혹은 2명, 그들은 정체불명의 침입자였다.

무엇을 노렸을까? 구하라의 개인금고를 훔쳐 달아났다.

전문 절도범일까? '도둑질'은 서툴렀다. 면식범으로 보인다.

'디스패치'가 CCTV 영상 2개를 입수했다. 영상판독 전문가와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를 공개한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제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놈이 침입했다 (CAM2)

2020년 1월 14일 0시 15분. CCTV(CAM2) 영상이다. 1분 19초짜리다.

신원미상 A씨는 담벼락 위를 살금살금 걸었다. (구하라 집과 붙은) 옆집 빌라 주차장 담을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담벼락을 지나 1층 외벽 CCTV로 향했다. 그는 나뭇잎으로 렌즈를 가렸다. 동선 노출을 막기 위한 시도로 짐작된다.

구하라 후배 K씨가 부연설명했다. 그는 구하라와 함께 살던 고향 동생. 지난 4월, 절도 사건을 인지한 뒤 CCTV 영상 일체를 확인했다.

"지난 4월 금고가 없어진 걸 알았어요. (호인)오빠와 CCTV를 돌려봤습니다. 나뭇잎으로 렌즈를 가리는 장면도 있었어요. 정체를 숨기려는 시도 같았죠." (K씨)

그놈이 들어갔다 (CAM3)

2020년 1월 14일 0시 30분. CCTV(CAM3) 영상이다. 50초짜리다.

B씨가 마당을 가로질렀다. 그의 목적지는 현관문 앞. 허리를 반쯤 숙여 도어락을 터치했다. 키패드가 뜨자 익숙하게 누르는 모습.

하지만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현관) 불투명 유리에 얼굴을 갖다 댔다. 집 안을 들여다보려는 행동이었다.

B씨는 내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허리를 구부려 담벼락 쪽으로 이동했다. 이것이 2번째 CCTV 영상이다.

"언니가 죽고 비밀번호를 바꿨어요. 그 번호는 저와 (호인) 오빠만 알아요. 그 사람은 이전 비번을 누른 거 같아요. 2**2였거든요." (K씨)

인상착의가 궁금하다

'디스패치'는 구하라 집을 찾았다. 담벼락 높이, 도어락 위치 등을 쟀다. 담장 높이는 138cm. 현관문 경첩은 171cm 정도에 위치했다.

우선, 용의자 A(혹은 B)씨의 키를 특정했다. 현관문 앞에서 구부정하게 섰을 때, 경첩 높이와 비슷했다. 대략 175±5cm로 추정된다.

상의 점퍼는 어떨까. 서로 다른 원단이 이어진 형태다. 비니를 썼고, 안경도 착용했다. '다이얼'로 끈을 조절하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디스패치'는 구재모 교수(디지털영상포렌식연구소)를 찾았다. 그는 "A와 B씨는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재모 교수는 CCTV 영상 분석 전문가다. 세월호 수중 영상을 정밀 분석했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몰카도 검증했다.>

'그놈'이 그놈이다?

구하라 집에 설치된 CCTV는 총 4대다. 용의자의 모습은 2대에만 찍혔다. CAM2는 적외선(IR) 카메라, CAM3는 컬러 카메라 영상이다.

구재모 교수는 저해상도(854X480)를 고해상도(3,843X2160)로 업스케일링 했다. 이중선형보간법으로 노이즈를 제거했고 선명도를 개선했다.

CAM2는 1,898프레임. CAM3는 1,202프레임이다. 정밀 분석 결과, A와 B씨의 신발은 동일한 형태. 다이얼이 달린 보아 시스템 운동화였다.

"49인치 대형 4K 모니터 영상에선 분명히 확인이 됩니다. 운동화의 끈을 조절하는 '다이얼'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입니다." (구재모 교수)

상의 점퍼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됐다. 패턴 및 구조가 비슷했다. 서로 다른 색깔의 원단이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길이 조절용 단추는 풀려 있었다.

면식범이 틀림없다!

그들이 훔쳐 간 것은, 구하라의 소형 금고다. 구하라는 중요한 자료(서류) 등을 금고에 넣었다. 과거 핸드폰도 금고에 보관했다.

구호인 씨와 후배 K씨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봤다. 무엇보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이전 비번(2**2#)을 주저 없이 눌렀다.

현관 진입에 실패하자 경로도 바꿨다. 외벽 구조물을 타고 2층 베란다로 진입. '베란다->연결문->다용도실->연결문->옷방'을 꿰뚫었다.

"집안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처음 오는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어요. 평소에 연결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구호인)

범인은 금고의 위치까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확히, 금고만 훔쳐 갔다.

"옷방 문을 잠그지 않았어요. 자주 왔다 갔다 하니까. 저희는 '세콤'도 끄고 다녔어요. 이런 습관을 아는 사람 짓이에요." (K씨)

용의자 제보가 필요하다

구하라의 오빠와 후배는 지난 3월, 경찰을 찾았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주변 CCTV는 이미 지워진 상태. 주변 차량 블랙박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번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정리했다. (늦었지만) 독자들의 제보가 필요하다.

① 신장은 175cm 내외다.

② (도수가 있는) 안경을 쓰고 있다. 테두리는 얇은 금속 재질. 뿔테는 아니다.

"안경 표면에 반사되는 (적외선) 반사광이 일관됩니다. 도수 안경을 의미합니다. 김 서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코 아래로 내려썼고요." (구재모 교수)

③ 보아 클로저 시스템 운동화. 즉, 다이얼로 끈을 조절하는 신발을 신고 있다.

④ 상의 점퍼도 특이하다. 등판과 어깨가 서로 다른 원단으로 연결됐다. 허리 부분에 길이 조절용 단추가 달려 있다.

⑤ 구하라의 지인으로 추정된다. 비밀번호, 금고 위치, 진입 경로 등을 꿰뚫고 있었다.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

⑥ 덧붙여, 공범이 있다. 최소 3~4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해당 CCTV 영상은 소실됐다.

"(집) 대문 근처 담벼락에서 1명이 서성거렸습니다. 옆집(빌라) 주차장에 SUV가 세워져 있었고요. 새벽 5시 정도에 사라졌습니다." (K씨)

2020년 1월 11일, 구하라가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남은 가족과 친구들은 더이상 그녀가 고통받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녀는 편히 쉴 수 있을까.

취재=김지호·오명주 기자

사진=이승훈·민경빈 기자

영상=박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