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물론, 시청률은 숫자로 보는 성적표일 뿐이다. 시청률만으로는 작품성, 연기력, 가능성 등을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시심은 파악할 수 있다.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KBS-2TV '빅'이 11.1%(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 시청률로 종영했다.
'빅'은 공유와 이민정, 홍자매 라인업으로 큰 기대를 심어줬다. 게다가 장르는 이들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 흥행보증수표라 할 만 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예상 외였다. 시청자들은 외면했고 종영때까지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연속이었다. 판타지로 무장한 스토리는 공감을 사지 못했고 주인공들의 연기력은 보완이 안됐다. PD와 작가의 호흡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빅'이 시청자의 관심 밖이 돼버린 이유를 짚어봤다.

◆ 無캐릭터= 홍자매 드라마의 강점은 개성있는 캐릭터다. '환상의 커플' 나상실, '미남이시네요 '황태경', '최고의 사랑' 독고진 등 독특한 캐릭터가 사랑받았다. 타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캐릭터는 곧 홍자매 드라마의 얼굴이었고 최고의 무기였다.
하지만 '빅'에서는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다. 여주인공 길다란은 어리바리 여교사, 남자주인공 강경준은 18세 사춘기 소년에 불과했다. 또 다른 주인공 서윤재는 성향 조차 파악할 수 없는 적은 분량이었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장마리 역시 존재감을 보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대부분의 캐릭터가 밋밋했다. 캐릭터가 살지 않으니 홍자매 특유의 명대사와 유행어는 살지 않았다. 당연히 연기자들의 재발견도 없었다. 홍자매 전작과 비교했을 때 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 공감제로= '빅'은 판타지 드라마다. 18세 소년과 30세 남자의 영혼이 바뀌는 설정을 사용했다. 상반기 안방극장을 휩쓴 타임슬립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그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영혼 체인지는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하며 외면 당했다.
무엇보다 26살 길다란과 18살 강경준의 러브 스토리는 낯설었다. 급진전된 러브라인은 리얼리티가 부족, 공감대 형성에서 실패했다. 판타지 설정만으로 공유와 이민정이 아닌 이민정과 신원호의 멜로를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극과 극 스토리 전개도 아쉬움을 남겼다. '빅'은 초반 재기발랄한 로코에서 중후반부 신파로 전환했다. 문제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는 것. 우연과 비밀로 포장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감정신도 지나치게 늘어난 것도 부담 요소였다.

◆ 연기논란= 공유의 고군분투였다. 그는 1회부터 16회까지의 스토리를 이끌어나간 유일한 배우였다. 그 외 출연진은 다소 아쉬웠다. 기존 작품에 비해 제 능력을 살리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배우와의 연기 호흡도 불안했다.
이민정은 차세대 로코퀸이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다. 발음과 발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물론 회를 거듭할 수록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부분 부분 기복있는 연기를 선보인 것도 사실. 또한 '로코퀸=톤오버'의 공식을 고수한 것도 아쉽다.
명품 조연들의 활약을 담지 않은 것도 '빅'의 실수다. '빅'에는 안석환, 최란, 장현성, 고수희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포진했다. 하지만 이들의 비중은 극히 낮았다. 주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 연출호흡 = 빅' 홍자매와 지병헌 PD의 합작품이다. 지 PD는 홍자매의 러브콜로 연출을 맡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쾌걸춘향'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춘 사이. 홍자매와 지 PD의 호흡에 기대가 모아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홍자매와 지 PD의 호흡은 NG였다. 홍자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과장돼있는 편. '빅' 역시 판타지 소재와 사제간의 러브 스토리, 대사 등이 '업(UP)'돼 있다. 홍자매 드라마가 유독 PD의 균형감각와 완급조절이 필수인 이유다.
한데 지병헌 PD는 대본에 충실했다. 대본의 장면 장면을 이어 붙이는 것 외에는 연출력이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PD의 감각이 돋보이는 명장면 대신 유치한 대사와 장면만 있을 뿐이었다. 반복적으로 늘어지는 컷으로 '빅'은 지루해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