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백홍석, 그리고 그의 복수는 드라마다. 지금껏 현실에선, 한 소시민이 거대 권력을 침몰시킨 적은 없었다. 반면, 나머지는 현실(?)이었다. 강동윤, 서동완, 서지수, 신혜라 등…. 현실에서 보아왔던, 아니 볼 법한 인물이다.
SBS-TV '추적자 더 체이서'(이하 '추적자')가 지난 1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9.3%(이하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로 시작해 22.6%로 마무리지었다. 자체 최고 시청률로 끝냈다. 회를 거듭하며 시청자를 끌어 당겼고 결국 드라마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시청자가 '추적자'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리얼리티 때문이다. 아빠의 복수라는 전체적인 줄거리는 허구였지만 그 속에 담긴 디테일은 현실이었다. 그 표현은 소름돋을 정도로 리얼했고 이 드라마의 힘이 됐다.
결국 '추적자' 속 리얼리티는 시청자의 마음을 뺏었다. 대사 한 줄, 행동 하나도 공감을 샀고 감동을 줬다. 그리고 메시지도 남길 수 있었다. 이 드라마가 16회, 총 1,152분 동안 보여준 현실은 무엇이었을까.
"고객님의 잔액은 10억 원 입니다." (8회)
▶ 인간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대표적인 예가 윤창민과 황 반장의 배신. '추적자'는 두 사람의 예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보여줬다. 거액의 돈 앞에서 이성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절친이자 의사 윤창민은 30억 원을 받고 백수정에게 코데인을 주사, 살해했다. 윤창민은 이혼과 도박으로 10억원의 빚이 있는 상태였다. 또 황 반장은 10억 원의 댓가로 강동윤에게 백홍석의 위치를 알렸다. 황 반장은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30만원 집에 사는 가장이었다.
사실 뉴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돈 때문에 죄를 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생계형 범죄도 있고 사기, 폭행, 절도 및 살인도 일어난다. '추적자' 속 윤창민과 황 반장의 배신이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이해 가능했던 이유다.
"큰 마차가 먼 길을 가다보면 깔려죽는 벌레도 있기 마련입니다." (6회)
▶ 권력을 향한 집착도 알 수 있었다. 권력을 갖고,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군상을 보여줬다. 정의 대신, 성공지향적인 이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극 중에서 강동윤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살인교사를 했다. 신혜라는 정치 욕심으로 강동윤을 도왔다. 장병호 대법관은 총리가 되기 위해 재판기록을 조작했고, PK준은 스타의 자리에서 밀리지 않으려 교통사고를 냈다.
극단적인 표현 방법이었지만 이면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재벌의 언론 및 검찰 장악, 정경유착, 재벌가의 지분 싸움, 청문회 신경전 등은 거리감이 없었다. 이미 뉴스에서 봐왔거나, 또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겠습니까?" (14회)
▶ 재벌가의 세습도 담아냈다. '추적자'는 서 회장과 아들 서영욱, 또 강동윤을 통해 재벌가의 불법 경영권 세습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이때 한오그룹 아들과 이발소집 아들을 대비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능력이 출생 환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 부분이다.
특히 14회 속 서 회장과 강동윤의 대화가 직접적이었다. 서 회장은 회장 자리를 넘보는 강동윤에게 "아직도 저 자리가 고래 탐나나. 내 자슥도 아닌데"라고 일침했다. 이에 강동윤이 "왕후장상 씨가 따로 있겠나?"라고 답하자 "서동환 씨는 따로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아들에게만 회장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는 재벌 총수. 충분히 국내 재벌의 세습 문제를 연상케 할 만 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경영권, 또 그 속에서 편법으로 진행되는 지분 이전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선거는 좋은 놈을 뽑는게 아니라 나쁜 놈을 떨어뜨리는거지." (15회)
▶ 선거의 의미도 강조했다. '추적자'는 강동윤의 몰락을 통해 선거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국민의 올바른 주권 행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역설적으로 이 시대의 부조리는 무신경한 권리행사에서 시작됐음도 보여줬다.
15회에서 집중적으로 표현했다. 강동윤은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지만 백홍석에 의해 흔들리게 된다. 살인교사를 인정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은 강동윤에게 등을 돌렸고 선거에 참여, 강동윤을 낙선시켰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백홍석도, 최정우도 아니었다. 결국 '우리'였다. 이는 추적자가 던진 마지막 메시지다. 희망에 관한 것. '죄'에 대한 '벌'은, 국민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다. 결국, 투표율 91.4%는 시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4.19'혁명이었다.
에필로그. '추적자'는 마지막까지도 리얼했다. 백홍석은 살인죄, 도주죄, 법정 모독죄 등에서 유죄, 15년을 선고받았다. 극적인 반전도, 결말도 없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더 무섭고, 더 아프고, 더 미안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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