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절반의 성공이었다. MBC-TV '빛과 그림자'(이하 '빛그림')는 제목 그대로 빛과 그림자로 나뉘었다. 시대극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한 점은 인상적이었지만 디테일과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청률 등 수치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최대 24.1%(이하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찍었고 마지막회는 19.6%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을 흡수한 결과 동시간대 1위를 유지, 마지막까지 자존심은 지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완성도면에서는 부족했다. 결정적으로 연장을 결정한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늘어지는 전개와 반복되는 스토리로 긴장감과 재미가 반감됐다. 더불어 캐릭터의 매력도 빛을 잃기 시작했다. 연장의 폐해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28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3일 마지막 방송까지, 약 9개월 동안 남긴 빛과 그림자를 조명했다.
◆ 빛 | 정확한 타깃 설정과 맞춤형 캐스팅이 빛을 발했다. 기존 시대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볼거리로 무장해 시청자의 관심을 이끌 수 있었다. 또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드라마에 무게를 더했다.
1. 중장년층 오감만족=시청자 타깃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빛그림'은 1970~1980년대를 그린 복고 드라마. 당시 시대배경을 담은 것은 물론 과거 유행했던 패션, 음악, 영화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볼거리만으로도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 정도였다.
중장년층을 확보한 순간 시청률은 상승했다. 첫방송은 9.5%로 저조했지만 지난 3월부터 20%대로 접어들면서 안정을 찾았다. 경쟁작인 '샐러리맨 초한지'가 종영한 후에는 독주 체제였다. '패션왕', '사랑비'는 가볍게 제쳤고 '추적자', '빅'의 추격이 이어졌지만 끝내 월화극 1위 자리만큼은 내주지 않았다.
2. 안재욱 화려한 복귀=안재욱의 내공이 빛난 드라마였다. '빛그림'은 지난 2008년 '사랑해' 이후 선택한 컴백작. 하지만 3년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뮤지컬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결 단단하고 스케일이 커진 모습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는 데뷔 이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청춘스타를 뛰어 넘었다.
실제로 주인공의 역량이 돋보였다. 그는 1회부터 64회에 달하는 긴호흡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혼자 스토리를 이끌어 가야했지만 여유있었다. 게다가 복수, 멜로, 액션 등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한 것도 인상적. 동시에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3. 감초 조연 활약=명품과 감초의 만남이었다. 안재욱, 전광렬, 이필모 등 중심 인물 뒤에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자리잡았다. 성지루, 김뢰하, 안길강, 김희원, 이종원, 에세창 등이 대표적인 예로 드라마의 중심을 뒷받침했다. 또한 코미디부터 액션, 멜로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명품 조연 뿐 아니라 감초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조미령, 하재숙, 류담 등은 캐릭터 맞춤 연기로 극에 윤활류 역할을 담당했다.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 연기자도 제 역할을 해낸 편이었다. 나르샤, 홍진영, 손진영 등은 기대 이상의 가능성을 보이며 호평받았다. 출연 비중은 높지 않았지만 종영까지 얼굴을 비추며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 그림자 | 과유불급과 주객전도의 일례로 남게 됐다. 시청률에 이끌리다보니 장르, 스토리, 캐릭터가 초반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그려졌다. 시청자의 반응이 떨어지면 극단적인 전개로 다시 관심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말았다.
1. 무리한 연장 폐해=연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당초 '빛그림'은 50회 종영 예정이었지만 시청률이 상승하자 14회를 연장했다. 무리한 연장 탓에 비슷한 전개가 반복됐고 결국 스토리는 힘을 잃었다. 긴장감 실종으로 시청자도 하나둘씩 떠나면서 경쟁작에 비해 화제성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장르가 모호해진 것도 안좋은 예다. '빛그림'은 연예매니지먼트 드라마로 시작해 정치 드라마로 끝냈다. 정치적 사건과 권력 다툼에 초점을 맞추면서 쇼비지니스는 배경으로 전락하고 만 것. 마지막회에 들어서야 빛나라 기획의 성공을 집중적으로 보여줬지만 기획의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 무존재 여주인공=남녀 캐릭터의 온도차가 극명했다. 남성 캐릭터에 비해 여성 캐릭터는 밋밋했다. 무엇보다 남상미 역이 그랬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그려지면서 존재감과 매력이 떨어졌다. 남성 캐릭터 사이에서 삼각관계의 주인공이 되는 정도였다. 결국 남상미는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못했다.
손담비가 맡은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반 당당한 성격의 캐릭터였지만 점점 힘을 잃었다. 톱가수에서 로비스트로 자리만 바뀌었을 뿐 변화는 없었다. 그저 남자 주인공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로 단순 조력자에 머무를 뿐이었다. 극에 긴장감을 주거나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등의 재미는 없었다.
3. 다짜고짜 악역='빛그림'의 대표 악역은 장철환과 차수혁. 이들은 무조건 분노했고 매순간 악행을 펼쳤다. 하지만 그 사이 악행의 근거는 그려지는 않았다. 단순히 권력 욕심과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시청자와 공감대 형성에서 실패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악역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캐릭터의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장철환은 차수혁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또 차수혁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자살했다. 장철환은 끝까지 분노하며 끝났고, 차수혁의 캐릭터 변화는 너무나 급작스러웠다. 전광렬과 이필모의 고군분투가 더 아쉬워지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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