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기자] 돌발퀴즈 하나.
"날 알잖아, 이렇게 가지마 너마저 버리면 난 죽어버릴텐데" ('빅뱅' 몬스터 中)
- 위 가사에서 '너'는 가상의 여인을 뜻하는 걸까, 아니면 빅뱅 팬들을 지칭하는 말일까?
퀴즈 둘.
"날 안아줘 도대체 내게 넌 왜 이러는데 Oh Ma boy 오늘도 나 눈물로 지새워" ('씨스타' 나혼자 中)
- 앞의 가사 중 그룹 씨스타와 관련 있는 특정 단어는 무엇일까?
퀴즈 셋.
"전압을 좀 맞춰서 날 사랑해줘, 기척 없이 나를 놀래키진 말아줘, 충돌하진 말고 살짝 나를 피해줘, 격변하는 세계 그 속에 날 지켜줘" ( '에프엑스' 일렉트릭 쇼크 中)
- 이 가사 안에는 하나의 암호가 숨어 있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우선 문제 1. '너'는 가상의 여인도, 빅뱅 팬도 될 수 있다. 중의적인 표현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 2의 답은 '마보이(Ma boy)'다. 마보이는 씨스타 유닛그룹인 '씨스타 19'의 활동곡 명이다.
마지막 문제의 답은 4행시. 각 문장의 앞글자를 연결하면 '전기충격'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완성된다.
1990년대, 가사는 간결했다. 주제는 사랑과 이별. <널 사랑하겠어, 언제까지나, 널 사랑하겠어, 지금 이순간처럼> ('동물원'-널 사랑하겠어 中)처럼 직접 사랑을 표현하고, 말했다. 가사 속 주인공과 상대방의 관계가 명확했다.
최근은 다르다. 드라마 속 열린 결말처럼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도대체 알아 들을 수 없는 난해한 가사도 넘친다. 마치 암호같은 노랫말로 팬들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시 해석하고, 지켜보고, 풀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사를 푸는 몇 가지 방식을 통해 그 진화를 짚어봤다.
◆ 중의적 표현 - "다양한 의미, 해석 재미"
중의성은 한 단어나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뜻으로 해석되는 걸 의미한다. 최근 '빅뱅'의 몬스터가 중의적 가사의 대표로 꼽힌다. 각종 게시판에는 몬스터 가사를 놓고 그 해석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가사는 시시각각 변한다.
우선 빅뱅이 팬들에게 고하는 이야기라는 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하자고> 등의 가사가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란다. 다른 하나는 실연의 상처를 가진 남자라는 설. 화자는 몬스터로 떠난 여인을 그리워 한다는 해석이 두번째다.
물론 팬들은 '전자'가 맞기를 바란다. 사건사고를 겪고 돌아온 빅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설득력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남녀의 사랑으로 볼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자신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며 "몬스터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며 가사를 썼다.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특정 단어 삽입 - "몰입도 상승, 보는 재미"
특정 단어를 의도적으로 삽입한 경우도 있다. 가수와의 연관성, 대중적 키워드를 가사 안에 자연스레 넣는 방식. 위트있는 가사 연결로 노랫말의 임팩트를 높였다. '씨스타'가 '나혼자'에서 유닛그룹 '씨스타 19'의 히트곡 '마보이'를 가사로 삽입한 게 대표적이다.
'소녀시대'의 유닛 태티서도 비슷한 방식을 구사했다. '트윙클' 가사 중 <너무 태연해 너무 뻔뻔해. 밖에는 날 소원하는 줄이 끝이 안보여>라는 가사를 통해 멤버인 '태연', 팬클럽명 '소원'을 동시에 언급했다.
신인 걸그룹 '헬로 비너스'는 <I'm your venus 젤로 핫한 나를 믿고>라는 가사를 통해 그룹명을 부각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작사가는 "특정 단어를 가사의 일부로 자연스레 연결짓는다"면서 "가수와의 연결고리 속에서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효과를 전했다.
◆ 수수께끼 암호 - "숨은 뜻 찾기, 푸는 재미"
잘 쓰이지 않는 단어나 문장, 혹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은 문장들을 이어 하나의 노랫말을 완성한다. 대부분 수수께기 가사는 한 번 들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난해한 가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는 신선함도 있다.
예로 '에프엑스'는 <전압을 / 기척없이 / 충돌없이 / 격변하는> 이라는 가사를 선보였다. 제목 '전기충격'(일렉트릭 쇼크)의 앞글자를 푼 것. 달콤한 사랑의 충격을 4행시로 재치있게 나타냈다. '엑소케이' 데뷔곡 마마에는 <스마트한 감옥, 언어 쓰레기>등 난해한 가사가 나온다. 가주제가 '디지털 세계를 비판하는 메시지'라는 걸 알고 나서야 비로소 힌트를 얻게된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가사 자체를 통해 호기심을 주기 위해서 이렇듯 특별한 소스를 가미했다"며 "팬들 중 일부는 가사의 비밀을 풀어보며 의미를 찾기도 한다. 가수 특유의 색이나 개성을 나타내는 데도 좋은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가사의 진화 - "천편일률 가사공식 탈피"
급변하는 멜로디에 비해 가사는 천편일률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남녀의 사랑과 이별 등을 소재로 진부한 표현을 반복했다. 그런 면에서 가사의 중의적 표현, 특정된 단어, 수수께끼 암호 등의 장치는 의미가 깊다. 가사가 노랫말 수준을 뛰어 넘는 음악의 주요소로 진화한 것이다.
다양한 표현법의 부작용도 있다. 우선 세대의 공감을 얻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 가사가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돌게 되면 노래의 전체적인 완성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가사 자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되레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노래의 뜻은 '가사에 곡조를 붙여 부를 수 있는 음악'이다. 멜로디 못지않게 중요한 게 가사"라면서 "가사의 진화는 긍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모두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범위에서 가사를 풀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