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ebook Pixed code*/ /* /facebook Pixed code*/
[작가XPD] "그래도, 살아났다"…미생, '작X감'의 완생대담

 

[Dispatch=서보현기자] 기획 기간만 2년이었다. 김원석 PD의 설득에 정윤정 작가가 다시 마음을 돌렸다. 모두가 "드라마로 만들 수 없다"며 손사래 치던 원작이었다. 두 사람은 일종의 호기로, 또 일종의 고집으로, 같은 배에 올라탔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한 에피소드에 2개월을 쏟아 붓기도 했다. 원작을 그대로 흉내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원작과는 다른 분위기를 추구했다. 그들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따로 있었다.

 

그렇게 10월 17일, 전에 없던 드라마가 탄생했다. 러브라인이 없어도 설레었다. 신파가 아니지만 애잔했다. 로코가 아닌데 웃음이 났다. 복수는 없었지만 통쾌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세상은 우리의 삶이었고, 등장인물은 곧 우리였다.

 

"그저 이런 마음 뿐입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것이 자랑스럽네요."

 

tvN '미생'을 완생시킨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를 만났다. 웹툰을 드라마로, 더 나아가 하나의 신드롬으로 만든 주역들이다. 두 사람에게 드라마 속 숨은 이야기들을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드라마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1~2회. 장그래가 세상 밖으로 던져졌다. 할 수 있는 것은 '노력'밖에 없다. 하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혹독한 세상의 잣대에 장그래의 어깨는 점점 움츠러 든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연민을 느꼈고, 자신을 대입했다. 제작진이 꼽은 '미생' 인기 비결이다.

 

"1~2회를 보고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참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많구나' 싶더라. '미생'이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캐치한 것 같다. 외롭고 우울했던 분들에게 손을 내민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원석 PD, 이하 김 PD)

 

"난, 불완전한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에 대한 연민을 주로 쓰고 있다. 연민은 20대부터 50대까지의 공통된 정서라고 생각했다. '미생'에는 사람을 향한 연민이 있다. 그것을 공유했기에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윤정 작가, 이하 정 작가)

 

▶ 16회. 장백기가 말한다. "내 스펙 잘못도, 장그래 씨의 과거도…. 결국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비로소 두 사람이 마주보고 웃었다. 너무나 다른 조건의 그 둘이 교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는 '미생'이 시청자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젊은 세대를 다룬 드라마를 해왔다. 그 때 마다 키워드는 불안과 외로움이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같은 그런 외로움 말이다. '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장그래였다. 

 

요즘 시대가 그렇지 않나. 학벌과 스펙으로 차이를 둔다.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내가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 우리는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은 사람, 고로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김 PD)

 

▶ 20회. '미생'은 이야기한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고. 살만한 인생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가볍게 위로를 던지는 게 아니었다. 나, 너, 우리 모두가 힘든 인생이니 서로에게 위안을 받자는 의미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위로와 힐링을 담고 싶을거다. 하지만 그 말을 감히 내세우고 싶지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터 속 '그래도 살만한 인생' 카피를 반대했다. '미생'의 취지와 상반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을 말하고 있으니까." (김 PD)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고 하면 박탈감을 느낄 것 같았다. 너도 나도, 결국 우리가 힘든 세상이지 않나. 살다보면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미생'이 그랬으면 했다. 시청자들이 '나만 힘든게 아닌구나'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정 작가)

 

▶ 2회. 장그래와 직장인들의 상반된 패턴이 그려졌다. 장그래의 퇴근길은 직장인의 출근길이었다. 장그래의 공허한 눈빛 사이로 흐르는 쓸쓸한 내레이션이 압권이었다. 정윤정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되짚었고, 그 때의 감정을 대본에 녹였다.

 

"과거 24살 때 직장 생활을 약 9개월 정도 한 적이 있다. 대기업 사보를 제작해주는 사보편집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나는 가편집된 책자를 들고 본사로 가 결제맡는 나날을 보내곤 했다.

 

시청역에서 내려서 오후 햇살을 등지고 걸어갈 때, 본사 입구에서 담당 직원에게 도착했다고 전화할 때, 사원증을 건 대리가 와서 나를 데려갈 때, 사람들과 반대로 걸어갈 때, 무수히 많은 감정이 쏟아졌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미생'에 다 녹아있다." (정 작가)

 

 

▶ 6회. 오상식(이성민 분)이 동창을 접대한다. 친구는 갑이었고 오상식은 을이었다. 모욕을 당했고, 웃어 넘겼으며, 끝내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상식은 곧 이 시대 가장의 얼굴이었다. 원석 PD와 정윤정 작가가 꼽은 명장면이다.

 

"그 신을 보고 말을 잃었다. 개인적으로 40대 남자 직장인에게 가슴 찡한 부분이 있다. 술 마시고 취해서 택시 잡다가 넘어지는 것, 큰 양복 안에 들어가 있는 초라한 몸, 지갑 안에 들어있는 복권 등이다. 그 때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인다. '미생'을 쓸 때 기본 정서였다." (정 작가)

 

"나 역시 오상식이 갑이 된 친구를 배웅하는 신에서 감정 이입이 됐다. 제작발표회 때도 말한 적이 있다. '부부가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럴 수 있는 신이었다." (김 PD)

 

▶ 15회. 장백기가 장그래의 과거를 알아버렸다. 장그래가 왜 그리 치열했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던진 한 마디. '내일 봅시다'였다. 장그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신호였다. 흔히 쓰이는 평범한 말, 그래서 더 여운이 진했다. 제작진이 첫 번째로 꼽은 명대사다.

 

"명대사를 만들기 위해 명대사를 쓸 수는 없다. 명대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명장면과 명감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장백기의 '내일 봅시다'는 기억에 남는 대사다. 또 내가 늘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내일 보자'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정 작가)

 

"'내일 봅시다'같은 대사가 좋다. 평소에 흔히 쓰는 말인데, 그 맥락에서 되게 기억에 남는 대사다. 여기에는 단순히 내일 보자는게 아니라 네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는 의미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다. '잘하자', '우리 애'도 비슷한 맥락의 대사다." (김 PD)

 

▶ 0회. '미생'은 동명의 원작에서 출발했다. 김 PD와 정 작가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원작의 틀을 유지하되 색깔은 자유롭게 바꿨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드라마 콘셉트. 원작이 직장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마는 사람에 중점을 뒀다. '미생'의 시작이다.

 

"김원석 PD와 드라마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우리는 직장인 드라마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직장인을 통해 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큰 욕심이지만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보조작가들을 통해 2030세대의 삶과 고민, 트렌드를 익혔다. 지난 해 말에는 한달 동안 보조작가가 상사로 들어가 직장인들과 똑같이 생활했다. 상사맨들이 무슨 대화를 하고 어떤 전화를 하는지, 사소한 것까지 보고 알아왔다." (정 작가)

 

▶ 1회. 장그래는 인턴 사이에서 외톨이다. 낙하산 꼬리표가 붙은 탓이다. 이때 인턴에게 주어진 미션, 오징어젓에 섞인 꼴뚜기를 찾는 것. 장그래는 비웃음을 받으며 미션을 수행한다. 이는 제작진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진한 감성을 보여주기 위한 필살기였다.     

 

"이 장면만 2개월 고민한 것 같다. 대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였다. 원작과 다른 느낌을 원했다. 가슴 속에 울분을 간직했으면 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에피소드를 찾지 못했다. 포기할 뻔 했는데 작가가 생각을 해냈다." (김 PD)

 

"'미생'을 하겠다고 한 걸 후회했다. 남들이 왜 '드라마로 만드는게 불가능한 원작'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망했다, 싶더라.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했다. 살기 위해 1년 2개월 동안 치열하게 대본을 썼다." (정 작가)

 

 

▶ 8회. 영업 3팀은 문 대표에 술접대를 하게 됐다. 문 대표는 2차 접대를 요구하는 인물. 영업 3팀은 그를 피하기 위해 상한 우유까지 마셨지만 실패. 결국 접대를 해야 했다.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였다. '미생'이 원작과 다른 지점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정 작가는 코미디의 대가다. 내가 아는 작가 중에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코미디를 가장 잘 쓴다. '미생'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부탁해서 하게 됐다. 원작이 숭고하다고 드라마까지 장엄하게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잘 만든 코미디, 웃픈 코미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원작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일부 그런 분들은 일부 손해를 보는거라 생각한다. 좀 더 편하고 열린 마음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김 PD)

 

▶ 1~20회. '미생'이 지상파 드라마와 다른 하나, PPL이다. PPL을 위한 PPL이 없었다. 실생활에 녹였고 여의치 않을 때는 그에 맞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그랬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다는, 김원석 PD다.

 

"티 나지 않는 PPL이라는 평을 들었다. 민망했다. 사실 웬만하면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싶어서 뒤로 다 미뤄놨던거였다. '미생'은 PPL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 후반에는 과하게 보일 수 있는게 있었다. 실수였고 내 잘못이었다. 뼈저리더라.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를 찍으려면 PPL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으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바라는게 생겼다. 드라마 찍을 때 PPL 없이, 혹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20부작을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 PD)

 

▶ 5회. '미생'에는 남녀 간의 밀고 당기는 멜로가 없다. 대신 브로맨스가 있다. 남자간의 진한 감정을 담는다. 영업3팀, 장그래와 장백기의 관계 등이 그렇다. 정윤정 작가의 취향이자 바람이었고 고집이었다.  

 

"남녀 멜로, 특히 어른들의 멜로를 그리는 게 힘들다. 키스신이 가장 어렵다. '별순검'을 쓸 때 알았다. 일을 열심히 하면 멜로를 할 수가 없겠더라. 사건을 열심히 풀다보면 이야기 중심은 사건이지 멜로가 될 수 없는거다. '미생'도 마찬가지였다. 

 

이 드라마는 멜로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브로맨스를 좋아하는데, 그 안에서 마음껏 휴머니즘을 구사했다. 만약 '미생'이 지상파에서 했다고 해도 멜로는 배제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 작가)

 

▶ 20회. '미생'이 2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그동안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기분좋은 수확을 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우의 발견이다. 이성민의 존재감, 임시완의 가능성, 김대명, 변요한, 최귀화 등의 얼굴을 찾아냈다. 제작진이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다. 

 

"마지막 촬영 날, 변요한이 아침부터 우울해 보이더라. 안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제 두 신 밖에 안남았다'고 하더라.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번에 함께 한 친구들이 그렇다. 진짜 내 동생같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배우 이야기를 하자면 이성민을 빼놓을 수가 없다. 현장에서 보이지 않게 연출을 도와준다. 아이디어도 가장 많이 낸다. 후배 연기자들도 이성민에게 묻고 아이디어를 내곤 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판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싶다. 고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김 PD)

 

<사진제공=tvN>

HOT PHOTOS
NEWS
more news
PHOTOS
[현장포토]
"오늘은, 버건지~디"...지드래곤, 스타일 아이콘
2025.06.13
[현장포토]
"눈빛으로 올킬"...지드래곤, 카리스마 비주얼
2025.06.13
[현장포토]
"기다림은 끝"…아미, 보랏빛 물결
2025.06.13
[현장포토]
"모두의 축제"…BTS FESTA, 화려한 개막
2025.06.13
[현장포토]
"미모가 레전드"…아현, 시크한 요정
2025.06.13
[현장포토]
"파격을 입었다"…아사, 아찔한 워킹
2025.06.13
more photos
VIDEOS
02:54
마크(엔시티), "아침부터 비주얼이 기가~막히네!" l MARK(NCT), "His visual is amazing since the morning!" [공항]
2025.06.14 오전 09:33
03:40
임시완·조유리,"오겜커플💕'오징어게임3' 홍보차 출국"l YIM SIWAN·JO YURI, "OgamCouple💕Departing to promote SquidGame3"[공항]
2025.06.14 오전 09:13
03:22
지드래곤(빅뱅), "사이버트럭 타고 레드카펫 밟는 멋쟁이 신사" l G-DRAGON(BIGBANG), "Gentleman walking on the red carpet" [현장]
2025.06.13 오후 08:03
more 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