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나지연·박인영기자] '아이콘' 멤버인 바비가 말했다.

 

"보이그룹 래퍼들. 무대에 나와서 시계 춤추고 있네. 음치면 연습해" (연결고리 中)

 

보이그룹 래퍼, 그리고 시계춤. '빅스'의 라비를 겨냥한 랩이었다. 실제로 라비는 4번째 싱글앨범곡 '기적'의 솔로 파트에서 시계춤을 췄다.

 

"난 방탕해. 날 괴물이라고 불러. 실력이 외모라면 난 방탄 유리 앞에 원빈" (이리와봐 中)

 

방탕, 괴물, 방탄 유리. 이는 '방탄소년단'을 떠올리게 한다. 바비는 또 다른 곡 '가드 올리고 바운드'에서도 "상남자처럼 방탕하게"라는 가사를 사용했다. '상남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다. 

 

"비리비리한 남자친구들, 너란 여자한테 다 쎈 척할 때" (가드 올리고 바운드 中)

 

이 부분은 아이돌 '보이 프렌드'를 암시하고 있다. '남자 친구들'은 '보이 프렌드'며, '너란 여자'는 '보이 프렌드'의 미니 앨범 타이틀곡이다.  

 

2013년 여름, 힙합계에 '컨트롤 비트' 열풍이 불었다. '랩'을 통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디스'(Disrespect) 전쟁이었다. 스윙스, 이센스, '다듀' 개코 등 무려 30여 명의 랩퍼가 참여했다.

 

2014년에는 아이돌 랩퍼들이 귀여운(?) 디스전을 벌이고 있다. 참전 랩퍼는 겨우 5명. '아이콘' 바비, '빅스' 라비,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보이프렌드' 민우, '엠아이비'(M.I.B) 심스 등이다.

 

물론 그들만의 리그지만, 나름대로 형식은 갖추고 있다. 상대 랩핑 실력에 대한 비아냥, 자신의 랩에 대한 자부심, 아이돌의 한계에 대한 자조 등을 섞어 설전중이다.

 

아이돌 디스전의 전개 양상을 정리했다. 

 

 

◆ 공격 : 바비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바비는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신분으로, 엠넷의 '쇼미더머니3'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연결고리', '가드 올리고 바운스' 등 자작랩을 통해 아이돌 래퍼들의 실력에 태클을 걸었다.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보이프렌드' 민우, '빅스' 라비 등이 저격대상.  

 

① 바비 → 라비(빅스)

 

▶ 노래 : 연결고리 (2014년 8월 28일)

 

▶ 디스 : "너네들 한참은 멀었어/ 보이그룹 래퍼들 무대에 나와서/ 시계 춤추고 있네/ 음치면 연습해"

보이그룹 래퍼는 '빅스'의 라비. 실제로 라비는 신곡 '기적' 솔로파트에서 시계춤을 추며 랩을 소화. 바비는 이 부분을 겨냥하며 '음치'라고 디스.

 

② 바비 → 랩몬스터(방탄소년단)·민우(보이프렌드)

 

▶ 노래 : 가드 올리고 BOUNCE (2014년 9월 4일)

 

▶ 디스 : ⓐ "비리비리한 남자친구들/ 너란 여자한테 다 센 척 할 때"

☞ '보이 프렌드'(이하 보프)의 미소년 이미지 저격. 특히 '너란 여자'는 '2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당시 '보프'는 소년 콘셉트에서 벗어나 와일드한 매력을 선보임.

 

ⓑ "상남자처럼/ 방탕하게"

☞ 방탄소년단의 노래 제목 '상남자' 언급.

 

ⓒ "래퍼는 많고/ 무대는 적어/ 난 목을 걸어/ 랩에 대한 진지함/ 너네가 알겠냐고/ 음치 녀석들"

보이프렌드와 방탄소년단의 실력을 비아냥. 노골적으로 '음치'라고 디스.

 

③ 바비 → 랩몬스터(방탄소년단)

 

▶ 노래 : '이리와봐' (2014년 12월 2일)

 

▶ 디스 : ⓐ "난 방탕해/ 예쁜 남자 따윈 버림/ 날 괴물이라고 불러/ 내가 자칭한 적 없어"

☞ 자신을 '방탕'한 '괴물'이라고 규정. 단, '내가 자칭한 적 없다'라는 말로 실력은 없으면서 '괴물'이라 이름 지은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를 저격.

 

ⓑ "너넨 전신 유리 앞이/ 지하 던전보다 훨 좋지"

☞ 언더그라운드 무대보다 '쇼윈도'를 좋아한다고 비판.

 

ⓒ "실력이 외모라면/ 난 방탄 유리 앞에 원빈"

☞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방탄 유리를 총으로 쏘고 깨는 장면이 있음. 자신과 '방탄소년단'의 관계를 영화의 장면에 빗대어 도발.

 

ⓓ "떴다 하면 음치 래퍼들의 일까지/ 다 해 먹어"

☞ '음치 래퍼', 즉 아이돌 래퍼들의 일도 자신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 "할 일 없이 너네는 이까지/ 날 후배로 인정 말어/ 친한 척 삼가지/ 꼬우면 실력으로 꺾어 싸가지"

☞ 실력이 없는 래퍼는 선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패기?

 


◆ 반격 :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보이프렌드', '방탄소년단', '빅스'는 바비의 도발에 랩으로 맞섰다. '보프'는 바비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랩몬스터는 실력은 내가 한 수 위라며 받아쳤다. '빅스' 라비는 다 같은 아이돌이라며, 디스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① 보이프렌드 → 바비

 

▶ 노래 : 'Be Witch'(2014년 10월 13일)

 

▶ 디스 : ⓐ "난 만족 안 시켜/ 지금 이 노랠 듣는 귀들이/ 내 안식처"

☞ 바비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고 자신감 내비침. 위안을 얻는 곳은 팬들이라고 언급.

ⓑ "To all my hatters / 가드 따윈 안올려 Man"

☞ 바비의 디스곡 '가드 올리고 바운스'에 대답. "가드 따윈 올리지 않겠다"는 말로 신경쓰지 않음을 강조.

 

ⓒ "내 싸움 방식은 주먹이 아닌 혀"

☞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그저 노래로 인정 받겠다는 각오.

 

② 방탄소년단(랩몬스터) → 바비 

 

▶ 노래 : 'MAMA' 자작랩 (2014년 12월 3일)

 

▶ 디스 : ⓐ "Oh 쉿, 다 조용히 해/ 내가 랩을 할 땐/ 앉아있던 남자들까지도/ stand up 다 벌을 서네"

☞ '음치 래퍼'라는 디스에 반격. 이어 랩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함.

 

ⓑ "난 니 급소를 찔러/ 이건 인증샷 /가드 올리고 따라와봐/ 랩퍼 음치 랩퍼"

☞ 바비의 디스곡 '가드 올리고 바운스'를 저격. 오히려 바비를 음치 랩퍼라 놀리며 "가드 올리고 따라오라"고 맞대응.

 

③ 빅스(라비)→바비

 

▶ 노래 : 'DISS HATER' (2014년 12월 9일)

 

▶ 디스 : ⓐ "그래 내 직업은 아이돌/ 근데 너도 fuxxx 아이돌/ 남이 보면 같은데 다른 척 하는 디스전은/ 좀 혐오스러우니 때려치자 Right?"

☞ 자신이 아이돌임을 인정. 하지만 바비의 특별한 '척'에는 일격. 이어 바비도 결국 아이돌이라는 지적.

 

ⓑ "보이그룹 래퍼 시계춤 인정한다만/ 음치는 아니야 이 동생아/ 나도 집떠나서 밤마다 hustle한단다."

☞ 바비의 '연결고리' 가사 언급. 음치가 아니라고 반격한 뒤, 자신 역시 밤마다 허슬(음악을 열심히 한다)고 설명.

 

ⓒ "그래 제법 부러워 20살에 쇼미 트로피 안고/ 멜론 씹어먹는 커리어/ 거기다 아직 데뷔 전"

☞ 연습생 신분으로 '쇼미더머니3' 우승하고, 음원차트 상위권을 독식은 인정. 그래봤자 데뷔 전이라는 사실 상기.

 

ⓓ "넌 버릇처럼 말하지/ 바로 바비를 씹어/ but i don't give a fuxx/ 나는 싸우기가 싫어"

☞ 바비의 '디스전' 유도에 대해 일침. 하지만 더이상 싸우기 싫다는 의사 표명.

ⓔ "다 똑같아/ 니도 나도 얘도 쟤도 아이돌/ 랩 잘하고 펜 좀 끄적이면 리얼이냐고"

☞ 아무리 실력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아이돌'이라는 것. 디스한 바비 역시 아이돌.

 

ⓕ "that's no no 우린 달라 u know/ 그래 힙합 죽이기 쉽다만/ 범인이 우리들은 아니야/ what i mean shit/ shout out to Bobby/ I'm just diss hater"

☞ 바비는 '본헤이터'에 피처링 참여. 라비는 '본헤이터'의 비트를 따서 '디스헤이터'를 외침. 무의미한 디스전에 대한 거부 반응 드러냄.

 


◆ 관전평 : 'M.I.B' 심스가 마지막으로 MIC를 잡음. 심스는 '힙합대부' 타이거JK가 인정한 래퍼. 힙합의 정통 명가 '정글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심스는 이번 디스전을 관전하며 "결국 디스전은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라는 품위있게 일침을 가했다.

 

① 심스 → 바비

 

▶ 노래 : '…에게' (2014년 12월 12일) 

 

▶ 디스 : ⓐ "아직 나도 꿀 빠는 곰돌이 푸 옆 작은 피글렛"

☞ 바비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믹스 앤 매치'를 통해 곰돌이 '푸' 인형을 애장품으로 소개. '꿀을 빤다'는 표현으로 대형기획사에서 서포트를 받고 있는 바비를 겨냥.

 

ⓑ "닥치고 무대 위의 모든 음치 래퍼들이여~ 다 힘을 내"

☞ 바비가 '연결고리', '가드 올리고 바운스'를 통해 아이돌 래퍼들을 '음치 래퍼'라고 비아냥 거린 것을 맞디스.

 

ⓒ "뱉는 말도 못 느끼니/ 망치는 battle rap"

☞ 'YG' 특유의 굴리는 발음 언급. 특히 바비의 발음 문제를 지적. 가사 전달력이 약하다는 디스.

 

ⓓ "트로트 엑스에서 랩한 적도 있어"

☞ 바비가 '쇼미더머니3'에 출연, 바스코에게 "트로트 엑스에서 힙합하는 것 같다"고 발언. 심스 역시 '트로트 엑스'에 출연한 경험 있음. 무대만 보고 상대의 랩을 폄하하지 말라고 경고.

 

ⓔ "난 아이돌만을 무작정 까는 XX들 알러지"

☞ 아이돌은 무조건 실력이 없다는 편견에 대응. 아이돌을 디스하며 자신을 과시하는 부류에 대한 거부감 표현.

 

 

◆ 아이돌 디스전을 대하는 자세?

 

아이돌 디스전은,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실제 힙합신은 어떻게 볼까? 한 힙합 관계자는 "정통 힙합신에서 보면 귀여운 느낌"이라면서 "아이돌 랩퍼도 이제 힙합 문화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노골적인 비난, 무분별한 인신공격은 없었다. 지난 2013년 불거진 힙합신 디스전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일례로 "그러는 너도 결국 아이돌"이라며 꼬집었고, "아이돌만을 무작정 까는 것은 알러지"라며 거부감도 드러냈다.

 

한 중견 랩퍼는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당부했다. '까기'위한 '폄하'는 지양하자는 것. 그는 "상대를 디스하기 전에 자기실력을 먼저 살펴야 한다"면서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상대를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힙합이 자리잡은 지 20년이다. 그 사이 힙합은 문화가 됐고, 디스는 볼거리가 됐다. 꼬마 디스전도 연장선에 있다. 단, 흉내내기는 곤란하다. 무작정 비난의 날만 세운다면, "니도 나도 쟤도 얘도 아이돌"일 뿐이다. '디스'가 '과시' 혹은 '배설'의 수단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