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5월 30일. 수목대전 3ROUND가 열렸다. 이번에도 역시 스타들의 전쟁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맞붙었다. 여기에 新 시청률 제조기인 신예가 가세, 수목극 대결을 시작했다.
일단 시청률에서는 KBS-2TV '각시탈'이 먼저 치고 올라섰다.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각시탈'은 12.7%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타 드라마를 압도하는 대규모 스케일로 초반 시청자의 시선잡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단정짓기에는 이르다. '유령'은 치밀한 스토리와 탄탄한 연기로 무장했다. 실제로 첫방송에서 긴장감과 몰입도에서는 단연 우위였다. MBC-TV '아이두 아이두' 역시 경쟁작과 달리 가볍게 볼 수 있는 트렌디물이라는 점에서 틈새 전략이 통할 수 있다.
2012년 3번째 수목대전. 이번에는 누가 주인공이 될까. 3편의 드라마를 ▲ 스토리, ▲ 연기력, ▲ 볼거리, ▲ 속도감, ▲ 완성도 등 5가지 항목으로 비교했다. 완성도와 속도감에서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났지만, 연기력 부문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 스토리 : 유령 > 각시탈 > 아이두 | 스토리의 신선함으로는 단연 '유령'이 앞섰다. 현실감있는 소재와 추리 및 수사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그와 달리 '각시탈'은 익숙한 영웅물이었고, '아이두' 역시 로코의 전형에 가까웠다.
유령 : 연예계 성상납, 네티즌의 악성댓글, 불법 도박 사이트 등 리얼리티가 있었다. 물론 기존 드라마에서도 종종 접했던 소재였지만, 사이버 수사대 시각에서 재구성해 새로웠다. 또 미드같은 스토리 전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에피소드별 구성으로 풍성한 재미를 예고했다.
각시탈 : 일제시대와 항일운동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관심을 끌만 했다. 하지만 스토리가 그동안의 영웅물과 차별화되지 않은 점은 우려. 게다가 드라마의 비밀병기인 각시탈의 등장이 예상 가능해 긴장감도 덜했다.
아이두 :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었다. 워커홀릭의 여자와 철부지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익숙했다. 술기운에 하룻밤 관계를 맺는 설정도 더이상 새롭지 않았다. 앞으로 진행될 에피소드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 첫방송이었다.
◆ 연기력 : 아이두=유령=각시탈 | 명불허전과 기대이상이었다. '아이두' 김선아는 로코퀸이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유령' 소지섭은 혼자 드라마를 이끌어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각시탈' 주원은 우려를 씻을 만큼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아이두 : 김선아의 이름값이 빛났다. 로코의 베테랑답게 능수능란했다. 특히 코믹과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캐릭터에 힘을 실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파트너 이장우 역시 뒤지지 않았다. 악역 이미지를 온전히 벗고 코믹 연기에 집중, 의외의 재미를 줬다.
유령 : 소지섭, 한 명으로도 충분했다.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데 아쉬움이 없었다. 감정표현을 절제해 차분하게 드라마를 리드했다. 이연희의 경우 분량은 적었지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털털한 스타일에 액션까지, 기존 첫사랑 소녀는 찾을 수 없었다.
각시탈 : 주원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성공 이후에도 주연으로는 불안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첫 방송에서 이런 염려를 걷어냈다. 눈빛연기와 발성은 안정적이었고,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도 충분히 이해한 듯 했다.
◆ 볼거리 : 각시탈 > 유령 > 아이두 | 시각적인 볼거리만큼은 '각시탈'이 우세했다. 대규모 드라마답게 방송 내내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했다. 이에 '유령'은 세련된 영상미로, '아이두'는 컬러풀한 소품으로 맞섰다.
각시탈 : 100억 원의 제작비가 짐작 가능했다.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로 눈을 즐겁게 했다. 장례식 장면에서는 1,0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또 액션신은 최첨단 디지털 카메라인 레드 에픽으로 촬영해 생동감을 줬다.
유령 : 화려한 눈요기거리는 없었다. 다만 사이버 수사대를 감각적으로 그린 것은 눈에 띄었다. 서버를 이용해 해커를 역추격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통해 범인을 찾는 모습 등은 대중에게 생소했던 만큼 비교적 흥미로웠다.
아이두 : 패션 업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감각적인 소품의 향연이 펼쳐졌다. 극 중 김선아가 유명한 슈즈 디자이너로 나오는 만큼 화려하고 값비싼 구두들이 등장했다. 앞으로도 '아이두'는 패션과 소품 등으로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 속도감 : 아이두=유령 > 각시탈 | '아이두'와 '유령' 모두 폭풍 전개의 진수를 보였다.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이며 드라마 장르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와 달리 '각시탈'은 다소 지루했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배경 설명에 그쳐 긴장감은 덜했다.
아이두 : 스피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1회 안에 캐릭터 소개는 물론 남녀 주인공의 관계도 급진전됐다. 두 사람이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러브라인에 박차를 가한 것. 거침없는 진행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었다.
유령 : 남다른 속도감에 압도적인 긴장감이 더해졌다. 에피소드에만 집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실제로 캐릭터 표현도 몇가지 대사와 표정으로 알 수 있게 집약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각시탈 : 1회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배경 설명이었고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그쳤다. 아직 본격적인 스토리는 진행되지 않아 늘어지는 인상을 줬다. 경쟁작 2편 모두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 완성도 : 유령 > 아이두 > 각시탈 | '유령'이 웰메이드 수사 드라마 탄생을 예고했다.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지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각시탈'과 '아이두'는 스타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작품 자체의 매력은 2% 부족했다.
유령 : 김형식 PD와 김은희 작가의 찰떡호흡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싸인'에 이어 촘촘한 구성과 섬세한 연출로 완성도를 높인 것. 자막, 회상, 상상, 반전, 복선 등이 적절한 요소에 투입되고 공개되면서 스타일리시한 드라마임을 보였다.
아이두 : 전체적으로 평이했다. 눈에 띄게 앞선 것도, 떨어진 것도 없었다. 결국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강한 인상은 주지 못했다. 수목극 경쟁이 치열한만큼 차별화된 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각시탈 : 규모에 비해 구성 및 연출이 아쉬웠다. 주인공인 주원과 볼거리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다른 요소들이 밋밋하게 그려진 까닭이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액션신도 임팩트없이 그쳐 심심한 슈퍼 히어로 드라마라는 인상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