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74분이면 충분했다. 1회 방송분만으로도 캐릭터 소개와 인물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고 드라마 성향도 짐작 가능했다. 앞으로의 방송에 대한 기대감까지, 꽉꽉 눌러 채워 넣은 첫방송이었다.
지난 26일 첫방송된 SBS-TV '신사의 품격'. 기대에 부응하는 첫 성적표를 냈다. 27일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에 따르면 '신사의 품격' 1회는 14.1%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12.2%를 기록한 MBC-TV '닥터 진'에 누르며 주말극 경쟁을 주도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무엇보다 전작에 비해 김은숙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다소 식상한 설정과 캐릭터가 그대로 노출됐다. 아직은 스토리보다 배우들에 더 눈이 갔던 것도 그 까닭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진화를 꿈꾸는 '신사의 품격'. 과연 불혹의 로맨스도 안방극장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첫 회에서 보여 준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짚었다.
◆ 장동건의 코믹감각=12년 만의 드라마 복귀였다. 게다가 반듯하고 진지한 장동건의 이미지와상반되는 허당 까도남이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본다는 기대감만큼 캐릭터 적응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신에 대해서만큼은 걱정의 시선을 거둘 만 했다. 장동건은 의외의 코믹 감각을 내세우며 드라마를 리드했다. 능청스러운 표정연기와 뻔뻔한 대사처리로 캐릭터에 색을 입혔다. 20년차 배우 장동건의 또 다른 매력을 기대하게 했다.
◆ 채널고정 스피드=시선을 붙잡을 만한 속도였다. 1회 안에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김하늘, 윤세아, 김정난 등 주요 캐릭터 성향과 인물관계를 집약해 보여줬다. 주요 러브라인도 1회에서 대부분 그려지면서 거침없는 극 전개를 예고했다.
풍부한 에피소드 영향이 컸다. 72분동안 쉴새 없이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털실신, 야구단신, 경찰서신, 학교신, 파티신, 편의점신, 카페신 등이 짧은 시간안에 치고 빠지는 식이었다. 반복되는 신이 극히 적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았다.
◆ 리얼 로맨스=확실히,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었다. 기존 2030 로맨스가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불혹의 로맨스는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과감한 표현과 솔직한 시선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인식을 줬다.
김은숙 작가에게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은 동화 속 이야기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 좀 더 현실성있는 스토리를 약속한 만큼 이번에는 어떤 식의 러브 스토리가 완성될지 지켜볼 만 하다.
◆ 식상한 설정='신사의 품격'의 가장 큰 무기는 김은숙 작가다. 하지만 1회에서는 김 작가의 장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특유의 재치와 신선한 발상보다는 다소 식상했던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띄었던 것.
대표적인 예가 김도진의 가방 버클에 서이수의 니트 올이 걸리는 신이다. 빨간 털실과 실이 풀려 만남을 갖는 과정들은 사실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설정이었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었던 만큼 아쉬움은 더욱 컸다.
◆ 변화없던 로코퀸=김하늘은 대표적인 로코퀸이다. 하지만 이번 회에서는 그 매력이 미처 다 보이지 못했다. 연기력 자체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캐릭터 표현이 지루했다. 비슷한 연기 스타일로 전작 속 캐릭터가 오버랩됐다.
극 중 존재감면에서도 2% 부족했다. 김하늘은 1회에서 장동건과 함께 상당수 스토리를 리드했지만 강렬한 인상은 심어주지 못했다. 결국 이번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김하늘의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