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영화 '돈의 맛'이 확실히 '돈맛'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영화기자를 대동, 이른바 '칸' 플레이에 나선 것. 그 위력은 대단하다. 국내의 미지근한 반응과 달리 현지발 기사는 뜨겁기 그지 없다. 이미 수상은 따 놓은 당상이다.
'돈의 맛' 측은 지난 23일 영화기자 40여 명과 함께 프랑스 칸을 찾았다. 항공 및 숙박비 일체는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전액 부담하는 조건이다. 제 65회 칸영화제 현지 취재를 돕겠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는 '돈의 맛' 홍보에 올인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롯데'의 용단(?)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상당히 배치된다는 것. '돈의 맛'은 돈으로 모든 것을 취하는 재벌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 및 상영 행태는 물질로 공세하는 재벌 마케팅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돈의 맛'의 이중적 태도를 짚어봤다.
◆ 관객이 외면한 영화…개봉 2주차 하강곡선
임상수의 진화로 완성된 영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영화, 칸에서의 수상 유력 징후…. 이상은 '돈의 맛'에 대한 영화사의 자평이다. '돈의 맛'은 칸 경쟁부문 진출이라는 호재를 적극 활용, 영화에 대한 기대와 이슈를 키워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돈의 맛'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기대 이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의 네티즌 평점은 6.46점. 경쟁작인 '내 아내의 모든 것' 8.26점, '맨인블랙3' 7.77점, '어벤져스' 8.25점에 못미치는 수치다.
흥행성적은 2주차 이후 반에 반토막이 났다. '돈의 맛'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개봉 당일 17일이 유일했다. 21일 이후 관객의 외면이 시작됐다. 주말을 앞둔 지난 25일 금요일에도 '맨인블랙', '내 아내~'의 1/4 수준인 4만 2,785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 뜨거운 현지發 뉴스…검증없는 보도자료 전송
관객은 외면했지만 기사는 쏟아진다. 대중의 선택과는 동떨어진 찬양 기사가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칸 특수성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의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영화사에서 작성한 보도자료까지 검증없이 내보내고 있다. <돈의 맛, 칸영화제 수상 유력 징후 포착>이라는 내용으로 쏟아진 기사들이 그 예. 이는 홍보사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로, "폐막 하루 전에 상영하는 것은 수상을 위한 배려"라는 황당한 논리를 담고 있다.
실상은 어떨까. 취재 결과, 날짜와 수상은 연관성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년간, 폐막 하루 전에 상영해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더 클래스'(2008년)가 유일했다. 대부분 영화제 초반, 혹은 늦어도 폐막 3일전에 공개돼 현지에서 이슈를 생산한 작품에게 황금종려상이 돌아갔다.
◆ 개봉 2주차 드롭률 무시…스크린수 400개 유지
'돈의 맛' 홍보는 영화의 메시지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한 영화계 인사는 "돈을 꼬집는 영화가 돈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면서 "돈에 모욕당하지 말자는 영화를 상영하면서 영화계를 돈으로 모욕하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놨다.
영화 상영도 돈과 권력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 배급·투자를 맡은 롯데는 2주차 급격한 드롭율에도 불구 비상식적인 스크린 확보에 나섰다. 일 평균 관객수가 5만 명 이하로 떨어졌지만, 롯데시네마를 중심으로 400개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 충무로 관계자는 "애초 배급만 맡았던 롯데가 팸투어 등 P&A 비용을 부담하면서 투자자로 지위를 격상시켰다"면서 "롯데가 언제부터 예술영화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작품성에 상관없이 드롭률이 높으면 가차없이 스크린에서 빼는게 롯데아니었냐"고 토로했다.
'돈의 맛'은 돈의 권력을 꼬집은 영화다. 임상수 감독은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CJ 등 대기업에서 투자를 기피했다"면서 "돈 좀 있다고 사람들을 모욕하는 최상류층의 생얼을 담고, 현실에 대한 분노를 그렸다"고 메시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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