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명구기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신파극도 아니건만 무명 걸그룹 '티엔젤'이 쏟아내는 사연은 실로 눈물이 날만 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걸그룹. 그나마도 대형기획사와 가난한 기획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각하다.
'티엔젤'은 자칭 '행사돌'이고 걸그룹이란 호칭 조차도 호사스럽다고 여긴다. 행사를 죽기 살기로 뛰지 않으면 않되는 '100% 리얼 생계형'이라는 것이다. '티엔젤'이 뭐고, 멤버가 누구인지 보다 그들의 24시부터 간단히 주목해 보자.
보통 10시간 승차, 20분 공연. 하루 평균 1,000km 이동. 행사는 종류불문 불러만 주면 모두 달려간다. 노래? '가요무대'의 고전 트로트부터 최신 걸그룹 인기가요까지 전천후 가능하다. 정작 자신들 노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부른다.
심한 말로 이렇게까지 명맥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티엔젤'을 이끄는 하승욱 대표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걸그룹 관리하는게 인기가 있든 없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포기하지 않는한 나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아닌가."
왜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가는가? 이 대목에서 '티엔젤'은 말한다. 외모나 몸매는몰라도 노래만큼은 자신 있다고. '티엔젤'은 리더 박정아, 마을, 한소리, 해인 등 4명으로 구성됐다. 평균 연령 26세. 가수 한답시고 산전수전 한번씩 겪어본 멤버들이다. 각개전투로 이제살펴보자.

10시간 차타고 20분 공연...동창회, 칠순잔치 행사불문
"입만 안열면 섹시하다는데, 입 열면 푼수끼가 넘치나 보다. 동안이라는 소리도 한때 들었고중학생 외모라는 적도 있었다. 아, 누구 닮은꼴 하기 싫지만 산다라 박 짝퉁이라고 하면 맞장구 치는 사람이 많다."(박정아)
"멤버 가운데 춤을 그나마 잘춰서 안무담당이다. 데뷔 이후 하루가 다르게 예명이 바뀌고 있다. 거쳐간 이름이 열개는 된다. 지금 쓰는 이름은 아버지가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되라고 마을이라고 지어줬다. 본명은 윤성경이다." (마을)
"메인보컬을 맡고 있다. 트로트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 '트로트계의 거미'라는 소리를 듣는게꿈이다. 실력파 트로트 가수가 된 뒤 내가 기획사를 차리고 싶다." (한소리)
"노래 할 때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팀에서는 170cm 장신이고 몸매도 우월하다. 문제는 멤버들 지적에 따르면 볼륨이 없단다. 절대 인정할 수 없지만." (해인)
장돌뱅이 행사로 단련된 탓일까. '티엔젤'의 입담에 거침이 없다. 멤버들이 노래를 잘하는 이유는 타고난 재능과 탄탄한 기본기란다. 이력을 보니 뮤지컬 무대를 거친 멤버가 둘이나 됐다.

폭우 속 동물원 공연, 관객 1명, 코끼리 앞에서도 노래
'티엔젤' 뜻을 물으니 트로트와 천사의 합성어라고 한다. 전공분야인 행사이야기로 돌입했다.시작하기가 무섭게 화장실 이야기부터 꺼냈다. 장거리 이동이 많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용변 타이밍을 제대로 조절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번은 공연시간에 임박해서 지방 무대에 도착했다고. 멤버 한명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 대표는 '싸도 무대에서 싸라'며 무대로 밀어넣으려 했다고 한다. 결과는 멤버 한명이 화장실로 이탈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행사돌의 집은 다름 아닌 승합차다. '행사의 여왕'을 따라잡기 위해 하루 평균 10시간 차를 타고 1,000km를 이동한다. 경상도, 전라도 찍고 서울 왔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시스템이반복된다. 한 멤버는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허리가 아프고 욕창이 생길 정도라고 털어놓으며 웃는다.
생계형 행사돌 답게 안돌아 다녀본 행사가 없다. 초중고 동창회, 대학, 군부대, 칠순잔치 등등. 웬만한 행사진행은 이제 멤버들 스스로 달인이 됐다. 그래서 레퍼토리 역시 동요, 최신가요, 트로트 장르별로 모두 준비해 다닌다.
이쯤에서 멤버들이 웃으며 쏟아내는 사연에는 웃을 수만은 없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제일 황당했던 행사 시리즈 두 가지를 들어보자.

동창회 행사 관객 무관심에 막걸리 퍼마시고 음주공연
"지방 한 초등학교 총동창회에 공연을 하러 갔다. 그런데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도 없었고 배구시합에만 열중했다. 너무 속이 상해서 그쪽으로 가서 막걸리나 달라고 했다. 멤버 모두 막걸리를 퍼마시며 관객과 친해졌다. 그 다음에야 신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음주공연이었던셈이다."
"장소도 정확히 기억난다. 대전 동물원 행사였다. 하필 그날따라 폭우가 쏟아졌다. 객석에는 관객이 딱 한명이 있었다. 객석 뒤쪽이 코끼리 사육장이었는데 코끼리가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공연을 했다. 관객 한명과 코끼리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행사돌에겐 성희롱급 돌발상황도 참아야 할 일들 중 하나다. 손닿으면 뽀뽀하려는 취객은 예사다. 손을 잡고 안놔주는 아저씨, 껴안는 아저씨. 종류도 가지가지라고 한다. 상황은 항상 다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항상 긴장이 필수라고 한다.
사실 '티엔젤'의 역사는 '카라'에서부터 시작된다. 보통 알고 있는 한류스타 '카라'는 물론 아니다. 하승욱 대표는 "티엔젤의 전신은 2006년 3월 음반, 방송활동을 한 카라(cara)다. 나중에 한류스타 카라(kara)가 나왔다. 한글 이름이 같아서 분쟁이 있었다. 법적보호조치를 해두지 않은게 실수였다. 이후 티엔젤로 팀명도 고치고 멤버도 새로 꾸렸다"고 밝혔다.
자신들 노래 보다 남의 노래를 더 많이 하는 행사돌 '티엔젤'. 뒤늦게 타이틀곡을 물었더니 '오빠야'라고 합창한다. 댄스풍 세미 트로트인 이곡은 멜로디가 쉬워 한번 들으면 다 따라 부를수 있는게 장점이란다. 기사에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리더 박정아에게 맡겼다.
"티엔젤, 100% 라이브만 해요. 그런데 행사가면 'AR을 틀었네, 립싱크를 하네'하고 의심들을하세요. 궁금하면 무슨 행사든 불러주세요. 직접 증명해 드릴께요. 아, 또하나 멤버들 모두 애주가라 분위기 살리는데는 최고예요. 특히 회사 행사에서도 위 아래 안가리고 할 말 다 하니까 스트레스 쌓은 직장인들 행사 때 저희를 추천해 주세요. 절대 후회 안할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