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에 서울의 곳곳이 등장해 한국 영화 팬들을 열광케 했다. 당시 크리스 에반스가 내한해 촬영했고, 우리 배우 수현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했다.
최근에는 앤 해서웨이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콜로설'이 지난해 3월 경기도 부천과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촬영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에 앞서 미국의 TV 시리즈 속에서도 한국이 등장한 사례는 많다. 시리즈 팬이 아니면 잘 몰랐을 할리우드 속 코리아, 어떤 장면이 있었을까.
# "Simpsons Love Korea"
미국의 최장수 애니메이션인 폭스 '심슨 가족'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인기 시리즈다. 현재 시즌 28이 방영되고 있다.
'심슨 가족' 작화를 맡은 업체가 한국 기업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심슨 가족'에는 한국을 소재로 한 대사나 장면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다.
오랜 방영 기간 동안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인 H와 K의 이름이 종종 언급됐으며, 태권도도 도복을 입은 등장인물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도 자주 등장한다.
김정일과 김정은을 희화화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한류 열풍이 분 뒤에는 음식 블로거가 된 마지 심슨과 아이들이 코리아타운을 방문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한국 교육열을 꼬집는 대사가 등장한 적도 있으며, "한국인들이 그린 에피소드 재미있게 보셨나요?"라는 대사가 나온 적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많은 한국 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에피소드는 2007년 방영된 시즌 19의 7화 '허스번드 앤 나이브스' 말미에 등장한 만화방 주인의 한국어 노래 방면이다.
밀로라는 이름의 이 장난감 가게 주인 캐릭터는 잭 블랙이 목소리를 연기했다. 잭 블랙은 톰 존스의 히트곡 '왓츠 뉴 푸시캣'을 한국어로 바꾼 '안녕 푸시캣'도 직접 불렀다. 극중 캐릭터는 장난감 가게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추며 이 노래를 열창한다.
"안녕 푸시캣 난 꽃도 있고 함께할 시간도 많으니 넌 가서 귀여운 네 얼굴을 꾸며봐 푸시캣 사랑해 정말로 너와 나의 고양이"라는 가사를 어설프게나마 발음하는 잭 블랙의 목소리가 흥미롭다.
# 그땐 모두가 강남스타일! 뮤지컬 드라마 '글리'
미국 10대 루저들이 합창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폭스의 뮤지컬 시리즈 '글리'는 매회 인기 팝송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극에 삽입,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글리'는 제작 당시 가장 인기 있는 팝을 재편곡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빌보드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글리' 시즌4 8화에서 보여준 '강남스타일'은 색다르다. 합창 대회에 출전한 고교 합창팀 '뉴디렉션' 멤버들이 만들어낸 '강남스타일'은 여자 보컬이 리드하고, 탄탄한 화음을 자랑한다.
노래에 곁들인 안무도 시청 포인트. '강남스타일' 실제 안무인 말춤 등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뮤직비디오에서 노홍철이 춘 '저질 댄스'를 단체로 추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낸다.
# 의사 출신 뼈그맨 켄 정의 '닥터 켄'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켄 정이 ABC 미드 '닥터 켄'의 주인공으로 나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제작자이자 작가, 주인공까지 1인 3역을 맡은 켄 정은 한국계 미국인. 의사 출신 코미디언인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시트콤에 담았다.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 줄로만 알았던 '닥터 켄'은 엉뚱한 사차원의 외과의사 켄과 그 가족들의 모습은 평범한 미국인 같다.
켄 정이 과거 인터뷰에서 "다문화 시트콤이지만 다문화를 강조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 말처럼 '한국계'라는 특징은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실제 미국에 사는 한국계 이민 2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으려 노력한 듯하다.
그렇다고 한국적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배우고, 또 핼러윈데이에 한국 귀신 이야기를 하는 등 반가운 모습이 많다.
중요한 것은 한국계 미국인인 주인공 켄 정이 시트콤 제작에 적극 뛰어들어 한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미국 드라마에 녹여낸다는 점이다.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는 또 다른 모습을 보는 점이 흥미로운 시트콤이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폭스, A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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