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서보현기자] 이 배우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감당할 수 없다. 그의 도전은, 변신은, 그리고 연기는 예측 밖의 영역이다.
그는 수시로, 새로워졌다. 좀처럼 한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았다. 반항아를 기대하는 순간 순진한 청년이 됐고, 순수한 얼굴을 떠올리는 순간 극한의 악인이 됐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길을 걷지도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또 자기가 믿는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이 배우는 유아인이다.
◆ "시작, 연예인을 쫓던 철부지"
사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다. 그저 연예인이 하고 싶은 10대 소년에 불가했다. 어쩌다 아이돌 가수를 준비했고, 꽤 오랜시간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다행(?)히도 노래를 못해 가수를 포기했다. 그러다 우연히 학원물 '반올림'(2003년)을 만났다. 대중에게 유아인을 소개한 첫 드라마였다.
그 때였을까. 배우로 살아야겠다고 느낀 순간이…. 유아인은 역시나 예측불허였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기는 나랑 안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갓 사춘기를 지났을 때였죠. 저는 유독 성장통을 심하게 겪었어요. 사회에 불만도 많았고요.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품지도 못했죠."
◆ "첫 영화, 배우를 꿈꾸게 하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놀면 뭐하나'라는 생각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운명처럼,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감독 노동석)를 만났다.
유아인은 당시를 '내 인생의 사건'으로 기억했다. 그 영화를 찍으며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의욕이 생기자 연기가 즐거웠다.
이후부터는 주저없이 연기했다. 영화 '완득이', '깡철이',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장옥정' 등을 했다. 그러다 20대 후반, 또 다시 성장통이 찾아왔다.
유아인은 "스스로에게 식상함을 느꼈다. 내가 어떤 배우인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여기저기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 "성장통, 가야 할 길을 알았다"
두 번의 성장통 끝에 확실해진 건 배우로서의 노선이었다. 어떤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 대신 어떤 배우가 돼야할지 더 분명히 깨달았다.
"한 때 한류스타나 핫스타를 꿈꾼 적도 있어요. 교만이죠. 그런 독보적인 얼굴도 아닌데 말이죠. 지금은 제가 진짜 바라는게 알아요. 좋.은.배.우.입니다."
유아인은 쉼없이 부딪히며 자신을 다듬어갔다. 20대 후반은 의욕을 실력으로 바꾸는 시기였다. 더 진지하고, 또 섬세하게, 서른을 준비했다.
그는 "이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했다"면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신뢰를 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베테랑'(류승완 감독)이었다.
◆ "베테랑, 배우로서의 전환점"
꽤나 도전적인 일이었다. 장르물, 게다가 첫 악역이었다. 그러나 유아인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계산, 혹은 고민없이 무조건 해야하는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류승완 감독,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등과 함께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들과 호흡을 맞추고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하지만 내색은 금물이었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져야 했다. 작품 속에서만큼은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했다. 동등하게 맞서야 했다.
유아인은 "그 어떤 구멍도 없어야 했던 작품"이었다며 "특히 조태오는 긴장을 만드는 축이다. 내가 구멍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과제이자 목표였다"고 말했다.
◆ "조태오, 순수한 악역으로 설정"
조태오란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유아인은 그를 순수한 악역으로 설정했다. 극악무도하지만 소녀성을 가진, 상반된 이미지의 악역을 상상했다.
"기존 악역을 따라하고 싶진 않았어요. 덜 자란 인간의 모습, 이를 '천진'(?)한 얼굴로 풀고 싶었어요. 그게 더 신선하고 충격적일거라 믿었습니다."
그 결과 유아인은 전에 없던 캐릭터를 만들었다. '구멍' 혹은 '부담'이라는 말이 엄살로 느껴진 정도였다. 그의 선택은 정확했고, 집중은 (관객의) 몰입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제게 기대를 안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제 개성과 고민을 캐릭터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반응까지 덤으로 얻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유아인, 제 길을 아는 배우가 되다"
유아인은 '베테랑'을 전환점이라 말했다. 장르물과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설명했다. 배우 유아인으로서의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전 열등감 덩어리에요. 피해의식도 많죠. 그런 제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연기더라고요. 이렇게 조금씩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는 연기, 한 길을 걷겠다고 했다. 매번 다른 작품을 하는 건 그 길을 탄탄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자연스런 연기를 위해 늘 도전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지금까지 이 배우는, 고민 속에서 성장해왔다. 수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잊지 않았다. 이게 유아인이 가진 경쟁력이다.
"박수를, 또 반대로 아유를 받을 때도 있겠죠.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가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꿈꾸는 길이요?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는 것, 그 뿐입니다."
<사진=서이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