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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노래하는 승기가, 제일 즐겁다"…이승기, '삭제' 없는 150분

[Dispatch=유하늘기자] 기다린 세월만 13년이다. 그 사이 이승기도, 아이렌(팬덤명)도 많은 시간을 건넜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모두가 그 시절로 돌아갔다.

익숙한 전주에 환호성이 터졌다. 일부 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다 눈시울을 붉혔다. 이승기는 그 마음에 화답하듯, 온 힘을 다해 노래했다.

배우, 가수, MC. 이승기에게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날 가장 빛난 이름은 '가수 이승기'였다.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공연 타이틀은 '기승전락'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뜻하는 '기승전'에 즐거움을 의미하는 '락'을 더했다. 삶의 여러 순간을 지나온 이승기가 음악으로 다시 팬들과 만난다는 의미다.

이승기가 지난 23~25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에서 '기승전 : 樂'을 개최했다. 무려 13년 만의 단독 콘서트다. '디스패치'가 마지막 공연을 함께했다.

◆ 기 | 소년의 노래

강렬한 드럼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승기는 '잊지마, 기억해, 늦지마'를 부르며 등장했다. 시작부터 폭죽과 꽃가루가 터졌다.

"2013년 마지막 공연 이후 13년 만이네요. 가수 이승기로 다시 인사드리기 위해, 긴장하며 준비했습니다. 후회 없도록 알찬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데뷔 시절로 돌아갔다. 이승기는 정규 1집 '나방의 꿈'을 꺼내 들었다. 동명의 수록곡과 '여행 가는 길'을 연달아 선보였다. 20년 전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시간이 흐른 만큼, 노래를 대하는 감정도 깊어졌다. 이승기는 "나비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떠오른다. 새삼 뭉클하게 다가온다"며 애틋함을 전했다.

'착한 거짓말', '하기 힘든 말', '삭제' 등이 이어졌다. 이승기 특유의 애절한 발라드 감성이 살아났다. 단단한 고음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어우러졌다.

같은 노래지만, 울림은 달랐다. 소년이 부르던 이별 노래에 세월의 깊이가 더해졌다. 팬들은 그 변화를 함께 느끼며 추억을 되짚었다.

◆ 승 | 음악의 발자취

공연은 가수 이승기의 발자취를 따라 이어졌다. '소년, 길을 걷다', '되돌리다', '사랑'을 차례로 들려줬다. 익숙한 곡들로 관객들의 기억을 깨웠다.

진지한 무대 사이에는 특유의 예능감을 더했다. 이승기가 농담을 던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팬들은 그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 무대에서는 뜻밖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노래 도중 꽃가루가 목에 들어간 것. 이승기는 곡을 마친 뒤 "목 막힌 사랑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에서는 랩을 선보였다. 서툴지만 열정적인 모습에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팬들은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응원을 보냈다.

이승기는 '결혼해줄래'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유로운 무대 매너로 팬들과 호흡했다. 전광판에는 커플들의 다정한 모습이 비쳤다.

이어 '금지된 사랑'으로 압도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선보였던 커버곡이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고음에 객석 곳곳에서 감탄이 터졌다.

◆ 전 | 시간이 더한 깊이

공연은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이승기는 '굿바이'로 분위기를 바꿨다. 뜨거운 에너지 대신 차분한 감성을 꺼내 들었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승기는 "올 한 해 콘서트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준비한 음악을 아낌없이 들려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본 공연은 '너의 곁에 내가'로 막을 내렸다. 이승기는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노래를 풀어냈다. 폭발적인 가창력 속에서도 섬세한 표현을 잃지 않았다.

"살다 보면 지칠 때도 있잖아요. 이 노래처럼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팬들은 마지막 소절까지 귀를 귀울였다. 노래가 끝나자, 긴 박수가 이어졌다. 이승기는 객석을 천천히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 락 | 끝나지 않은 축제

그가 무대를 내려가자마자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다.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승기는 뜨거운 환호 속 다시 무대에 올랐다.

"여러분, 즐길 준비됐어요? 모두 일어납시다!"

본격적인 락(樂)의 시간이었다. 여기에 록(Rock) 에너지를 더했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정신이 나갔었나 봐'에서는 밴드 사운드가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뛰었다. '여행을 떠나요'가 시작되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화려한 불꽃 효과가 열기를 더했다. 팬들은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승기 역시 무대를 쉴 새 없이 누비며 에너지를 쏟아냈다.

마지막은 '내 여자라니까'로 마무리했다. 무대 위에는 다시 풋풋한 연하남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련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 늘 같은 자리에

이날 콘서트에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 전 세계 아이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이승기가 오래도록 노래해 주는 것.

"저희는 3년 전 자카르타 팬미팅에도 갔어요. 인도네시아 아이렌은 오빠를 많이 보고 싶어해요. 변함없이 '가수 이승기'로 남아 주세요. 사랑합니다(Aku Cinta Kamu)." (리니·예씨 / 인도네시아)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한 국내 팬은 "13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말 그대로, 성대를 갈아 넣었다"며 감격했다.

그 말처럼, 이승기는 마지막까지 목을 아끼지 않았다. 애절한 발라드부터 폭발적인 록 무대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아이렌은 늘 같은 자리에서 그를 기다렸다. 이승기는 150분간의 노래로 화답했다. 그렇게, 기다림을 즐거움(樂)으로 채웠다.

<사진출처=DCI, 디스패치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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