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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이유가 있다"…'100일의 거짓말', 추격의 기세

[Dispatch=유하늘기자] 익숙한 시대극에 속도감을 더했다. 첩보의 긴장감에 로맨스의 설렘을 녹였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장황한 설명 없이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강점은 빠른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다. 첫 회부터 암살 작전을 내세워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목적이 저마다 다른 인물들을 촘촘히 엮어 극의 밀도도 높였다.

tvN에는 이미 시대극 로맨스의 성공 사례가 있다. '미스터 션샤인'(2018)으로 최고 시청률 18.1%를 기록했다. '100일의 거짓말'이 흥행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출발은 순조롭다.

'100일의 거짓말'은 첩보 로맨스 드라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경성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 엘리트 통역관의 만남을 그렸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2인자 사토 신이치(진선규 분)를 겨냥한 암살 작전을 전개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긋날지 모르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이야기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독립보다 생존이 중요한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 분), 조선인 소매치기 출신의 일본 통역관 사토 히데오(박진영 분).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전형적인 독립투사와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는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인물들의 과거를 일일이 풀어놓지 않는다. 익숙한 시대 배경에 장면을 소비하지 않았다. 대신 사건과 선택에 집중했다.

실제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도 있다. 극 중 '계암리'의 비극은 제암리 사건(1919)을 연상시킨다. 일제가 주민들을 학살하고 마을에 불을 지른 사건이다. 서양식 주택 '희원'은 '딜쿠샤'를 닮았다. 독립운동의 실상을 해외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의 옛 가옥이다.

김유정의 연기력은 명불허전이다. 그는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 이가경 역을 맡았다. 조선의 독립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여긴다. 훔친 물건을 팔아 미국으로 떠나는 것이 목표다.

가경의 손끝이 스치면, 가방과 지갑이 단숨에 사라진다. 그 과정이 한 편의 뮤지컬처럼 경쾌하게 펼쳐진다. 빠른 몸놀림과 익살스러운 표정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가경은 미국인 선교사 집에서 안잠자기(식모)로 일한 과거가 있다. 덕분에 3개 국어(한국어·영어·일본어)를 구사한다. 이 언어 능력은 위기를 모면하는 생존 수단이자, 첩보극의 긴장을 높이는 장치다.

김유정은 능청스러움과 진중함을 자유롭게 오간다. 평소에는 가벼운 몸짓과 재치 있는 말투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특히 4회 오프닝이 압권이다. 납치범의 총구가 이마에 닿자, 두려움에 흔들리던 눈빛이 돌변한다. 이내 독기를 품고 "내 배후는 조선이다. 나에게 배후가 있다면, 그건 2,000만 조선인이다"라고 울부짖는다.

앞으로 펼쳐질 로맨스도 기대 요소다. 가경은 히데오와 복잡한 관계로 얽힌다. 경계와 반감에서 출발하는 '혐관 로맨스'에서 김유정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빛을 발할 전망이다.

박진영은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의 양아들 사토 히데오를 맡았다. 조선인 소매치기 출신의 일본 엘리트다. 일본인 양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조선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히데오는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박진영은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냉정한 얼굴 뒤에 감춰진 불안과 울분을 절제된 연기로 풀어냈다.

주변 인물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현주와 진선규는 팽팽한 대립으로 초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붙잡았다.

김현주는 독립운동 단체 구국단의 저격수 유소란으로 등장한다. 13년 전, 사토 신이치에게 딸을 잃었다. 깊은 상처를 품은 채 복수를 다짐한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단단한 눈빛으로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딸을 잃는 회상 장면에서는 처절한 슬픔을 쏟아냈다. 절제와 폭발을 오가며 극의 무게를 잡았다.

진선규는 사토 신이치로 강렬한 악역을 완성했다. 그는 일본에서 2개월간 생활하며 하루 7시간씩 일본어를 공부했다. 능숙한 일본어와 어눌한 한국어로 인물의 이질감을 살렸다.

'100일의 거짓말'은 4회까지 장르적 재미를 확실히 보여줬다. 암살 작전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개성 있는 인물들로 이야기를 확장했다.

시청률 상승 비결도 여기에 있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 입체적인 캐릭터가 맞물렸다. 매회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균형이 관건이다. 첩보와 독립운동, 로맨스라는 세 요소를 조화롭게 풀어내야 한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에도 설득력을 더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가경과 히데오의 로맨스가 그렇다. 둘 사이에는 여전히 경계와 의심이 앞선다. 그런데 히데오가 4회, 갑작스레 호감을 드러낸다. (시청자의 감정이 이입되기도 전이다.)

'100일의 거짓말'의 초반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속도감으로 시선을 붙잡았고, 호연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이제 남은 건, 기세를 타고 오르는 일.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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