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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이가 드는 건, 두렵지 않다"…전지현, 도전의 한걸음

[Dispatch=이아진기자] "과거에 얽매일 필요도,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 전지현은 명쾌하고 단단했다. '군체'의 권세정 역으로 무려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부담감이 클 법도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담담했다. 그저 좋은 작품과 인연이 닿았고, 늘 그래왔듯 연기에 집중했을 뿐이라는 것.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나이가 드는 것은 한계가 아닌, 또 다른 깊이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약 3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났다.

"물론 예전만큼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이 나이에만 표현할 수 있는 깊은 감정들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도 배우로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지현이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연기에 집중하듯, 권세정 역시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체적인 두 인물이 맞닿자 캐릭터는 한층 더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디스패치'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전지현을 만났다. 영화 '군체'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을 증명해 낸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연상호의 팬이었다"

'군체'는 좀비물이다.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이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지현이 해당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연상호 감독 때문이었다. 전지현은 "연 감독의 모든 작품을 봤을 정도로 팬"이라며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시나리오를 펴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일단 주저 없이 출연 의사를 던지고 나서 시나리오를 열었다. 대본은 기대만큼 흥미로웠다. 독창적인 설정부터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기존 좀비물과 다른 설정들이 재밌었어요. 통제 불능의 좀비가 아닌, 네트워킹을 통해 진화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AI에게 본인의 생각을 양도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연 감독만의 경고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서 좋았어요."

연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지현은 "최고의 작업 환경이었다"며 "연 감독은 워낙 세계관이 뚜렷하기에 그걸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배우에게는 편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촬영 첫날부터 '군체'라는 작품을 선택한 걸 만족했어요. 첫 촬영 장면부터 좀비가 튀어나왔거든요. 영화의 긴박함이 현장에서 연기하면서도 느껴지더라고요. 관객들도 도입부터 몰입할 수 있겠다 확신이 들었죠."

◆ "정의라는 원동력"

권세정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타고난 정의감과 생명공학자로서의 지식을 무기 삼아 생존자들을 이끈다. 전지현은 이 캐릭터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성격에 대해 쉽게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과하게 의로운 거 아닌가 싶었다"며 "하지만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읽다보니 권세정의 의로운 성향이야말로, 극한의 상황을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이런 성향에 집중하며 연기했다. 공포에 떨기보다는 자신의 지식으로 사람들을 최대한 살리려 하는 모습에 중점을 둔 것. 감정 표현과 액션을 덜고 건조한 느낌을 살렸다.

"권세정이 너무 특별하게 보여지지 않길 바랐어요. 모두가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권세정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으로 보여졌으면 했죠."

후반부로 갈수록 권세정의 단단함은 배가된다. 명석한 두뇌를 활용해 진화한 좀비들을 따돌린다. 그렇게 건물에서 무사히 탈출해 감염 사태의 주동자인 서영철(구교환 분)을 끝까지 쫓는다.

전지현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바로 이 후반부 자동차 추격신을 꼽았다. "저는 스턴트맨 옆에서 운전하는 척 연기만 했다"며 "그런데도 좀비 사이를 아슬아슬 지나치며 정의구현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이 너무 통쾌했다"고 회상했다.

◆ 칸의 영광

전지현은 지난 16일 '군체'를 통해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이전에 해외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와 명품 앰배서더 자격으로 초청받은 바 있다. 한국 작품의 주연으로서 레드카펫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갔었던 칸은 칸이 아니었더라고요. 제대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오로지 저희를 위한, 저희가 충분히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긴장도 풀리고, 구교환 씨랑 재밌는 포즈도 취하고 했던 것 같아요."

칸의 강렬한 공기는 배우로서 새로운 동력이 됐다. 연 감독이 "칸에 너무 길들면 안 된다"고 장난스레 충고를 건네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인 현장의 에너지는 다시 느끼고 싶을 만큼 황홀했다.

전지현은 "가기 전에는 참석만 해도 영광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니까 너무 좋았다"며 "배우로서 욕심이 끝없이 생겼다. 다음에는 경쟁 부문에서 상을 받는 영광도 누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칸의 열기는 국내 무대인사 현장까지 이어졌다. 전지현은 특유의 재치 있는 성격으로 관객들과 활발히 소통을 나눴다. 팬들의 플래카드를 읽어주는 모습들이 온라인상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무대 인사 문화가 언제 이렇게 바뀐 건지 놀라웠어요. 이런 식으로라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특히 팬들의 플래카드를 읽는 재미가 상당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 플래카드가 몇 개 없더라고요. 누구보다 잘 읽을 자신 있는데...(웃음)"

◆ 배우의 책임감

전지현은 작품을 넘어, 무대인사까지 진심을 다한다. 그런 그에게 보내는 관객과 업계의 신뢰는 깊다. 그는 여전히 충무로에서 수백억 원대 대작을 이끌 수 있는 독보적인 여배우다. 그 뒤에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당연히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나만의 차별화된 무기를 만들기 위해 해외 러브콜이나 거친 액션 장르에도 쉼 없이 도전했죠. 그런 도전들이 쌓여 넓은 스펙트럼이 됐고, '군체' 같은 좀비물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된 것 같아요."

전지현에게 영화란 책임감의 영역이었다. 관객이 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콘텐츠라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작품보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작품에 출연하려고 한다. 그게 배우로서 극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책임감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 책임감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어졌다. 전지현은 늘 대중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매일 운동을 한다"며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최소한 그 속도를 늦추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운동보다 더 큰 비결이 있었다. 바로, 도전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던 일화를 공유했다.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제 60대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80대 어르신이 본인에게 '내가 60만 됐어도 뛰어다니겠다'고 하셨대요. 그때 정말 놀랐어요. 지금 무언가를 시작해도 60대에는 무조건 완성할 수 있는 게 있어요. 그러니까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며 주저하지 마세요. 일단 해보면 되는 거예요."

<사진출처=쇼박스, 김신애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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