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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997, 그 공기를 복원했다"…'태풍상사', 세트의 마술 (미술 감독)

[Dispatch=이아진기자] 같은 소품을 두고도 세대별, 경험별로 전혀 다른 기억이 튀어나왔다. 스태프 중 누군가는 "삐삐가 아닌 시티폰(보급형 이동통신)의 시대였다"고 했고, 또 누구는 "보급률이 낮아 삐삐를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렇듯 1997년을 100% 재현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미술팀은 방향을 바꿨다. 완벽한 고증보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공기를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이 선택은 통했다. '태풍상사'는 세대별로 다른 감정을 자극했다. IMF 세대는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조차 낯설지만, 정감 가는 풍경에 빠져들었다.

춥고 어두웠지만, 온기가 남아있었던 1997년. '태풍상사'는 어떻게 그 해를 2025년에 다시 불러올 수 있었을까. 김민혜 미술 감독에게 세트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 Take 1. MZ들의 IMF 시대 이해법

'태풍상사' 세트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두 가지였다. 첫째는 1997년을 완성도 높게 구현하는 것. 둘째는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낸 집단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술팀 대부분은 IMF를 직접 겪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한 세대였다. 연출, 제작, 소품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시대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곧 출발점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 회의를 했어요. 감독, 제작사 본부장 등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들려줬죠. 한 달 넘게 시대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문제는 사람마다 기억이 달랐다. 지역, 직장, 세대에 따라 사용하던 물건과 공간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공통된 정서를 찾기 위해 팀 내에서 끊임없는 토론을 벌였다.

"그 당시 20~30대셨던 분들에게 물어봐도 답변이 다 달랐어요. 그래서 고증의 기준을 세세하게 정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이전 세대 혹은 지역별 풍습이 섞인 복합적인 배경까지 세트에 담자고 결정했어요."

사진 자료도 유독 적었다. 김 감독은 "아픈 시기라서 인지, (국내 사이트에서는) 이미지를 찾기 힘들었다"며 "오히려 해외 사이트나 게티 이미지에서 더 생생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Take 2. 공간에도 성격이 있다

힘들게 모은 수백 장의 레퍼런스 이미지들이 하나의 길잡이가 됐다. 미술팀은 그 사진들을 보며 세트의 뼈대를 세웠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마음을 쏟은 곳은 태풍상사 사무실이었다.

"세트 중에서 사무실이 제일 레퍼런스를 찾기 힘들었어요. 주로 대기업 이미지만 나왔거든요. 중소기업들의 모습을 알아내기 위해 지방별 아카이브, 잡지, 신문 등 찾을 수 있는 모든 건 정말 다 찾아봤어요."

태풍상사는 단순한 회사가 아니다. 주인공들이 웃고, 버티고, 다시 일어서는 장소다. 김 감독은 그 시간의 결을 세트에 녹였다. 회사의 역사부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향까지 표현했다.

"태풍상사는 1970년대 강진영 사장(성동일 분)이 만든 곳이에요. 그래서 그가 젊은 시절 해외를 다니며 배운 감각을 반영하고자 했어요. 1960~1970년대 해외 사무공간의 디자인을 참고해 조명과 색감을 조절했죠."

책상 하나하나에도 캐릭터들의 성향을 반영했다. 감독은 "고마진 과장(이창훈 분)은 영업팀이라 외근이 잦다. 그래서 책상을 일부러 비워 보이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송중 대리(이상진 분)는 유행에 민감한 인물이라 최신 잡지와 인기 연예인 사진을 (책상에) 붙였다"며 "오미선 경리(김민하 분)는 일과 자기 발전을 위해 매일 노력한다. 그래서 업무 용품 옆에 영어사전을 뒀다"고 덧붙였다.

# Take 3. 시대의 복원

김 감독은 작은 소품들도 실제처럼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서류, 통장, 여권, 신분증 등 스쳐 지나가는 물건일지라도,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에게는 기억의 표식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품이 시대감을 살리기 까다로웠지만, 특히 어려웠던 것은 '계약서'였다. 레퍼런스도 부족했고, 그 시대 회사원들도 형식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보조 작가와 조감독까지 총동원됐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고증에 정말 진심이었어요. 소품팀은 당시 필체를 구현하기 위해 손 글씨 교정 학원까지 다녔을 정도였죠. 길거리 현수막, 간판, 포스터를 구현하기 위해 당시 활자체와 출력 방식, 유행 폰트까지 공부했어요."

전자제품은 가능한 한 실제 1990~1997년대 제품을 그대로 사용했다. 휴대전화, 삐삐, 시계, 라디오 등을 구하기 위해 중고 사이트, 경매 사이트, 해외 사이트 등을 샅샅이 살폈다.

"1997년도에 사용됐던 컴퓨터를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받았어요. 그 한 대를 사수하려고 팀원들이 밤새 모니터 앞에 앉아 가격을 계속 올렸던 기억이 나요."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것은 오프닝에 등장하는 텔렉스(전신타자기). 김 감독은 "독일에서 수입하려던 찰나, 대전의 한 박물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소품팀이 4번이나 찾아가 설득해 결국 대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Take 4. 1997년, 모든 장면에서 살아 숨 쉰다

향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또 다른 비법도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을 레퍼런스로 삼은 것. 1화에서 태풍이(이준호 분)가 찾은 줄리아나 나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1997년에 실존했던 입구와 다르게 만들었다.

"사전 인터뷰 당시 만난 오렌지족분들은 입구에 디제잉을 하는 남자가 그려진 간판이 있었다고 기억하셨어요. 사실 그 간판은 2000년대 초에 등장했어요. 하지만 기억을 토대로 한 고증이 더 강렬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8화에는 태국 출장 장면이 등장한다. 해외 장면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김 감독은 1990년대 태국 영화, 다큐멘터리, 게티 이미지, 현지 스태프들의 기억을 적극 활용했다.

"당시 태국은 색채가 굉장히 강렬한 것이 특징이었어요. 보라, 핑크, 연두 같은 색을 포인트로 사용해 1997년 태국의 온도감을 표현했죠. 이국적인 질감을 살리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천과 타일, 블록을 구입하기도 했어요."

세트에 대한 스태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감독은 "다들 세트에 들어오자마자 '와, 진짜 옛날 같다'고 했다. 이준호와 김민하도 '세트마다 색감이 다 예쁘다'고 칭찬해 줬다"고 떠올렸다.

"지금도 을지로에 가보면, 1970년대 지어진 계단과 문이 남아 있잖아요. 어떤 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조용히 남아서 우리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어른들의 시대를 품은 모습까지 세트에 담고 싶었습니다."

<사진제공='태풍상사'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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