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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윤의 별달린다] 이 낯선 세계에서 174분은 짧다 (국보 ★★ ★ ★)

[Dispatch=정태윤기자] '가부키'는 낯설다. '온나가타'는 생소하다. 러닝타임은 길다. 그런데 이 모든 진입장벽을 뚫을 만큼, 강력하다.

영화 '국보'는 일본 전통 예술 가부키를 소재로 한다. (한국 관객에겐) 익숙하지 않다. 여성 역할을 하는 남자 배우 '온나가타'는 더 생소하다. 러닝타임은 무려 174분 58초.

흥행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 장벽을 무너뜨렸다.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넘겼고 역대 흥행 13위에 등극, 170억 엔 흥행 수익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174분은 길지 않았다.

'국보'는 1964년부터 2014년까지,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키쿠오(요시자와 료 분)는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에게 맡겨지게 된다. 그의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분)와 라이벌로 성장한다.

가부키는 가문과 예명을 대대로 계승하는 구조다. '혈통이 아니면 정상에 설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키쿠오는 천재 온나가타다. 슌스케는 명문가의 핏줄이다.

영화는 두 소년의 대비를 따라 이어진다. 우정으로 시작해,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며 무대 위에서 서로를 채워주는 동료로 성장한다. 그러다 재능의 차이로 균열을 맞는다.

영화는 이 틈을 빠르게 찢지 않는다. 오히려 미세한 감정의 진동으로 그린다. 상대의 성공에서 느끼는 질투, 자신이 닿지 못한 재능에 대한 열패감,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애정.

두 사람의 눈빛과 대사 사이에 숨어 있는 감정을 쌓아나갔다. 이는 긴장으로 변했고, 우정을 낯설게 만들었다. 그 틈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더 비극적으로 비춰진다.

국보가 되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그 잔혹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피나는 훈련과, 역할을 위해 사라져야 하는 '나', 박수 속에서 오히려 고독해지는 순간들.

'국보'는 재능을 축복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재능은 사람을 고립시켰으며, 고립은 집착을 낳았고, 집착은 고통을 만들었다. 이 단순한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키쿠오의 천재성은 점점 두각을 드러냈고, 슌스케의 마음에는 열등감이 피어났다. 정작 키쿠오는 위로 올라갈수록, 슌스케의 '피'가 부럽다. "너의 피를 마시고 싶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들의 관계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되며 서로를 아프게 만든다. 사랑과 경쟁, 동경과 좌절, 지지와 배신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영화는 이 무너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국보'가 강렬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낯선 세계를 그리는 듯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다룬다. 인간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다시 일어서는 그 모든 감정의 밀도를 담아낸다.

예술가의 고통은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번역된다. 그래서 지루함 대신, 감정의 축적이 남는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무게를 완성했다.

요시자와 료는 눈빛 하나로 질투와 동경, 사랑과 두려움을 오가는 감정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악마와 거래했다"고 말할 정도로 한 분야에 미친 예술가의 모습은, 차가운 광기로 완성해 냈다.

요코하마 류세이는 명문가의 핏줄을 타고 났다는 우세함. 그러나 그 뒤에 숨긴 열등감, 좌절, 결국엔 혈통을 떠나 가부키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진심을 섬세히 쌓아갔다.

특히 두 배우는 1년 반 동안 가부키 배우가 되기 위해 혹독히 훈련했다. 자세, 시선, 호흡 등 온나가타의 형식을 재현이 아닌, 몸에 새기듯 연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상일 감독이 있다. 그는 재일교포 3세다. 일본 사회 속에서 완전히 내부자도, 외부자도 아니다. 그 사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풀어냈다.

이상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완벽한 내부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 거리감이 오히려 가부키라는 폐쇄적인 세계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부키라는 일본 전통을 미화하지도, 악의적으로 왜곡하지도 않았다.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때론 뜨겁게, 혹은 차갑게 작품을 완성해 냈다.

전통예술이라는 세계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본질이 돋보이는 이유다. 그래서 '국보'의 흥행을 이해하는 데 174분은, 필요한 전부였다.

한편 '국보'는 오는 19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이 낯선 세계에서 174분은 짧다 (★★ ★ ★)

<사진제공=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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