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이아진기자] "신우석 감독은 스타니까요." (민희진)
민희진은 변론 내내 신우석 감독의 능력을 칭찬했다. "신우석은 센스있는 마케터다", "신우석은 스타다", "신우석은 특이한 사람이다" 등의 이유로 뮤직비디오 게시 권한을 모두 부여했다는 것.
권한을 부여한 과정은 모두 '구두'로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행이라는 것. 본인이 대표 이사 재직 당시, 결과물을 확인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신 감독을 신뢰했음을 강조했다.
어도어 측의 입장은 달랐다. "민희진이 신우석에게 전례 없는 특혜를 제공했다"며 "고비용 수준의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뿐 아니라, 어도어의 이익에 반하는 공식 영상의 외부 유출 건에 대해서까지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이현석 부장판사)는 11일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제기한 1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3차 변론을 진행했다. 민희진이 돌고래유괴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양측은 ▲ ‘ETA’ 뮤직비디오 공개에 대한 구두 협의의 유효성 ▲ 배임 여부 ▲ 민희진의 특혜 제공 여부 등을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① 구두 협의?
신 감독은 지난해 8월, 돌고래유괴단 유튜브 채널에 뉴진스의 'ETA' 뮤직비디오 감독판을 올렸다. 어도어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진행한 일. 어도어는 협력 제작사인 '애플'로부터 삭제와 수정을 요청받았다.
어도어: 애플 측이 당사에 감독판 영상 삭제 혹은 수정을 요청해 왔다. 감독판 게시와 관련, 협력사들과 협의를 하고 진행한 게 맞나.
민희진: 구두로 협의했다. 애플 측, 애플 광고 대행사 TWA 측, 신우석 감독, 저까지 5명이 있었던 자리였다. 감독판은 본편과 결말이 다르다. 모두 신 감독만의 결말을 마음에 들어 했다. (이 곡이) 잊힐 때쯤 충격 요법으로 감독판을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민희진: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실무자들은 퇴사한 상태다. 현장 상황을 모르는 (애플) 담당자들이 프로토콜적인 메일을 보낸 것 같다. 하이브가 일부러 실무자가 아닌, 현 담당자들에게 형식적인 답변을 끌어낸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어도어: 뉴진스와 어도어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판결에서도 구두 합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진스가 민희진 대표의 프로듀싱이 하이브 측과 구두로 협의된 사항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배척했다. 전속 계약처럼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계약조차도 늘 구두로 진행한 것인가?
민희진: 방시혁도 내게 채용 제안을 할 때, 계약서상 키맨이라 적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당시 "내가 원하는 대로 창작하고 싶다"고 강조했고, 방시혁은 "민희진 월드를 만들라"고 답했다. 다 구두 계약으로 만들어진다. 업계 통상적인 일이다. 왜 신우석 감독만 걸고넘어지나.
② 배임?
민희진은 뉴진스 뮤직비디오의 수익성을 인지하고도, 돌고래유괴단 채널에만 디렉터스 컷을 공개하도록 허락했다. 어도어 측은 당사 이익에 반하는 행위로 봤다. 민희진이 '뮤비 조회수 높으니까 (광고주에게) 돈 더 뜯자'고 한 메신저 대화도 짚었다.
어도어: 당사 유튜브 채널 대신, 돌고래유괴단 채널에만 디렉터스 컷 영상을 올린 것은 사실상 라이선스 자체를 넘긴 것 아닌가. 이는 곧 어도어의 수익을 포기한 셈 아닌가.
민희진: 너무 비약적인 표현이다. 어느 채널에 올라가든 음원 저작권 수익은 어차피 어도어에 돌아간다. 나는 수익 창출만이 아닌, 무형적 가치의 창출까지 생각했다. 돌괴단 구독층은 어도어 채널과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광고 업계에 관심 많은 사람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오히려 더 광범위한 소비자들한테 홍보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도어: 정작 본인은 뉴진스 행사 출연 여부를 고려할 때 채널의 조회수, 파급력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한 적이 있다. 참고로, 본인이 거절한 A 채널은 구독자가 약 38만 명이었다. 돌고래유괴단 구독자 수(약 18만 명)보다 높았다.
민희진: 신우석 감독은 스타다. A 채널은 구독자 수는 높아도 네임드가 없다. 나는 인플루언서의 가치를 알았기에 신 감독의 채널에 영상을 올린 것. 콘텐츠를 어떻게, 어떤 채널에 올리는 게 중요하다. 이걸 센스 있게 해서 뉴진스가 인기를 끌었다. 인디한 채널에서 특이한 영상이 나왔기에 대중이 열광했다. 내가 히트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
③ 특혜?
민희진은 뉴진스 영상 용역에 대해 타제작사들과는 한 편당 2~3억 원 수준으로 계약했다. 돌고래유괴단은? 편당 10억 원 이상의 고액 계약을 반복 체결했다. 2023년, 뮤직비디오 4편에 제작비 약 33억 원을 지급했다. 돌고래유괴단의 당시 매출(약 132억 원)의 25%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어도어: 돌고래유괴단은 지난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2026년까지 영업 이익 180억 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 목표 달성을 돕기 위해 돌괴단에 일감을 몰아주며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닌가?
민희진: 보통 뮤직비디오 1편 제작할 비용으로 나는 5~6편을 만들었다. 'ETA'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에도, 비용을 최대한 아꼈다. 해외 촬영하러 가서 돌괴단과 협력해 한 번에 여러 콘텐츠를 뽑아내려고 노력한 것뿐이다.
어도어: 민 전 대표가 돌고래유괴단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체결한 계약서를 신우석 감독에게 받아 검토하지 않았나.
민희진: 계약서를 받은 건 맞지만, 저는 검토 안 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L 부대표가 회계사 출신이라 계약서를 봤을 거다. 나는 계약서에 무지하다. 내가 내 계약서도 제대로 안 읽어서 이 사달이 났는데, 남의 계약서를 제대로 알겠나.
어도어: 당시 어도어의 대표 이사로서 영상 게시 직전, 최종 결과물에 관해서 확인은 한 건가.
민희진: 그럴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촬영할 때 어떤 부분이 들어가면 안 되는지 주의 사항을 다 전달했기 때문.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신우석 감독을 믿고 맡겼다.
한편, 재판부는 변론 기일을 한 번 더 갖기로 했다. 다음 달 19일 오전 11시 20분에 4차 변론을 진행한다.
<사진출처=어도어, 돌고래유괴단 SNS, 디스패치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