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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일상이 되고, 전 세계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된 시대다. 그렇다면 극장은 어떤 해답을 보여줘야 할까. 극장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해야 할까.
그 고민 끝에 김성훈 감독이 선택한 키워드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선 교감이었다. 세계가 하나의 콘텐츠 시장으로 묶인 지금. 영화 역시 장벽 없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나혼자 프린스'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베트남 스태프와 함께, 현지 배우 황하와 이광수가 호흡을 맞춘 로맨스다. 감정, 꿈, 유대라는 보편적 키워드를 내세웠다.
김 감독은 "극장이라는 공간이 다시 의미를 가지려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순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베트남의 젊은 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협업을 꿈이 싹텄다"고 말했다.
'디스패치'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김성훈 감독을 만났다. 

베트남과의 협업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나트랑 영화 행사에 참석했다가 베트남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게 된 것. 현지 젊은 영화 감독들의 열정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영화 하나를 놓고 이야기하는데, '이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함께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2000년대 초중반, 한류 붐과 함께 한일 합작 영화 제작이 본격화됐다. 2010년대에는 한한령 이전까지 중국 자본이 유입되며 합작 프로젝트가 급증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과 베트남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전 합작과 완벽히 다를 순 없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로맨스를 떠올렸습니다. 같은 언어로 대화하면 익숙하고 별것 아닌 내용도 쉽게 지나치죠. 하지만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 한마디 한마디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 안에서. 소통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나혼자 프린스'는 아시아 프린스 강준우(이광수 분)가 매니저, 여권, 돈 한 푼 없이 낯선 이국땅에 남겨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곳에서 바리스타 지망생 타오(황하 분)와 엮이게 된다.
언뜻 보면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느껴지지만, 둘 사이에는 언어의 벽이 존재한다. 짧은 영어로는 한계가 있었다. 대신 몸짓과 눈빛으로 감정을 읽고 느끼며, 관계는 깊어졌다.
김 감독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지나치는 감정도 이 두 사람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며 "그래서 뽀뽀 한 번 하는 데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사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의 사랑은 낯익은 설정이다. 그러나 '나혼자 프린스'는 그 보다 더 깊은 지점을 두드린다. 이들의 로맨스가 시작되는 지점, 그 안에는 꿈이 있다.
그래서 영제는 '드림스 오브 유'(Dreams of You). 이 영화의 진짜 주제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노팅힐'처럼 첫눈에 빠지는 사랑이 아닌, 서로의 꿈에 스며드는 사랑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사랑에 빠져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고…. 그래서 나온 것이 '너의 꿈'이었습니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의 로맨스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다.
"꿈을 이룬 사람(강준우)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타오)이 서로의 다른 입장을 통해 자신의 꿈을 다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 '너의 꿈'이라는 제목도 거기서 나왔죠. 이 주제가 양국의 협업과 자연스럽게 링크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주인공 준우는 실제 이광수와 닮은 점이 많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아시아 프린스' 이광수가 떠오른다. 김 감독은 실제로 이광수를 모델로 삼아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처음엔 아이돌 배우를 주인공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인물이었으면 좋겠더라. 시놉시스를 정리하며 (이)광수에게 연락했다. 흔쾌히 '좋다'고 해주더라"며 캐스팅 배경을 전했다.
이어 "준우는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매너리즘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광수라는 배우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새로운 시각을 주면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미술, 조명, 촬영 등 주요 키스탭은 한국이 맡았다. 그 외 세부 디테일은 베트남 스탭들이 채워 넣었다. 촬영은 베트남 호치민과 달랏을 오가며 진행했다.
그는 협업 과정에 대해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걸 해본다는 마음이 더 컸다. 재미있는 작업이었다"며 "이 영화가 잘 된다면 합작 영화의 폭을 넓혀보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온 감독이다. 지난 2013년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로 입봉했다. 이후 '공조'(2017년), '창궐'(2018년)로 상업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엔 MBC-TV 드라마 '수사반장 1958'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이광수와 함께 디즈니+ '골드랜드'를 촬영 중이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AI 단편 영화에도 크리에이터로 참여 중이다. "실제 배우와 촬영하지만, AI가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실험 중"이라며 "새로운 포맷에도 도전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도 잘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에서 인사를 남겼다. 
"외국인 배경에 외국 배우가 나오는 이야기이고, 전개도 빠른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다양성이라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합니다. 뒤따라올 누군가를 위해 길을 만들어주는 영화가 되길 바라봅니다."
한편 '나혼자 프린스'는 다음 달 19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사진 | 호치민(베트남)=송효진기자(Disp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