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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혼자 프린스'(감독 김성훈)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관객 앞에 선다. '디스패치'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황하를 만났다. 사실 그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몇 마디 나누자마자 알 수 있었다. 말끝마다 영민함이 묻어나는 배우라는 걸. 그에게 현지에서 불리는 수식어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데뷔작에서 뮤즈 같은 역할을 맡아서 '황하 뮤즈'라고 불렸다. 최근엔 여러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베트남에선 반전 있는 배우로 봐주신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황하는 '나혼자 프린스'에서 '타오' 역을 맡았다. 타오는 바리스타를 꿈꾸며 카페, 식당 등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춘. 낯선 이국땅에 혼자 남겨진 아시아 프린스 강준우(이광수 분)와 계속해서 엮이게 된다.
영화 속 타오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하지만, 실제로 황하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는 "기본적인 대화는 알아듣는 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영어로 소통했다"고 말했다.
한국 감독과 작업은 처음이다. 그러나 어려움은 없었다. "감독님의 전달력이 뛰어나셔서 잘 이해됐다. 감정신을 디렉션할 때도 추상적인 걸 현실적으로 설명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해주셨고, 배우에 맞춰서 방향을 잡아주셨죠.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황하는 이미 베트남에서 주목받는 배우다. 한국 영화 '위대한 소원'의 베트남판 '마지막 소원'으로 현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작품에 캐스팅된 이유는 인기보다, 닮음이었다.
그는 "베트남 제작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이메일을 통해 디테일한 걸 확인했다. 남자주인공이 이광수라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까진 들뜨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훈 감독을 처음 만난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하필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감독님을 만나러 갔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고 떠올렸다.
"현장으로 돌아갈 때도 택시 오토바이를 타고 갔어요. 타오도 아르바이트를 다닐 때 오토바이를 타잖아요.아마 그런 모습이 타오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산다고 봐주신 것 같습니다."

촬영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진행됐다. 감독부터 주요 스태프들은 한국 제작진이 맡았다. 현지 스태프들이 디테일한 부분을 담당했다. 첫 협업인 만큼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그는 "기본적으로 영화를 찍는 방식은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 제작진은 디테일에 진심이더라. 타오의 캐릭터를 완벽히 파악하고 집과 의상까지 세심하게 세팅해 주셨다"고 전했다.
"감독님께서 타오의 머리 높이까지도 정해주셨어요. 알바하느라 대충 묶은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영화의 성공과 실패는 디테일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데, 작은 것까지 신경 써주셔서 좋았습니다."
또한 "베트남 스태프들도 한국 팀의 요청에 발맞추려 노력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성실하다는 점이다. 덕분에 힘을 합쳐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성해 낸 것 같다"고 밝혔다.

타오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인물이다. 심지어 세계적인 대회에서 순위권에 들 정도의 실력자이다. 황하는 역할을 위해 실제로 바리스타 수업을 받았다.
그는 "첫날 라테 아트를 하는데 하트를 한 번에 성공했다. 4일 만에 백조 모양도 만들었다. 학원 선생님들이 놀랐을 정도였다. 그밖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로스팅하는 것까지 다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원두 향을 맡고 맛을 보면서 제 안에 타오가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덕분에 베트남 커피를 더 사랑하게 됐죠. 아직도 황하가 제 안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선입견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맨스의 핵심은 케미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두 사람이 그 감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우려는 사라졌다. 감정은 스며들듯 깊어졌고, 어느새 두 사람의 거리엔 진심이 자리했다.황하는 감정선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었다.
타오가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순간부터 상처받고 좌절하는 얼굴, 그리고 다시 사랑으로 빛나는 모습까지 그려냈다. 언어는 달라도 그 모든 마음을 이해하게 했다.
그가 한국 영화에 다시 출연할 기회가 온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을까.
"복잡한 심리를 다루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추리물에 도전해 보고 싶고요.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역할도 자신 있어요. 제 안의 반전 매력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나혼자 프린스'는 다음 달 19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사진 | 호치민(베트남)=송효진기자(Dispat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