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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현실을 탈출할 수 있을까"…'8번 출구', 공포의 신기원

[Dispatch=정태윤기자] 룰은 간단하다. 이상현상이 없다면 Go, 있다면 Back. 무한루프에 빠진 지하도에서, 8번 출구를 만나면 탈출이다.

이 게임 같은 영화의 원작은, 실제 게임이다. 공포 게임 '8번 출구'의 설정을 가져왔다. 단순한 규칙이 전부인 게임 포맷을 시네마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게임의 체험은 관객을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지하도의 루프는 현대인의 일상으로 확장된다. '헤매는 남자'(니노미야 카즈나리 분)를 통해 권태롭고 반복적인 삶을 은유한다.

메시지가 다소 직선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스토리 없는 게임을 90분짜리 영화로 확장해낸 시도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하다.

영화계도 이 실험적인 작품에 반응했다. 제78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이제 남은 건, 국내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다.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8번 출구'는 게임처럼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된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 주인공은 가장 일상적인 장면을 바라본다. 바로 스마트폰.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SNS 피드를 넘긴다.

이어폰은 소음을 차단했다. 불필요한 일에 엮이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 그는 지하철에서 내리며, 여자친구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대답을 회피하며 머뭇거린다. 시점은 1인칭에서 3인칭 시점으로 전환되고, 카메라는 비로소 그의 얼굴을 비춘다. 첫 챕터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지하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맴돌고 있음을 깨닫는다. 전파는 끊기고, 지하도 안은 미로가 된다. 남은 건 오직 불안과 공포뿐이다.

폐쇄된 지하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건, '걷는 남자'(코치 야마토 분)의 존재다. 그는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도를 무한히 맴돈다. 어떤 말도, 질문에 대한 대답도 없다.

1. 단 하나의 이상 현상도 놓치지 말 것.

2.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되돌아갈 것.

3. 이상 현상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것.

4. 8번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것.

'헤매는 남자'는 안내판에 적힌 규칙에 따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 것. 관객들 역시 '헤매는 남자'를 따라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이상현상을 찾기 시작한다.

'8번 출구'는 영화이지만, 게임의 감각을 충실히 재현했다. 빠져나가야 한다는 압박감, 무언가 잘못됐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불안감. 공포 게임을 하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체험하게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혼자만의 싸움. 청각은 더욱 예민해졌다. 먼발치에서 들리는 구두 소리, 닫히는 문 소리, 반복되는 발걸음. 절묘한 사운드로 공포 분위기 끌어올렸다.

반복되는 복도, 한정된 등장인물. 그럼에도 영화는 지루하지 않게 몰입감 있는 연출로 완성했다. 챕터2에선 '걷는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하며 분위기를 새로운 변주를 준다.

무엇보다 니노미야의 연기가 빛났다. 한정된 공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사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다채롭게 채워냈다. 영화는 사실상 그의 원맨쇼다.

불안한 표정,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을 때의 상실감, 분노, 결국 무감각에 이르다, 마지막 미세하게 생기를 찾는 얼굴까지. 좁은 공간 속에서도 감정의 폭을 넓혀냈다.

'8번 출구'는 (그로테스크한 괴생명체가 잠시 등장하긴 하지만) 괴물이나 유령보다 무서운 것을 포착한다. 바로 탈출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이건 곧 현대 사회의 은유다.

우린 매일 정해진 루트를 따라 걷는다. 출구를 향해 나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조차 잊어버린다.

영화는 우리가 매일 통과하고 있는 사회라는 미로를 비췄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삶 속에서 점점 감각을 잃고, 결국 스스로를 시스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진짜 공포가 완성됐다.

다만, 한심한 인생을 살던 '헤매는 남자'가 소년(아시누마 나루 분)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은 다소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다. 새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한 점 역시 툭 튀는 듯한 인상을 줬다.

'8번 출구'는 라벨의 '볼레로' 영화의 문을 열고, 같은 음악으로 닫는다. 평온하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리듬은, 영화의 내용과 겹친다. 단조롭지만 결코 편안하지 않게 들린다.

엔딩에서 '헤매는 남자'는 다시 처음의 그 자리, 만원 전철에 탄다. '볼레로'가 흘러나올 때, '헤매는 남자'는 여전히 그 안을 헤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출구는 있었을까. 아니, 어쩌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 그의 얼굴엔 미세한 변화가 스친다. 그건 탈출이 아니라 자각의 시작이었다.

'8번 출구'는 오는 2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출처=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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