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이하 임시완)
임시완은 선한 인물부터 광기 넘치는 캐릭터까지 폭넓게 소화한다. 심지어, 주변에서 인정하는 노력파다. 송강호, 이성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칭찬도 수차례 받았다.
넷플릭스 '사마귀'(감독 이태성)에서도 진가를 증명했다. 이 감독은 "다치면 어떡하나 싶을 연습한다"고 말했다. 박규영도 "임시완은 계속 (허공을) 돌았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철저한 배우다. 작품이 정해지기 전부터 준비한다. 복싱과 킥복싱 체육관을 다니고, 영어를 배우고, 체력을 길렀다. 그래야만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저는 제 작품에 한 번도 만족감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자신의 연기를 혹독하게 따져본다. '오징어게임' 시리즈로 글로벌 기록도 세웠지만, 성취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저 다음을 준비한다.
'디스패치'가 임시완의 노력을 직접 들었다.
◆ "점지된 작품"
'사마귀'는 액션 영화다. 청부살인회사 킬러 '사마귀' 한울(임시완 분), 라이벌 재이(박규영 분), 스승 독고(조우진 분)가 1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전도연이 맡았던 '길복순'(2023)의 후속작이다. 전도연에게 받은 바통, 부담은 없었을까. 임시완은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길복순'을 촬영할 때, 변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사마귀' 목소리로 특별출연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때부터 점지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사마귀' 편이 나온다면 '내가 사마귀겠구나' 했죠. 작품 제작 소식을 듣고,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액션 실력도 선보일 기회였다. 임시완은 공백기에는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했다. 언젠가 액션물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유연하게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개척하지 않은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전 그래서 미리 액션을 준비했습니다. (마침내) 액션 장르 '사마귀'를 만났죠."
◆ "착하고, 밝은 킬러"
임시완이 맡은 사마귀는 '죽일 사(殺), 마귀 마(魔), 귀신 귀(鬼)'를 뜻한다. 양손에 낫을 들고, 사마귀처럼 액션을 펼친다. 재이(장검), 독고(톤파)의 무기와 차별화시켰다.
액션에만 치중된 캐릭터는 아니다. 임시완은 "사마귀는 예상보다 감정이 진했다. '나쁜척하는데 사실은 되게 착하네?' 생각을 했다. 킬러 주제에 심성이 곱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설정도 더했다. 사마귀는 킬러지만, 창업에 도전하는 모습을 다룬다. 임시완은 "킬러와 창업,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재의 조합이 재미 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심지어 시종일관 밝다. 절친 재이에게는 헌신적인 순정남이다. 단순 액션물 주인공이 아니라, 복잡하다. 임시완도 이 부분을 인지했다. 그는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하려 했다.
"계속 레이어를 파헤치면 한울(사마귀)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어요. '(얘는) 그렇다' 치고 넘어간 게 많았고요. 감정선을 일차원적으로 단순 명쾌하게 생각했던 거죠."
고충도 털어놨다. "텐션 올리기가 힘들었다. 허세스럽고 밝은 척해야 했다. 붕붕 떠서, 설레발치고, 유난 떨고…. 은근 에너지가 많이 들더라. 액션까지 찍으면 진이 빠졌다"고 말했다.
◆ "낫을 놓지 않았다"
임시완은 사마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준비한 복싱, 킥복싱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싶었다. 타격을 준비했는데 웬걸, 무기가 낫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낫을 손에 쥐고 살다시피 했다. 액션스쿨에 매일같이 출근하며 낯선 동작을 익혔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금세 적응했다. 평소 다져둔 체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뻔한 얘기지만 익숙지 않은 건 연습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액션 시퀀스에 맞춰서 연습하고, 시퀀스가 바뀌면 또다시 준비…. 이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냥 연습 연습이었죠."
동료, 감독까지 놀랄 정도였다. 박규영은 "고개만 돌리면 임시완이 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성 감독도 "다칠까 봐 걱정될 정도로 노력하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사마귀'는 막판 임시완, 박규영, 조우진의 1대 1대 1액션이 포인트다. 3명이 동시에 맞붙는다. 빠른 속도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착착 맞아떨어지는 합이 감탄을 자아낸다.
"정말 어려웠어요. 무술 감독조차 이런 구도는 처음이라고 했죠. 그 장면만 2주간 촬영했어요. 현장은 파스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다치고 힘들었지만, 배우로서 성취감이 컸습니다."
◆ "가수 겸 배우 임시완"
임시완이 맡은 사마귀는 복잡한 인물이다. 이 부분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극중 사마귀의 감정선 변화에 공감이 되지 않는 점, 서사가 빈약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임시완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장르"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주인공인) 제가 조금더 준비했다면, 서사가 더 설득력 있게 표현됐을텐데"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는 내내 겸손하게 말했다. 다만, 자책이라기 보다는 다음을 위한 다짐처럼 들렸다.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였다. 말투와 표정에서 열정이 묻어났다.
이미지 변신도 예고했다. "악역을 많이 해서 오해도 쌓였다. 해외 시청자에게 제가 '오징어게임' 속 모습과는 다르다고 알리고 싶다. 따뜻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웃었다.
본업으로도 돌아온다. "아이돌 머리(금발)를 오랜만에 했다. 앨범 준비를 하고 있다. 미디엄 템포 팝 장르다. 한 번에 캐치되는 곡이다. 올해 안에 나오는 걸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에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천히 충전 잘 하고, 심기일전해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