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정태윤기자] "저 사람이 '레드벨벳' 예리였어?"
넷플릭스 '청담국제고등학교'의 '백제나'. 귀족학교 '청국고' 중에서도 소수 엘리트층으로 일명 '퀸'이다. 차가운 시선, 강한 야망, 그리고 전략가 기질까지.
우리가 알던 '레드벨벳' 막내 예리와는 정반대였다. 제나는 모든 걸 가진 듯 보이지만, 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무표정 속에 감정을 눌러 담지만, 그 파동이 순간순간 튀어나왔다.
"백제나가 예리인 줄 몰랐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많고, 보여줄 것도 많잖아요. 힘이 닿는 데까지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0년 차 가수지만, 배우로선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청담국제고등학교' 시즌1~2(이하 '청국고')에서 예리가 아닌, 배우 김예림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 "시즌2, 부담감 컸지만…."
'청국고'는 지난 2023년 시즌1을 선보였다.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흙수저 전학생 '혜인'(이은샘 분)과 교내 최고 권력자 제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예림은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다. 제나는 캐릭터성이 짙은 인물이다. 저에게 이런 면도 있다는 걸 알아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떠올렸다.
김예림은 "제나가 완벽주의자라면, 저는 덜렁이다. 정말 다르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말투부터 톤까지 다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가수 활동에서 보여준 상큼한 막내미는 온데간데도 없었다. 과장된 설정에도 과도하지 않은 연기로 균형을 잡았다. 그 나이대에 맞는 권력자 연기로 호평받았다.
시즌2에선 혜인과 제나가 더 큰 위기를 맞닥뜨린다. 사실 속편이 나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예림은 "부담감과 압박감에 막걸리를 마시며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3년의 공백이 존재했다. 그는 "'시즌1에선 저랬는데 2에선 왜 저렇게 해?'라는 말을 안 듣고 싶었다"며 "제가 했던 것들을 돌려보면서 기본적인 것들을 신경 써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점을 둔 건 스타일링. "제나는 시즌2에서 내적으로 점점 극적인 상황에 치닫는다. 그걸 외적인 화려함으로 가리고 싶어 할 것 같았다. 의상을 여러 번 수정하면서 디테일에 신경 썼다"고 전했다.
◆ "그래도 성장했다"
김예림은 현장에선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제안하는 배우였다. 그는 "작품의 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대사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의견 제시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신 보완할 건 인정하는 편이다. 댓글도 많이 본다. 악플이어도 맞는 말이면 수용한다"며 "저도 제 연기를 보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아직은 아쉬움이 먼저 보이는 것 같아요. '저 때 왜 저렇게 했지?' '이럴걸', '저럴걸' 같은 생각들이 저를 지배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보다 성장한 부분도 확실히 있었다. 그는 "현장에 빨리 적응해야 제 몸이 편해지고, 그래야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걷을 때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계속 의식하게 되고요. 현장에 부적응했다는 뜻이겠죠? 요즘엔 그런 게 없어요."
제나는 연기하기 까다로운 지점이 있다. 혜인과 대립과 연대를 오간다. 악역 같으면서도 선역인 인물이다. 극에 긴장을 주면서도 반전을 이끈다.
김예림은 "제나와 혜인의 관계성이 왔다 갔다 한다. 저도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이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관계성을 따랐다. 굳이 나누지 않고 흐르듯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 "가수 10주년, 배우로선 신인"
시즌2는 넷플릭스 시리즈 톱2까지 올랐다. 김예림은 "저희끼리는 톱 10 안에만 들면 소원이 없겠다고 바랐다. 점점 순위가 올라가는 걸 보고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모든 스태프가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애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직 애는 없지만, 자식이 학교 가서 상 받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하하."
김예림은 최근 배우 전문 회사로 소속사를 옮기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강령: 귀신놀이'(감독 손동완)로 스크린 데뷔도 마쳤다.
그는 "초등학생 때 연습생을 시작할 때부터 연기 레슨을 받았다"며 "언젠가 연기에 집중해서 할 수 있을 때를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고 전했다.
"단막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도전할 수록 부족한 내가 보이지만, 연구해 나가는 게 즐거워요.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배우는 다작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제 26살이지만, 벌써 데뷔 10년 차다. 그 때문일까. 단단함과 여유가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나 연기자로서는 아직 신인이나 다름없다. 배우로서의 목표 역시, 더 많이 배우는 것이다.
"가수로는 10년을 활동했지만, 연기 경력이 그만큼인 건 아니잖아요. 아직 배울 게 많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노력하면서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시간을 계속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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