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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 궁금증을 연기한다"…구교환, '탈주'의 현상

[Dispatch=이명주기자] "반갑습니다. 러시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피아니스트 리현상입니다."

개성 넘친다. 비정형적이다. 예측 불가능하다. 종잡을 수 없다.

배우 구교환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본연의 매력을 가감 없이 뿜었다. 눈을 맞추고 인사하는 대신 목소리로 등장한 것.

이 순간만큼은 (꿈꿨던) 현상이 됐다. 해외 무대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현상을 대신해 이상(理想)에 다다랐다.

'디스패치'가 구교환을 만났다. 영화 '탈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뻔한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질문에 '탈주'하고 꿋꿋이 돌파했다.

그의 대답을 더 들어보자.

◆ '탈주'의 접근

'탈주'는 액션 스릴러다. 내일을 위해 탈주하는 북한군 병사 임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위해 추격하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구교환 분)에 관한 이야기다.

구교환은 '탈주'에서 집념의 추격자가 됐다.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으로 분했다. 만기 전역을 앞둔 규남의 탈북 시도를 끈질기게 막는다.

단순하게 접근했다. "'규남은 장애물이다. 막아라'가 시작이었다. (규남의 탈주가) 잘 풀릴 만하면 현상이 나타나지 않나. 장르적으로 계속 기능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디테일보다 뼈대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심플하게 '규남을 막자' 그게 시작이었죠. 인물에 관한 해석은 제 의도보다 관객들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각적인 이미지도 구축했다. 구교환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텅 비어 있는 눈을 지닌 남자를 생각했다"고 첨언했다.

"외양적으로 눈이 텅 비어 있을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표현이 되진 않겠지만 그 문장을 머릿속에 갖고 있으면 연기할 때 도움이 되잖아요. '텅 빈 눈'을 염두에 두고 임했어요."

◆ '탈주'의 질문

현상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기괴하고 잔인하다. 또 어떤 면에서는 감상적이다. 탈주자에 총을 들이대다가도 문득 상념에 젖는다.

특히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미묘한 표정 변화가 눈에 띈다. 매서운 추격전을 이어가는 와중에 내적 갈등을 겪는 것.

구교환은 "현상이 내뱉는 대사 중에 부하에게 '지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라' 하는 게 있다. 사실 자기한테 하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걸 남한테 하고 있네' 싶었어요. 알고 보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거든요.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거죠."

꿈에 거침없이 질주하는 규남을 보며 복잡다단한 감정도 느낀다. 풀밭에 앉아 생각에 잠기는 모습에선 쓸쓸한 기운마저 전달된다.

"자기 손에 닿아야 할 건 (피아노) 건반이었는데 총이니까. 혼란스럽고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텍스트 뒤 서브 텍스트까지 발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탈주'의 해석

피아노 연주 신은 현상의 서사를 드러내는 주요 장면 중 하나다.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으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상황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 피아노 연주 장면은 여러 감정이 섞여 있어요. 예전만 못하니 불만족스럽죠. 반면 피아노를 칠 때 현상이 가장 크게 움직이거든요. 열정적으로 해소하는 순간이라 생각했어요."

군 복무 중인 송강이 특별 출연했다. 러시아 유학 시절을 알고 있는 선우민(송강 분) 역할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했다.

구교환은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동성애 코드에는 선을 그었다. "우민은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꿈"이라고 바로잡았다.

"어떤 존재라기보다 현상에겐 가고 싶었던 곳, 꿈이라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지금의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러운 거죠. 넓게 확장해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 '탈주'의 앙상블

이제훈과는 첫 만남이다. 그가 현상 역에 구교환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21년 '청룡 영화상' 시상식에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구교환은 "이제훈이 나를 이 역할에 추천했다고 했을 때 너무 좋았다. 심지어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몰입도, 집중력, 태도 등 모든 장면에 진심인 모습에서 감동받았어요. 이제훈에게 응원단장 같은, 주장 같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슬램덩크' 김수겸 같다고 해야 할까요. 난 양호열(웃음)"

연기 앙상블을 위한 노력 또한 기울였다. "규남이 하는 액팅이 내 액팅이라고 생각했다. 규남 혼자 움직여도 현상은 항상 추격한다. 그게 앙상블이 아닐까"라고 돌아봤다.

이종필 감독을 향해서도 깊은 신뢰를 보였다. "정확한 스타일이 있는 분"이라면서 "(관객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게 나한테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추켜세웠다.

"인물을 그냥 지켜보는 거예요. '박하경 여행기'에서 (연출 장점이) 폭발했는데 '탈주'에도 있죠. 극 말미 규남한테 총을 겨누고 있을 때 현상의 표정 같은 것들이 이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 '탈주'의 호기심

구교환은 다수의 독립 영화들을 통해 입지를 쌓았다. '꿈의 제인' 트랜스젠더 제인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탔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영화다. 이후 '모가디슈', 넷플릭스 'DP', '길복순' 등에 출연했다.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며 호평받았다.

"제 연기가 독특하다고요? 신기해요. 의도적으로 독특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니거든요. 그 인물을 궁금해하는 건 있어요. 반은 차갑게, 반은 뜨겁게 표현하려고 하죠."

'탈주' 외에도 개봉을 앞둔 작품이 여럿 대기 중이다. 원신연 감독이 연출한 '왕을 찾아서', 백종열 감독의 '부활남' 등이 연내 혹은 내년 극장에 걸린다.

영화감독으로의 자아도 놓지 않는다. 유튜브에 공개하는 단편 외에도 장편 연출을 계획하고 있다. "거대한 건 아니라 소개하기 부담스럽다. 금방 만든다"고 쑥스러워했다.

"늘 궁금한 인물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데뷔작 역할이 연 날리는 학생('아이들')이었는데 '왜 연을 만들고 날릴까' 알고 싶었거든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왜 현상은 규남을 그토록 추격할까' 저처럼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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