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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안함을 안고 살았다"…강동원, 미남배우의 절실

[Dispatch=박혜진기자] 얼굴 천재라 뭐든지 쉬운 줄 알았다. 애써서 연기하지 않아도, 눈빛 한번으로 연기든 흥행이든 완성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강동원은 반대의 답을 내놨다. "언제나 절실하다"고 고백했다. 작품마다, 다음 작품을 위해 치열한 마음으로 준비한다는 것.

"저는 20대 때부터 절실했어요. 언제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살았죠."(강동원)

그는 연기와 삶의 '설계자'였다. 취미인 목공처럼, 연기도 설계도를 그렸다. 캐릭터를 촘촘히 분석해 골조를 쌓고,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떻게 호흡할지 철저히 계산했다.

우산 속 외모에 가려져 있었지만, 강동원이 생각하는 정체성의 핵심은 배우였다. '디스패치'가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 카페에서 강동원을 만났다.

◆ 설계자

'설계자'는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 분)이 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홍콩 영화 '액시던트'(2009)를 각색했다.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읽고 신선함을 느꼈다. 사고로 위장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영화적 상상이 재밌었다. 특히 영일의 '소시오패스' 면모가 끌렸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영일의 심리적 변화. "삭막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영일이 아무도 못 믿고 점점 미쳐가며 뭐가 진실인지 모르게 되는 감정 변화가 좋았다"고 말했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절정에 달할수록 눈빛과 표정으로 극을 이끌어야 한다. 기술보다 기본기를 신경 썼다. "대사 없는 캐릭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사가 없는데 클로즈업이 들어오면 정말 힘들어요. 움직임은 제한되고, 대사는 없고, 감정 표현은 해야 하니까요. 행동에 제약이 생기면 호흡과 생각이 멈추는데, 그럼 연기가 어색해지죠."

강동원은 앵글 안에서 자유롭기 위해 연기를 설계했다. "호흡을 멈추지 않고, 마음속으로 정확히 대사를 해야 한다는 걸 까먹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 강동원의 새 얼굴

강동원은 영일의 윤곽을 감정 없는 캐릭터로 잡았다. 그리고 한 컷 한 컷을 오려 붙였다.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넓혀 나갔다.

그러다, 새 얼굴을 드러낸다. 집 안의 체스 말이 없어졌다는 걸 알아차린 그 순간이다. '청소부'는 실존하는가, 아니면 망상일까.

"제게 없었던 성장한 감정 표현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화를 내도 안 무서웠는데, 이제 조금 무섭더라고요.(웃음) 그동안 경험이 쌓여서 잘 해낼 거라 믿었어요."

감정선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미묘한 차이로 영화 톤이 확 바뀔 수도 있다. 대사가 많이 없는 게 쉬울 것 같아도 장단이 있다. 카메라 앞에 서면 더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영일이 믿는 것이 진짜인지 거짓인지에 대해 (감정을) 얼마만큼 가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관객들이 한쪽으로만 믿게 하고 싶지 않아 선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연기도 돌아봤다. "취조실 장면에서 '감정적으로 더 갔어야 했나' 고민이 많았다. '좀 더 울부짖었어야 했을까?', '한 번 더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절실함으로

강동원은 올해로 데뷔 22년 차를 맞았다. 그럼에도 매번 고민한다. "연기하는 게 예전보다 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이러다 정체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전에 저를 괴롭히는 타입이에요. 편하다는 건 (어느 정도의) 레인지 안에서만 논다는 거잖아요. 그걸 벗어나야 해요. 너무 편하게만 연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일까. 이미숙은 강동원을 보고 "필사적"이라고 표현했다. 강동원은 "저는 20대 때부터 절실했다. 연기하는 게 좋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 항상 간절하게 한다"고 답했다.

이번에도 강동원 파워가 통할까. 가장 받고 싶은 평가는 연기 성장. "40대에는 글로벌 인지도를 잡고, 50대에는 회사를 키우고, 그렇게 80대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연기 인생도 설계했다.

요즘엔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내년 선보일 디즈니+ 시리즈 '북극성'에는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린다. 내년 촬영을 목표로 하는 판타지 영화의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있다.

무엇보다 연기에 가장 욕심이 많다. "'조커' 같은 진짜 미친 악역 연기도 해보고 싶다"며 "해외 작품 오디션도 기회가 되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에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강동원은 "조만간 또 새로운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진제공=AA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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