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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화라면, 그 장면 가능할까"…강풀, '무빙'의 무제한

[Dispatch=이명주기자] "오픈하기 일주일 전부터 잠이 안 왔어요. 사람마다 재미의 기준이 다르니까, 나만 좋으면 어쩌지 싶었죠."

웹툰계 시조새에서 신인 작가가 됐다. 4년 간 집필한 첫 작품이 마침내 알을 깨고 나왔다. 디즈니+ '무빙'(감독 박인제)으로 작가 데뷔한 만화가 강풀 이야기다.

강풀은 웹툰 1세대다.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마녀', '타이밍' 등 다수 히트작을 발표했다. 이중 대다수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이번엔 '무빙' 차례다. 카카오웹툰에 처음 연재된 지 8년 만에 OTT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원작자에 머물지 않았다. 작가 타이틀을 달았다. 기존 웹툰을 뜯어 고치고 다듬었다. 새로운 문법의 드라마로 완성했다. 

"만화는 나 혼자 망하는 거니까 부담이 없었거든요. 근데 드라마는 여러 명이 협력하는 작업이니 긴장이 많이 돼요. 원래 제 작품에 대한 반응을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요즘은 아침마다 '무빙' 검색해보고 있어요."

디스패치가 강풀을 만났다. "매주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물이다. 초능력을 숨기고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산 부모들의 이야기다. 

강풀이 직접 각본을 썼다. 시나리오 제안에 응했다. "일단 1~2회 써보겠다고 했다. 대신 20회 해달라"고 역제의했다. 그렇게, 12회 분량의 미니 시리즈가 20회로 늘어났다. 

"만화에서 미처 풀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마감 시간에 쫓기면 (원고를) 내야 하잖아요. 매주 연재하던 형편이어서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들에 아쉬움이 있었죠."

박인제 감독만 믿었다. 표현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마음껏 창의성을 발현했다. 주인공들은 원없이 하늘을 날고, 원거리를 보고, 전기를 쏘며, 괴력을 과시했다. 

일례로, '무빙' 11화 '로맨티스트' 편. 장주원(류승룡 분)은 인천까지 찾아온 울산 폭력 조직원들과 100대 1로 싸운다. 

강풀은 "만화였다면 100명을, 그 골목을 다 그릴 수 있었을까"라며 "박 감독이 이야기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해줬다. 너무 고마웠다. '믿어요' 하면서 하고 싶은 걸 다 했다"고 설명했다. 

◆ "이유가 있었겠죠."

각각의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원작에선 다루지 못한 서사도 촘촘히 엮었다. 모든 등장 인물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특히 주원의 내러티브에 2회분을 할애했다. '괴물' 편에선 포항 폭력조직 2인자였던 어두운 과거를 끄집어냈다. 

'로맨티스트' 편을 통해서는 황지희(곽선영 분)와 사랑에 빠진 과정을 묘사했다. 추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블랙 요원으로 발탁된 모습도 그렸다. 웹툰에는 없던 설정이다. 

"주원의 과거를 좀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웹툰엔 지뢰밭 사건으로 끝내버렸거든요. 각본을 쓰면서 서사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갔습니다."

인물이 차린 식당 업종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미현(한효주 분)은 (웹툰에 나온 것처럼) 추어탕집이 아닌 돈가스집을 운영한다. 일명 '남산 돈까스'다.  

단순하면서 명쾌한 이유가 있었다. 강풀은 "돈가스집으로 바뀐 건 안기부가 남산에 있어서"라고 언급했다. 

"(안기부 직원인) 미현과 두식(조인성 분)이 실제로 갈 만한 곳 하니 추어탕은 좀 뜬금 없더라고요. 남산 하면 돈가스가 유명하고. 단순한 이유로 바꾸게 됐어요."  

◆ "우리는 서로의 인질이 되었다."

초호화 멀티 캐스팅으로 주목 받았다. 류승룡을 비롯해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김신록 등이 열연을 펼쳤다. 신예 이정하와 고윤정, 김도훈도 제몫을 다했다.

강풀은 캐스팅 보드가 완성될 때마다 "이게 진짜냐"는 말을 반복했다. 원하던 배우들이 다 있었다. '믿보배'가 연달아 출연을 확정했다.  

"이게 진짜인가 싶었죠. 내가 쓴 작품에서 이런 멀티 캐스팅이 이뤄진다니 놀라웠어요. 베테랑 배우들이 붙으면서 각자 신에서 보여주는 시너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캐스팅 과정에 관여했다. 연기력은 기본이었다. 개인의 서사가 늘어난 만큼 배우와 캐릭터 간 조화를 신경 썼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가장 말이 안 되잖아요. 개연성이 있으려면 조인성 밖에 없더라고요. 주원 역할은 야수 같은 모습과 함께 아빠 같은 모습을 원했는데 딱 류승룡이었죠."

한효주는 장고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원래대로라면 고사할 심산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극중 설정은 20살) 모친 역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설득하고 싶었다. "'작가님, 제가 고3 엄마랑 어울릴까요' 한효주 말에 '충분히 그렇게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정도로 꼭 잡아야겠다 했다.  

"'효주 씨는 할 수 있다'고 설득했어요. 단단한 느낌이 너무 좋았거든요. 나중에 편집본 봤는데 '난 틀리지 않았다' 싶었죠. 전화해서 진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 "좋은 사람은 끝에 가면 이긴다면서요."

히어로지만 '슈퍼' 히어로는 아니다. (디즈니+는 '무빙' 소개란에 스릴러, 슈퍼 히어로, 액션 어드벤처 장르라고 적었다.)

강풀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히어로물이다. (디즈니+ 측에) 수정해달라고 했는데 안 고쳐주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만화를 그릴 때도, 극본을 쓸 때도 영웅 기준을 '지키는 사람들'로 잡았어요. 엄청 막강하고 전지전능한 초능력이 아니라 다 한계가 있죠. 자기 주변과 가족을 지키는 게 제가 생각하는 히어로의 모습이에요."

결국,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다. '무빙'도 강풀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있다. "좋은 사람은 끝에 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대사가 드라마의 결말을 시사한다. 

"사실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착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요. 염세적인 건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워낙 다양한 작품들이 있으니 이런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어요."

종영까지 단 9회분 남았다. 다음 달 20일 '무빙' 18~20회가 동시 공개된다. 부모와 아이들이 새로운 위험에 맞서 싸운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진짜 잘하는 게 애간장 태우다가 딱 끊어버리잖아요. 그렇게 될 거예요.(웃음) 액션이 엄청 나올 텐데요. K드라마 밀당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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