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지호기자] 분명, 전반부는 괜찮았다. 기내에 생화학 바이러스 테러가 일어났고, 공포에 질린 승객들이 (관객의) 시선을 장악했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송강호의 사건 추적도 설득력 있게 이어졌다.  

그러나, 사건이 전개될 수록 점점 물음표가 그려졌다. 테러범의 급퇴장 이후로는 더 당황스럽다. 비행기가 인천으로 회항하면서, 개연성 마저 실종됐다. 이해할 수 없는 전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열연이 빛을 잃었다. '그' 이병헌이 중대한 결정을 내리며 눈시울을 붉힐 때도, 마찬가지. "도대체 왜?"라는 의문만 남는다. 러닝타임 140분이 길고, 또 길게 느껴진다.   

그나마 360도 돌아가는 비행기는 강렬하다. (참고로, 그 마저도 SF에 가깝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전체주의적 사상? 임시완의 광기 어린 초반 열연? 그 정도만 기억된다.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항공직업전문학교에서 항공조종과정을 담당하는 이근성 교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이 교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 편대장 소령으로 전역, 대한항공 상무기장(B747-400)과 비행교관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항공직업전문학교 교수이자, 울진비행훈련원장을 맡고 있다. 

('비상선언'은 '티웨이항공'에서 자문을 받았다. 김남길과 이병헌 등이 실제 파일럿 훈련까지 소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① 하와이행 항공편(보잉777)에서 생화학 바이러스 테러가 일어났고, 사상자가 발생한다. 호놀룰루 상공까지 왔으나,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한다. 결국 기장은 인천으로 회항을 결정한다. 

인천에서 하와이까지 약 8시간이 걸린다. 회항을 할 때는 12시간 정도 걸린다. (편서풍을 고려한 계산이다.) 왕복 20시간의 연료가 필요한데, 가능할까. 물론 영화 초반, "연료를 충분히 싣겠다"는 멘트가 나온다.

"아무래도 영화니까...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게 아닐까요. 실제로 그 정도의 연료를 가지고 비행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차라리 베이징이나 방콕 등 비행 거리가 짧은 곳으로 설정했다면 왕복이 가능할 수 있겠죠" (이하 이근성 교수)

② 류진석(임시완 분)은 기내 화장실에 생화학 바이러스를 살포한다. 손님->승무원->기장이 차례로 감염되고, 부기장(김남길 분)은 조종실 밖으로 나와 진석을 제압한다. 그러다 부기장도 감염된다. 

기내에 위험이 발생하면, 조종실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기장과 부기장의 역할은, 최대한 가깝고 안전한 곳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 따라서 김남길의 활약도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테러 상황에서 조종사의 역할은 '메이데이'를 외치는 것입니다. 관제탑으로 '이머전시 랜딩'을 콜합니다. 케미컬 테러, 하이재킹, 폭발물 테러…. 이 모든 상황을 알립니다. 관제탑과 컨택을 시도해 착륙을 시도해야죠. 조종실을 떠나면 안됩니다."

이 교수는 "보안 교육을 받은 객실 승무원이 테이저건을 이용해 테러범을 제압해야 한다"며 "테이저건의 전류는 5만 볼트다. 총을 쏘고 수갑을 채워 포박해야 한다. 조종사가 나설 일은 없다"고 말했다. 

③ '비상선언'을 거부하는 각국의 공항도 속이 터진다. 오프닝에선 분명, '비상선언'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거부의 연속이다.

"말이 안됩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입니다. 심지어 공산국가라 할지라도,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선언하면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을 할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 상공이든, 평양 상공이든 마찬가지죠." 

결국, 비행기는 연료 부족 탓에 나리타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자위대의 위협 사격을 받고 쫓겨난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 성무 활주로에 랜딩을 시도한다. 이런 설정 역시 억지에 가깝다는 지적.

"민간 항공기를 향해 위협 사격을 한다? 국제규범에 어긋납니다. 게다가 생화학 바이러스로 오염된 비행기를 격추한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도쿄 전체가 오염되는 셈인데요."

④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360도 추락신도 너무도 영화적이다. 기장이 피를 토하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비행기는 빙글빙글 돌아가며 추락하는 장면이다.

"고공에서 비행 중이라면 오토파일럿을 사용합니다. 자기 멋대로 급강하하는 경우는 없죠. 만약 기장이 쓰러지며 '오토파일럿' 버튼을 푸시해 껐다면? 그런데 그 버튼은 꽤 멀리 있습니다. 어찌됐든, 매우 희박한 상황이죠."

이병헌은 '비상선언'의 히어로다. 그는 전직 파일럿 출신으로, 연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한다. 비행기 엔진을 끄고 착륙을 시도하다, 착륙 직전 다시 엔진을 켜서랜딩을 성공시킨다.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 같네요. 엔진을 끄면 비행기 무게는 어떻게 감당하죠? 속도가 줄다 곧 추락할 텐데요. 다시 엔진을 켜도 시동을 걸려면 한참 걸려요. 그런 식으로 착륙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비상선언' 자체가 아이러니다. 비상선언을 선포했으나, 그 어떤 나라도 비상선언을 들어주지 않는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CG로 나타나고, 수많은 국민들이 착륙을 반대한다.

승객들은 너무 쉽게 삶을 포기하고, 지상의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눈물샘을 의도한 장면인데, 좀처럼 감동이 일지 않는다. 이병헌이 랜딩을 포기하며 남기는 대사들도, 공허하기만 하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허구의 세계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것. '있을 법한' 허구여야 한다. 그래야 공감을 얻는다. 허무맹랑한 설정은, 그야말로 허무할 뿐이다.

'탑건 : 매버릭'은 어떨까. 이근성 교수는 "탑건이 전투기를 다루는 방법은 95%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의 훈련 과정, 적기를 공격하고 격추하는 과정 등이 (거의) 완벽하게 표현됐다는 것.

그러나 '비상선언'은 다르다. 억지 설정이 몰입을 방해한다. 이병헌과 김남길의 티키타카를 보면서, "김남길은 왜 이렇게 오래 살지?"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비상선언의 비상사태다.

<사진출처=비상선언 포스터·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