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송수민기자] 우리가 아는 권유리는, 영원한 '소녀시대'다. 밝고 건강한 미소가 어울리며,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 

'배우' 권유리의 매력은 어떨까.

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7년 드라마 '못말리는 결혼'을 시작으로, '패션왕', '동네의 영웅', '피고인'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하지만 (연기로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돌의 이미지를 지우는 것도 어려웠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고민이 컸다. 그도 그럴 게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는 인생 첫 사극이다. 게다가 쉬운 역할도 아니었다. 자칫하다간 '발연기' 오명을 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권유리는 해냈다. 극한 상황에서 감정을 터뜨렸고,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 결과, 대중이 몰랐던 배우 권유리의 모습을 어필할 수 있었다.   

'디스패치'가 최근 '보쌈'을 떠나보낸 권유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쌈'을 통해 얻은 것,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를 들었다. 

◆ "생애 첫 사극, '보쌈'은 도전이었다"   

권유리는 처음 '보쌈'의 대본을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보쌈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물과 인물이 악연으로 만나, 인연이 되는 스토리도 흥미진진했다"고 밝혔다.

수경 역에도 단숨에 매료됐다. 수경은 광해군의 딸이자, 이이첨 집안의 청상과부 며느리. 바우(정일우 분)의 보쌈으로 인생이 뒤바뀐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능동적이고 주체적이고, 옹주인데 따뜻한 성품도 있죠.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너무 기뻤습니다. 본능적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 인물을 만났죠." 

그러나 동시에 걱정도 컸다.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 것. 권유리는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나서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덜컥 겁이 났다. 사극 경험도 없고 정말 걱정이 컸다"고 전했다.

"어느 순간 중압감이 크게 들더라고요.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제가 불안감을 가지고 리딩하고 촬영을 준비하는 걸 보며, 다른 사람들도 그걸 느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권석장) 감독님, 제작진, 동료들을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고민 상담을 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죠." 

◆ "권유리가 옹주 수경이 되는 법"

당연히, 정답은 (무작정) 공부라고 생각했다. 권유리는 "어떻게 하면 사극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선배들에게도 물어보고, 줄곧 봐왔던 여러 사극을 다시 봤다.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고 다가가려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저를 갇히게 만들었던 거죠. 사극을 연구했는데도, 연기가 자연스럽게 안 되더라고요. 몰입도도 떨어졌고요." 

그래서 권유리는 생각의 틀을 깼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집착하지 않으려 했다"며 "나라는 인물이 수경이라는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수경은 기구한 운명에 처한 여자잖아요. 모진 상황과 고초를 겪을 때마다,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의 깊이가 굉장하죠. 그런 것들을 차분하게 이해하고 연습하며 접근했어요. 매 상황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었어요. 그러면서 점점 편하게 됐죠." 

또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바로 의상이다. 익숙하지 않은 전통 한복과 분장이 거추장스러웠던 것. 권유리는 "스스로 느끼기에 연기가 부자연스럽게 되더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권유리는 "일부러 촬영이 없을 때도 한복을 벗지 않았다. 나와 수경이 최대한 합쳐질 수 있도록 시간을 보냈다. 적응하니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옹주로서 위엄과 기품이 최대한 풍겨질 수 있도록 중점을 뒀어요. 걸어가는 자세, 절을 하는 자태, 인사를 할 때 모습, 사람들을 대할 때의 태도, 시선 처리, 고개 각도…. 많은 것을 고민했습니다." 

◆ "배우 권유리도, 인간 권유리도, 성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갈수록 수경이라는 인물과 하나가 된 것. 권석장PD의 "베일 한 겹에 가려져 있는 여자처럼 연기해달라"는 주문을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 

"처음엔 그게 어떤 느낌인지 감이 잘 안 왔어요. 중반부를 넘어서 그 '한 겹'이란 표현이 이해가 되더군요. 옹주로서 갖춰야 할 기품, 원치 않던 한계로 인해 가려져 있던 시간들을 의미한 거였어요."

수경은 바우와 얽히며 자신을 찾아간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려 노력한다. 권유리는 그런 수경의 강단 있는 인생을 120% 소화했다.  

"처음 시작하기 전엔 수경이와 제가 닮았던 지점이 50%도 안 됐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신기하리만큼 몰입이 잘 됐어요. 굉장히 눈물이 많이 났어요. 제 생각이나 수경이 생각이나 다를 게 없는 상황까지 갔어요."  

그렇게 권유리가 수경이 되고, 수경이 권유리가 됐다.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그는 "수경의 성장만큼이나, 배우로서, 또 (인간) 권유리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과연 권유리라는 사람은, 수경이처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그런 용기가 나올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제 삶에 대해 반추하게 됐습니다."

권유리는 "나도 수경이처럼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많이 들여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그래야 좀 더 단단한, 밀도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고 되물었다. 

◆ "권유리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권유리는 10대부터 20대의 많은 순간을 소녀시대로서 보냈다. 30대는 본격적으로 연기의 꿈을 펼치고 있다. 자연히, 브라운관 속 권유리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보쌈'을 통해 이를 지웠다. 정일우, 신현수 등 베테랑 연기자들 사이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펼쳐낸 것. "권유리가 아니면 수경을 생각할 수 없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제게 '보쌈'은 정말 특별하고 남다른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 또다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용기가 생겼어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죠."  

물론, 자만하지는 않았다. "제 연기를 객관화시키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고 모자라다.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점수로 따진다면) 1점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배우로서의 목표도 전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계속 궁금한 사람, 다음번은 어떨까 계속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제가 10대였을 때부터 30대가 되는 모든 과정을 대중이 가까이 봐주셨어요. 앞으로도 좋은 연기자가 되도록, 매력적인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