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이승기는 17년 차 가수다. '국민디바' 이선희의 특훈을 받고 데뷔했다. 가창력을 인정받아 '발라드 황태자', 나아가 '황제'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데도, 이승기는 아직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다. 작업하고 싶은 프로듀서를 직접 찾아가고, 구석에서 노래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목 마르다.
이승기가 5년 만에 가수로 돌아왔다. 음악에 대한 갈증과 고민을 담은 앨범을 선보였다. 한층 깊어지고 성숙해진 음악으로 리스너들을 사로잡았다.
이승기가 17일 오후 정규 7집 ‘더 프로젝트’(THE PROJECT)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배우 신성록이 MC로 나섰다.
◆ "이승기의 5년을 응축했다"
5년 만의 컴백이다. 이승기는 “노래를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며 “부족한 것 같아 준비를 오래 했다.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승기는 군 제대 직후부터 앨범을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앨범 윤곽을 잡은 건 올 초다. 지난 2월 이미 완성한 곡도 있었다.
앨범 프로듀서로 나섰다. 작·편곡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밑바탕부터 그림을 그렸다"며 "어떤 음악을 담고,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남한테 보여줄 때 창피하지 않은,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진지하게, 섬세하게 하고픈 욕심들이 컸습니다. '이승기가 예능도 하고, 연기도 하고, 가수도 해요' 라는 칭찬에서 만족할 수 없었죠. 가수로만 봤을 때도, '이승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 "신보는, Made by 이승기"
새 앨범은 이승기에게도 '프로젝트'였다. 작업하고픈 프로듀서들을 직접 섭외했다. 윤종신, 용감한형제, '넬' 김종완, '에피톤프로젝트' 차세정을 직접 찾았다.
이승기는 "이번에는 욕심이 많았다. 정통 발라드를 해 보고 싶었고, 밴드 느낌도 내고 싶었다. 고음도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두 다른 스타일의 프로듀서들을 만났다는 것. 이승기는 "꼭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들이었다"며 "제가 작업실에서 가이드도 직접 다 떴다"고 전했다.
특히, 김종완이 작업한 '소년, 길을 걷다'는 2년 전부터 생각한 곡이다. "김종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내가 담고 싶은 생각을 음악과 가사로 녹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들인 앨범이 탄생했다. "신곡 4곡과 그간 타이틀 곡에 묻혔던 주옥같은 노래들을 5곡으로 추려 리마스터링했다"고 알렸다.
◆ 신곡 ① | "고음도, 발라드도, 잘할게"
새 앨범 타이틀 곡은 '잘할게'. 용감한 형제가 작사·작곡했다. 이승기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피아노와 기타 라인만으로 편곡했다.
이승기는 "오랜만에 가수로 인사를 드린다"며 "소위 '대박'보다는, 입에 계속 맴돌 수 있는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었다"고 타이틀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잘할게'에 대해 "가장 대중적이고, 들었을 때 귀에 딱 꽂히는 노래"라면서도 "단언컨대 제 곡 중에 가장 부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게 '잘할게'는 엄청난 고음이 포인트. "뭐니 뭐니 해도 가창력으로 시원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곡이다. 고음에 대한 니즈를 채워드릴 수 있다"고 웃었다.
윤종신과는 정통 발라드 '뻔한 남자'를 만들었다. 윤종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 이승기가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보이스로 이별을 노래한다.
◆ 신곡 ② | "이승기, 길을 걷다"
'소년, 길을 걷다'는 이번 앨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넬' 김종완이 작사·작곡했다. 마치 이승기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곡이다.
이승기는 "앨범의 첫 시작이 된 곡이다. 가장 제 생각과 이야기를 많이 녹였다"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한 곡이다. 그래서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처음엔 담백한 버전과 감정을 실은 버전 등 2가지를 준비했었다"며 "그 중간에서 조율점을 잘 찾은 것 같다"고 알렸다.
그는 기타와 건반만 놓고 노래했다. 여리고 섬세한 보컬로 오프닝을 열었다. 곡이 고조되며 터지는 보컬을 선보였다. 현악기 선율이 잘 어우러졌다.
'너의 눈 너의 손 너의 입술' 역시 가슴 절절한 발라드다. 차세정과 이승기가 합작한 곡. 차세정은 코러스에도 참여, 특유의 애잔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승기는 "에피톤 음악의 특징은 가사가 서정적이라는 것"이라며 "현이 아름답고, 풍성한 소리가 났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나왔다"고 흡족해했다.
◆ "17년 차 가수로 살아간다는 것"
이승기는 아직도, 보컬 트레이닝 중이다.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도 훈련에 임했다. 데뷔 17년 차임에도 불구, 계속해서 '기본'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요즘 들어 기본이 참 중요하다고 느낀다"며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 발성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왜 다시, 초심일까. "느낌대로만 하면 익숙한 걸 써 버리게 된다"며 "기본이 탄탄해야 노래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멋지게 불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승기는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자기 전엔 입에 테이프를 붙인다. 그는 "입을 벌리고 자게 되면 목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할 수 있으려면 관리가 중요하다. 잘 관리해서 하나하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촬영장에서도 틈나는 대로 노래를 연습한다. 이승기는 "제가 부르고 싶은 곡이 있으면 구석에라도 가서 불러야 안심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그냥 공허하게 부르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피치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고민하죠. 계속 저 자신을 시험하면서 (앨범을) 준비했습니다."
◆ "17년 차, 여전히 '보컬리스트'를 꿈꾼다"
이승기는 17년 전 과거를 회상했다. "데뷔 땐 마냥 노래가 좋았다. 뭐가 필요한 지도 몰랐다. 속된 말로, 음악에 대해 무식했다"고 고백했다. 패기로 불렀다는 것.
17년이 지난 현재, 더 짙어진 감성을 자랑한다. 한층 단단하고 섬세해진 보컬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승기의 노력이 바로, '황제'를 만든 셈이다.
그는 "지금 드는 생각은, 음악은 '뽐내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오로지 내 몸으로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게 노래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킬 적인 점보다는 해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곡을 어떻게 해석해서 전달해야 할까…. 저만의 감성과 보이스를 세분화하는 거죠. 그래서 더 설레고, 떨려요."
이승기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도, 보컬리스트를 꿈꾼다. "제 욕심이지만, '이승기 진짜 보컬리스트구나' 하는 칭찬을 듣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어 "가수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라고 하지 않나. 거기에 '이'(이승기)를 추가하고 싶다. '김나박이이'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이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끈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음악, 좋은 목소리로 여러분께 감동을 드리겠습니다."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