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송수민기자] 그는 이미, 좋은 배우다.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그는 '작은' 걸음걸이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어떤 미소를 지을까?"

심지어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택한 차기작은 연극.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 또는 각오였다. 

"갑자기 찾아온 인기에요. 자만할 수도 있습니다. 중심을 잃고 싶진 않아요.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무대로 갑니다. 연극은 저의 시작과 끝이죠."

배우 김선호의 이야기다.

◆ "그저, 연기가 좋아서 '스타트'했다"

처음엔 그저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김선호의 데뷔작은 지난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 이후 '옥탑방 고양이', '연애의 목적', '클로저' 등으로 탄탄히 내공을 쌓았다.  

그 경험은 김선호에게 귀중한 자양분이 됐다. 지난 2017년에는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KBS-2TV '김과장' 출연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나갔다.

'최강 배달꾼'(2017), '백일의 낭군님'(2018), '유령을 잡아라'(2019) 등을 거치며 천천히 브라운관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연극을 하면서 오랜 시간 충분히 대본을 보고 분석하는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반드시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작품을 선택하는 나름의 기준도 생겼다. "배역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를 보려고 노력한다"며 "제가 이 작품을 막힘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 "드라마 3년차, '스타트업'을 만났다"  

그렇게, 올해 '스타트업'의 한지평을 만났다. 지평은 남도산(남주혁 분)과 서달미(배수지 분)의 카리스마 멘토. 달미의 키다리 아저씨로, 짝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평소 박혜련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오충환PD님 작품들도 너무 재밌게 봤어요. 대본을 보니 글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게 감사하죠." 

출연이 결정된 후, 김선호는 대본 탐독에 들어갔다. 캐릭터에 '빙의' 하는 작업을 거쳤다. 한지평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 모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어떻게 말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런 부분들을 고민했습니다."

디테일도 신경썼다. 스타일링은 기본, 세세한 동작에도 포인트를 줬다. "지평이 할 법한 제스처를 연구했다"며 "지평이라면 이 때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원덕(김해숙 분), 달미, 도산 등 인물에 따라 지평이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그런 부분들도 열심히 생각했죠. 그렇게 지평이를 만들어나간 것 같습니다." 

◆ "지평이는, 제게 꿈 같은 캐릭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록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거두진 못했지만, 화제성만큼은 하늘을 찔렀다. 특히, 김선호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한지평은 정말 꿈같은 캐릭터예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캐릭터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청춘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는 점도 뜻깊다. 김선호는 "누구에게나 서툴지만 열정적인 20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신 역시 그랬다는 것. 

"저 역시 (스타트업의 주인공들처럼) 20대에 연기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맨 몸으로 부딪혔습니다. 그러다보니 불행보다는 늘, 소소한 행복이 하나씩 찾아온 게 아닐까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배우로서의 성장 아닐까. 그는 수지, 남주혁, 강한나 등에게 공을 돌렸다. 동료들의 연기를 보며,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되짚었다. 

"수지는 집중력이 뛰어나고 차분했습니다. 남주혁은 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센스들을 보여줬죠. 강한나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늘 신중하게 고민해요. 모두 제가 배울 점이라 생각합니다." 

◆ "김선호의 꿈은, 좋은 배우가 되는 것" 

연기 인생 12년차. 김선호는 그동안 누구보다 차분하고 성실하게 달려왔다. 종영 인터뷰에서도 연기에 대한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게 연기란, 삶의 일부분이랄까요. 어떨 땐 친구도 됐다가, 적군도 됐다가, 사랑하는 존재도 된다고 느껴요. 또, 늘 제 옆에 있는 큰 숙제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택한 차기작이, 바로 연극 '얼음'이다. '스타트업'의 축배를 드는 게 아니라, 다시 연기를 공부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제가 연기적으로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얼음'을 연습하고 있는데,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죠." 

그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김선호는 "다음에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이는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목표"라고 말했다. 

"좋은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면도 잘 갖춰져야 하죠.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해서,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