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칸(프랑스) | 특별취재팀] 레드카펫에서는 '도칸녀'였습니다. 도도한 칸의 미녀였죠. 칸에 첫 발을 내딪는 순간에는 귀요미였습니다. 깜찍 발랄 그 자체였죠. 인터뷰 때는 달랐습니다. 자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말할 때는 고민에 빠진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배우는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눈빛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입꼬리로 감정을 전달하죠.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전지현은 배우였습니다. 다채로운 표정의 소유자였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내뿜었습니다.
덕분에 전지현의 매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죠. 때로는 도도하게, 때로는 깜찍하게, 또 다른 때는 청순하게 변했거든요. 칸을 빛냈던 전지현의 표정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전지현의 첫번째 표정. 도도입니다. 레드카펫에 올랐을 때죠. 수 천명의 취재진과 팬들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더군요. 오히려 도도한 눈빛으로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습니다. 입꼬리는 할짝 올라가 있었고요. 그가 칸의 여신이 된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도도했던 전지현이 귀요미로 변했습니다.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 직후였는데요. 강렬한 칸 햇살에 눈을 찡긋하더군요. 마치 윙크를 하는 듯 하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는 것을 눈치챈 후에는 민망한지 살짝 웃어 넘겼습니다.
사실 가장 다채로운 표정을 보인 순간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였습니다. 포토타임이 시작되자 전지현은 새초롬한 소녀가 돼 있었습니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입술을 살짝 뗀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전지현의 전매특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청순미를 뽐낸 건데요. 오똑한 콧날이 가장 잘 돋보이는 포즈를 취했습니다. 여기에 살며시 눈웃음과 미소를 지었죠. 마지막 하이라이트. 긴 생머리를 휘날려 청순미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전지현도 긴장할 때가 있더군요. 인터뷰를 끝낸 후 포토타임이 시작될 때였습니다.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쑥쓰러워했습니다. 살짝 어색해하는 표정이죠? 평소 전지현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네요.
고민에 빠진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둘러 싼 오해에 대해 말을 할 때였습니다.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한다, 외국 작품만 선호한다 등….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전지현은 깊이 고민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입술을 굳게 다문 모습이 눈에 띄네요.
<칸영화제 특별취재팀>
글=임근호·송은주·서보현기자
사진=김용덕·이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