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방송된 SBS-TV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2초 속 마지막 퍼즐 - 95억 보험 살인 진실공방> 편이 방송됐습니다.

우선 해당 사건을 간단 요약해볼까요? 지난 2014년 8월 40대 김모씨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교통사고를 냅니다. 갓길에 서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죠.

당시 김씨의 옆에는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 A씨가 있었는데요. 당시 그녀의 뱃속엔 7개월 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 모두 그 자리에서 사망 처리됐죠.

하지만 남편은 달랐습니다. 당일날 퇴원할 정도로 매우 경미한 타박상 정도에 그쳤는데요. 이런 극단적인 사고, 과연 우연일까요?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졸음 운전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사고 전날 추석 장사를 대비해 물건을 사러가기 위해 운전을 했고, 피로가 밀려와 잠시 졸았다는 것인데요.

현재 부모와 함께 사는 김씨는 제작진과 만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내가 죽으려고 정말 몇 번이나 망설였다"며 자신은 억울하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경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CCTV 속 김씨의 차는 전형적인 졸음운전 경로와는 달랐기 때문이죠. 트럭과 충돌하기 전 차량 전조등이 환해지고요. 핸들도 두 번이나 바꾸며 방향을 조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봤습니다. "김씨는 추돌 전 상향등을 켜고 2.2초 전 미세한 핸들 조작을 연속으로 했다"며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보험이었습니다. 경찰은 아내 A씨가 사망 직전 11곳의 보험사에 총 26건의 생명보험이 가입됐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녀는 한국에 온 지 5개월 후부터 매년 적게는 2개, 많게는 9개씩 보험에 들었습니다. 총 실수액은 95억원인데요. 그 중에는 면허가 없는 아내에겐 필요 없는 교통 사망 관련 보험도 눈에 들어옵니다.

경찰은 김씨의 차 안에서 혈흔이 묻은 이불을 찾았고요. A씨의 몸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을 검출합니다. 모든 정황이 의심스러웠죠. 결국 남편은 살인으로 구속됩니다.

법원과 경찰은 그의 죄를 가려내기 위해 오랫동안 진실공방을 펼쳤는데요.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무기징역, 그리고 지난 5월 3심에서는 무죄취지로 인한 파기 환송이 나왔습니다.

이런 판결이 나온 이유는 뭘까요? 바로 증거 불충분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알' 제작진들이 밝혀낸 사실들만 봐도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는데요.

첫번째는 A씨의 시신입니다. 당시 구조작업을 했던 응급구조사는 그녀의 시신을 또렷이 기억했습니다. "사망해도 당장 체내에는 산소가 남아있어 맥이 잡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분은 아예 뛰지도 않고 차갑기만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시신의 상태도 매우 깨끗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 시신은 대부분 최소 멍이나 골절의 상태가 보여야 하는데요. A씨는 흔한 타박상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법의학자는 "심장이 10분 동안 멈췄다고 해도 산소포화도가 0까지는 나오지 않는다"며 "시반을 봤을 때도 아내의 시신은 최소 사망 후 4시간 뒤 모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사건 사진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30분 뒤 촬영된 것입니다.

A씨의 몸에서 발견된 수면유도제도 이상합니다. A씨의 친구들은 그녀가 과거 유산 경험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들은 "유산 이후에는 좋은 약도 먹지 않으려고 했다"며 "사고 당시에 스스로 약을 먹었을 리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남편 김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A씨가 화장하는 날 김씨를 봤는데 밥을 상당히 맛있게 먹고 있었다"고 증언했죠.

A씨는 또 평소 차를 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가 점점 불러왔기 때문에 차에 타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보험을 처리했던 보험설계사도 그녀의 의미심장한 질문을 기억했습니다. "그녀는 한국말은 잘 못했지만 언젠가 '오빠 나 죽으면 보험금 많이 타려고 해?'라고 이야기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사고 이후 김씨는 검찰 심리분석관에게 성격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분석관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말해도 정작 눈물은 나지 않고 우는 시늉을 했다", "성격 판단 결과 보통 사람들보다 유의미하게 즐거운 상태였다"고 증언했습니다.

A씨 앞으로 한 달에 지출된 보험료만 해도 426만원. 하지만 남편 측은 보험을 노린 살인이라는 것에 대해선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김씨의 어머니는 "며느리가 원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현재 보험사들은 억대의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김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험회사에서는 사망 시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얼마인지 표시하게끔 시스템이 바뀌었다"며 "불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남편 김씨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보험사를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민사와 형사를 동시에 진행 중인데요. 그의 뒤에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서 있습니다.

A씨의 친정은 현재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그저 "대한민국 법원을 믿고 기다리겠다", "손녀가 보고싶다"는 말 뿐입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그저 그 말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진출처=SBS-TV '그것이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