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민경빈기자] 의정부고등학교의 기발한 졸업사진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학교 측은 취재 원천 차단은 물론, 학생들의 SNS 업로드까지 모두 금지했다.

의정부고는 10일 오전 3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졸업사진 촬영을 실시했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매년 참신한 패러디를 선보여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우선 학교 측은 취재진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교문을 걸어잠그고 경비를 강화했다.

학생들에게는 SNS 금지령도 내렸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모두 수거해갔다"며 "블로그나 개인 SNS에 올리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의정부고는 시사 패러디를 문제삼았다. 또 다른 학생은 "올해는 최순실 등 정치적 이슈가 많지 않았느냐"며 "학교로 항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모양이더라"고 전했다.

심지어 학생들의 촬영 콘셉트도 사전 검열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학생은 "어떤 것을 패러디할지 미리 콘셉트를 적어내야 했다"며 "다들 학교의 심의를 받아 의상을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다만 멀리서나마 학생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트와이스' 다현의 시구를 패러디한 학생이 보였다. 평창 마스코트로 변신한 학생도 있었다. 신랑 신부 복장도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은 학창시절 마지막 추억이다. 특히 의정부고의 경우 재기발랄한 패러디로 큰 관심을 받는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보면 한 해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전통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어른들의 사전 검열 및 소통 통제 탓이다. 학교 측은 이유를 묻자 "대답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