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고교생들 직접 도안·제작…900만원 나눔의집 후원

(광주=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한무리의 고등학생들이 찾아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생활관에 들어선 남녀 학생들은 작은 배지를 할머니들에게 일일이 달아주고는 봉투 하나도 건넸다.

이들 일행은 강원도 철원고 역사동아리 '집현전'과 철원여고 역사동아리 '옹고지신' 소속 학생 13명과 김정한 지도교사였다.

자비로 25인승 전세버스를 빌려 멀리 강원도에서 찾아온 학생들은 일제 만행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직접 '위안부' 배지를 제작하고 판매해 남은 수익금 900만원을 피해 할머니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배지 제작은 철원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철원여고 학생들이 도안을 맡았다.

단발머리 소녀가 가슴에 파란색 물망초 꽃을 달고 있는 옆 모습을 형상화했다. 물망초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다.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고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오래 기억하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한다.

집현전 동아리는 지난해 2학기 때 실리콘으로 만든 '위안부' 팔찌를 구매해 판매하고 나서 아예 배지 직접 제작·판매에 도전했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애초 100∼200개만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개인과 단체 주문이 이어졌다.

부족한 제작비는 선입금을 받아 해결하는 방식으로 8천개 정도를 팔았다고 한다.

철원고 이찬희(3년) 군은 "애초 철원지역에서만 판매할 생각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학생들은 3시간 반 동안 머물러 '위안부' 역사관을 둘러보고 피해 할머니의 육성 증언도 들었다.

14살 때 중국으로 끌려가 58년 만에 귀국해 어렵게 국적을 회복한 이옥선(90) 할머니의 한 맺힌 회고담을 들을 때는 여학생들도 울먹였다.

철원여고 함소진(3년) 양은 "평소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우리 역사 중 가장 아프다고 할 수 있는 일제 강점기는 어렵다고 취급해 힘들어했다"며 "만나본 할머님들은 여전히 활짝 핀 꽃이셨고 석양빛에 보이는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노을이셨다"고 느낌을 전했다.

철원고 박상원(3년) 군은 "할머님들이 겪은 역사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바라며 더 알리고 행동할 것을 다짐한다. 새 정부가 상처받은 역사를 어루만져주길 바라며…"라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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