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사람들이 '실험용 동물'에 대해 어렴풋이만 알고 있을 겁니다. 사람이 먹는 약의 실험 대상이 된다는, 그런 정도일테죠.

그런데 혹시, 실험용 개의 94%가 비글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또, 실험이 모두 끝나면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건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한 비글 가온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따뜻한 가정에 입양된 유기견 가온이. 녀석은 좀처럼 케이지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많이 긴장한 탓에 침까지 흘리고, 꼬리는 안으로 잔뜩 말렸습니다.

가까스로 보호자가 가온이를 끌어냈는데요.

하지만 가온이는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밤새도록 배변판 위에 올라앉아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며칠째 대소변도 보지 않았고요. 너무 목이 말라 잠시 물을 마시러 갔다가도, 헐레벌떡 제 자리로 돌아와 다시 웅크리고 있었죠.

비글은 3대 악마견이라는데, 도대체 가온이는 왜 그러는 걸까요.

여기는 논산의 한 쉼터입니다. 가온이가 입양되기 전 머물렀던 곳이죠. 전국 각자에서 안락사 당할 위기에 놓인 비글들을 구출해 보호하는 장소입니다.

알고보니 가온이는, 모 지방대학교 실험실에서 구조된 아이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연구실에 있었고, 5년 간 모견으로서 실험견을 계속해서 생산해냈습니다.

새끼를 낳자마자 차디찬 실험실로 보내야 했고요. 생산 능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의약 실험용으로 살았습니다. 안락사 직전 간신히 구출이 됐고요.

실제로 동물 실험에 사용되는 견종 중 94%가 비글이라고 합니다. 매일 사료에 농약을 섞어 독성을 실험하기도 하고요.

소화제 등 신약 제품이나 화학제품 유해성 실험에도 사용됩니다. 척추수술, 임플란트 시술까지 이용이 되죠.  

도대체 왜 하필 비글일까요. 전문가들은 "비글이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에게 반항하지 않는 견종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학대를 당하거나 실험을 당해도 원망하지 않고 꼬리를 치며 반기죠. 다시 말해 비글은 온순하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실험이 끝나면, 법률에 규정된 대로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가온이 역시 그러한 삶을 살다, 벼랑 끝에서 간신히 구조된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온이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요? 보호자는 가온이를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건강 검진을 위해서였습니다.

가온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침을 흘렸고, 건강 검진을 할 때는 전혀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복종은 가온이에게 익숙한 것이니까요.

초음파 검사에도 깜짝 놀랐지만, 체념하고 맙니다.

주삿바늘도 참기만 합니다. 그리고 가온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힙니다. 다행히 빈혈이 조금 있는 것 빼고는 건강이 양호하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가온이의 행복을 위해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 훈련사가 나섰습니다. 그는 가온이가 케이지에서 나오지 못한 이유를 "실험실 때의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온이에게 유일하게 안전한 곳은, 케이지였을 겁니다. 사람이 등장하고, 케이지에서 꺼내지면, 곧바로 실험을 당했을 테니까요. 그러니 사람의 손길도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가온이에게 필요한 건, 나쁜 경험을 좋은 경험으로 바꿔주는 겁니다.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또 보호자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줘야겠죠.

강 훈련사의 솔루션은 '간식'입니다. 보호자가 "여기"라는 말을 하면서 간식을 바닥에 주고, 조금씩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집안 구석구석 간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집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는 겁니다.

그렇게 가온이는 산책도 나갔고요.

냄새를 맡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됐습니다.

보호자가 일주일 후 달라진 가온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내왔는데요. 비글의 발랄한 습성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사람을 좋아해서 실험견으로 사용되는 비글. 이제 비글에게 "착하면 당한다"가 아닌, "착하면 예쁨받는다"를 알려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