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올해 직장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잘 반영한 신조어로 '월급 로그아웃'이 선정됐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과 세금 등으로 곧장 빠져나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대표이사 윤병준)는 직장인 1천51명을 상대로 '올해 직장생활을 가장 잘 반영한 신조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월급 로그아웃이 가장 많은 28.9%(복수응답)의 지지를 얻었다고 21일 밝혔다.

2위는 직장생활을 시집살이에 빗대 상사·선배·동기들의 등쌀에 시달리는 고충을 뜻하는 '직장살이'(22.0%)가 선정됐다. 3위는 조기퇴직 뒤 다시 새 일자리를 찾는 세대를 가리키는 '반퇴 세대'(20.8%)가 차지했다.

4위는 카카오톡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지시가 가능해지며 생겨난 신조어인 '메신저 감옥'(20.7%)이었고, 5위는 야근할 일이 많아지면서 저녁이 없어진 직장인들의 삶을 표현한 '야근각'(19.5%)이었다.

'○○각'이란 '…할 상황이다'란 뜻의 신조어다.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프다는 뜻의 '쉼포족'(18.7%), '일하기 싫어증(症)'을 변용한 '실어증'(18.6%), 시간에 쫓기는 삶을 뜻하는 '타임푸어'(11.1%),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혼밥족'(9.5%), 회사가 사육하는 동물이란 의미의 '사축'(9.3%)도 올해의 신조어 10위에 들었다.

변지성 잡코리아 팀장은 "직장인 신조어는 성별·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여성 직장인들은 혼자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워킹맘을 뜻하는 '육아독립군'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또 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반퇴세대를 선택한 응답이 가장 높았다고 덧붙였다.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정리해 이날 발표한 '올해 직장인들이 많이 공감한 직장생활 신조어'에도 비슷한 흐름과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사람인은 올해 직장인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산 신조어로 '사축'을 꼽았다. 또 야근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야근러',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휴가를 내고도 출근하는 세태인 '출근휴가', '쉼포족' 등도 공감 신조어로 꼽혔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적당히 벌면서 삶의 질을 높이자는 풍조도 생겨났다. 일(워크)과 생활(라이프) 사이의 균형(밸런스), 즉 기업의 '워라밸'을 따져보고 입사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조기 퇴직 후 새 일자리를 찾는 '반퇴 세대'들이 반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반퇴 자산',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을 빙하의 깊은 균열에 빗댄 '퇴직 크레바스'도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였다.

직장생활을 힘들게 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상사를 둘러싼 신조어들도 많았다.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은 꼭 한 명씩 있다는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진상 불변의 법칙), 필요 이상으로 자주 회의를 소집하는 '회의주의자', 젊은 직원과 세대 차를 좁히겠다며 어설픈 유머를 던지는 '아재 상사' 등이 그것이다.

'나 홀로족'의 확산과 관련된 신조어도 있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하는 '워런치(워킹+런치)족', 점심 시간에 쇼핑하는 '런치쇼핑족',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도(편의점 도시락)족' 등이 해당된다.

맞벌이 가정과 여성 직장인에 관한 신조어들도 눈길을 끈다. 주변 도움 없이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경우 '독박을 쓰다'란 표현을 빌려 '독박육아'라고 부른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육아를 대신하면서 아빠·엄마 노릇을 하는 '할빠·할마'들이 늘고 있고, 이들이 손주를 위해 고가의 의류·장난감 등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것을 일컬어 '할류 열풍'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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