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조·특검' 쓰나미에 속수무책…종일 내부회의만 진행

朴대통령, 일주일째 사표반려도 못해…靑, 개헌동력 상실도 인정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최순실 사태로 퇴진 압력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탄핵과 특검, 국정조사의 쓰나미가 한 번에 몰려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한 채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매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과 맞물려 국회의 탄핵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고 특검과 국조 일정도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온종일 내부회의만 진행하면서 별다른 대응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후 이날까지 40일째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 등 국정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외교·안보·경제현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회의를 통해 발신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로우키 국정'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탄핵 전에 입장을 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탄핵안 발의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 진솔하게 다시 한 번 사과하면서 탄핵 사유에 대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도 이런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내부회의를 계속 열고 메시지 내용과 형식, 시기 등에 대한 의견을 계속 조율하는 한편 박 대통령과도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의 종일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여기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나왔으나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등의 이유로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1·2차 대국민사과가 진정성 면에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 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메시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참모는 28일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지만 특별하게 진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면 조사를 압박하는 검찰발로 '피의자 박 대통령'의 혐의 내용이 계속 보도되고 있지만 이에 즉각 대응하는 박 대통령 변호인의 목소리도 찾기 힘든 상태다.

정국 상황은 물론 검찰 수사에조차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탄핵 등 정무 현안 대응에 몰입하면서 정책 현안은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무·홍보·민정수석 등이 수시로 회의를 열어 탄핵정국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 등 정책라인은 이 회의에 고정멤버로 참여하지 못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 정책 대응에서 누수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교과서 반기에 청와대가 지난 주말 제동을 걸었지만, 탄핵에 직면한 박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방침을 끝까지 관철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사정라인 수뇌부 사표 문제도 정리가 안 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최재경 민정수석은 22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까지 반려할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김 장관이 사의 의사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사표 반려 여부 자체를 보류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나아가 정치권 일부에서는 국가 과제인 개헌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실상 정부 주도의 개헌추진 동력 상실을 인정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이후 정부 내 개헌추진 움직임에 대해 "지금 추진되는 게 있겠는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solec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