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분장에서 'ㅂㄱㅎ' 두더지 게임까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5주째 열린 26일 서울 도심 촛불집회는 풍자와 패러디가 넘치는 시민 축제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발한 깃발과 손 피켓 등을 통해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풍자하거나 그들의 발언을 패러디해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될 수 있는 집회 분위기를 밝게 했다.

'박근혜하야 새누리해체 예술행동단 맞짱' 소속 배우 김한봉희(34)씨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얹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최씨 모습을 연출, 집회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 옆으로는 박 대통령 가면을 쓴 채 포승줄에 묶인 사람도 함께했다.

그는 "시민 반응이 갈수록 열광적이다"라며 "농담으로 '그만하고 내려와라', '때리고 싶다'는 말을 하는 시민도 있다"며 웃었다.

서울대생 김모(20)씨 등 3명도 박 대통령 가면을 쓴 채 포승줄로 손목을 묶고 철창 모양의 종이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 현장을 돌아다녔다.

'박근혜 체포단'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명백한 범죄자인 박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말(馬)머리 가면을 뒤집어쓴 공연기획사 '최게바라' 직원은 자신의 몸에 '유라꺼'라는 종이를 붙이고서 '1588-순실순실 OK! 대리연설'이라는 대리운전 광고물 패러디 피켓을 들었다.

광화문광장 중앙광장에는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붙인 펀치 게임기와,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당시 로고인 'ㅂㄱㅎ'와 '새누리당', '미르재단', '검찰', '대한민국 정부', '삼성' 로고가 적힌 종이를 붙인 두더지 게임기도 등장했다.

주최 측이 무료로 운영한 이들 게임기는 특히 부모와 함께 집회 현장에 나온 어린이 참가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성균관대 학생 정지우(21)씨는 박 대통령의 가상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출력해왔다.

LED 대형 촛불도 직접 제작해 가지고 온 정씨는 "대통령 지지율이 4%라는데 수능에서 9등급도 4%다"라며 "그래서 대통령 국정수행능력도 지표로 만들어봤다"고 했다.

대학생 서모씨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말을 타고 있는 사진에 말머리모양 가면을 부착한 대형 피켓을 제작해왔다. 서씨는 "정씨가 부정 입학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만들었다"며 "웃기게 하여서 10대와 20대가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들고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대형 고래 모양의 풍선을 제작해 비행선처럼 하늘에 띄웠다. 이 고래 등 위에는 노란색 종이배 한 척과 아이들처럼 보이는 조형물들이 붙어 있었다.

뒤로는 세월호 리본을 매단 채 가면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걷는 세월호 가면 행진도 이어졌다.

1∼4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깃발도 많았다. 청와대가 예산으로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를 대량으로 산 것을 비꼬아 푸른색 마름모꼴 알약 모양을 그려 넣고 '나만 비아그라 없어' '하야하그라' 등이라고 쓴 깃발이 여럿 등장했다.

이들 깃발 중 하나에는 '고산병 예방약으로 샀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의식한 듯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라는 단체 이름도 적혔다.

박 대통령의 이름을 빗대 만든 '퇴근혜' 깃발과 결혼정보업체 이름을 패러디한 듯한 '하야해 듀오'가 눈길을 끌었고 '얼룩말연구회'·'범야옹연대' 등 기존 집회에 나왔던 깃발도 눈에 띄었다.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의 호그라이더를 패러디해 돼지 얼굴에 박 대통령을 그려 넣고 그 위에 최씨가 올라탄 모양의 깃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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