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코너 맥그리거(28, 아일랜드)가 UFC 역사상 최초로 두 체급 동시 챔피언에 올랐다. 페더급 챔피언벨트에 이어 라이트급 챔피언벨트까지 어깨에 둘렀다.

맥그리거는 13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205 메인이벤트에서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32, 미국)를 2라운드 3분 4초에 펀치 파운딩 TKO로 꺾었다.

맥그리거의 압도적인 경기였다. 거리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맥그리거는 알바레즈의 태클을 손쉽게 방어했고, 알바레즈가 펀치를 휘두르며 접근하면 어김없이 왼손 카운터펀치를 맞혔다.

맥그리거는 1라운드 왼손 카운터펀치 두 방으로 알바레즈를 쓰러뜨렸다. 알바레즈가 정신을 차리고 얼른 일어났지만, 여기서부터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1라운드에만 두 차례 벌러덩 넘어간 알바레즈는 태클을 섞었다. 그러나 맥그리거의 중심이 좋아 넘어뜨리지 못했다. 알바레즈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라운드 결정적인 카운터펀치가 터졌다. 맥그리거는 알바레즈가 거리를 좁히며 들어오자 펀치 4연타를 얼굴에 터트렸다. 맥그리거는 충격으로 쓰러진 알바레즈에게 차분하게 파운딩 펀치를 꽂아 승패를 결정지었다.

UFC 역사에서 두 체급 챔피언은 BJ 펜(라이트급·웰터급)과 랜디 커투어(라이트헤비급·헤비급)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 체급 정상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 맥그리거는 자신의 공언대로 새 역사를 썼다.

맥그리거는 지난 8월 UFC 202에서 네이트 디아즈와 웰터급으로 싸워 이겼다. 이번엔 UFC 라이트급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통산 21승 3패.

지난 7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꺾고 챔피언벨트를 품에 안은 알바레즈는 첫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UFC 3연승이 끊겼다. 통산 28승 5패가 됐다.

맥그리거는 승리 후 "내 두 번째 챔피언벨트는 어디 있는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우는 아이에게 떡 주는 듯 벨트를 가져다주니 환하게 웃었다.

"어떤 벨트를 반납할 것인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넘어갔다. "나보다 크거나 길지 않은 선수는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 타이론 우들리와 스티븐 톰슨, 무승부…2차전 가나?

언더독으로 평가 받은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34, 미국)는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그런데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도전자 스티븐 톰슨(33, 미국)과 비겼다. 5라운드 종료 후 판정은 1-0(47-47,47-47,48-47).

우들리가 1, 4라운드를 확실히 가져갔다. 4라운드는 톰슨에게 다운을 얻어 10-8을 받을 수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 톰슨은 근소하게 2, 3, 5라운드를 앞선 듯했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우들리는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톰슨의 공격을 기다렸다. 작전대로 톰슨이 킥을 찰 때 다리를 잡아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톱 포지션에서 날카로운 팔꿈치를 안면에 떨어뜨렸고 옆구리도 두들겼다.

우들리는 타격 정면 승부를 펼칠 생각이 없었다. 카운터펀치를 장전하고 있었다. 톰슨이 거리를 좁히면 클린치 레슬링 싸움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2, 3라운드에는 공격 적극성이 떨어져 보였다.

우들리는 4라운드 톰슨의 안면에 오른손 펀치를 터트려 기회를 잡았다. 펀치 추가타를 넣고 길로틴 초크로 톰슨의 목을 압박했다. 톰슨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통에도 탭을 치지 않고 결국 목을 빼냈다.

5라운드 톰슨이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펀치를 뻗고 킥을 했다. 그러나 3명의 심판 가운데 2명이 47-47로 채점해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우들리는 톰슨과 비겨 둘의 재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들리의 전적은 16승 1무 3패가, 톰슨의 전적은 13승 1무 1패가 됐다.

경기가 끝나고 판정 결과가 수정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1-0이 나왔는데 우들리의 판정승이 된 것. 링 아나운서 브루스 버퍼는 곧 무승부로 바꿔 발표했다. UFC 등 여러 종합격투기 대회에선 3명의 심판 가운데 2명에게 승리 채점을 받아야 판정승할 수 있다.

■ 폴란드 vs 폴란드…요안나 예드제칙, 타이틀 4차 방어

요안나 예드제칙(29, 폴란드)은 12승 무패의 세계 최강자다. 타격이 날카롭고 매섭다. 체력도 '에너자이저' 급이다.

예드제칙이 펀치와 킥 콤비네이션을 뿜는 폭격기라면 도전자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31, 폴란드)는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는 탱크였다. 예드제칙의 타격 소나기에도 코발키에비츠는 전진했다.

전체적으로 예드제칙이 한 수 위였다. 코발키에비츠가 진흙탕 싸움으로 가기 위해 클린치를 잡았지만, 예드제칙의 대응이 좋았다. 레슬링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 경기에 앞서 종합격투기 명문 아메리칸 탑팀에서 훈련한 성과가 나왔다.

예드제칙은 코발키에비츠가 자신의 거리로 들어오면 펀치를 세 방 이상 쏟아 냈다. 로킥으로 콤비네이션을 마무리했다.

코발키에비츠가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2012년, 예드제칙은 이미 세계 최정상급 무에타이 타격가였다. 4년 동안 노력해 롤모델에게 다가간 코발키에비츠는 4라운드에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예드제칙이 오른손 팔꿈치를 휘두를 때, 오른손 카운터펀치를 터트렸다. 예드제칙은 충격에 비틀거렸다.

하지만 무에타이 전적까지 치면 약 100경기를 치른 예드제칙은 위기를 빠져나오는 법을 알았다. 클린치에서 충격을 회복하고 다시 타격 연타로 코발키에비츠의 기세를 살려 놓지 않았다.

예드제칙의 3-0(49-46,49-46,49-46) 판정승. 예드제칙은 13연승을 달렸고 타이틀 4차 방어에 성공했다.

예드제칙은 앞선 인터뷰에서 "내년 3경기를 뛰고 싶다. 한두 경기를 마치고 플라이급으로 싸우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무패 챔피언으로 은퇴하고 엄마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코발키에비츠는 10연승 뒤 첫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하지만 "좋은 경기를 펼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악몽으로 끝난 와이드먼의 꿈…로메로의 동물적인 탄력

UFC 미들급 랭킹 2위 크리스 와이드먼(32, 미국)은 뉴욕 출신이다. 뉴욕주가 종합격투기 대회 개최 금지법을 풀도록 UFC와 함께 노력해 왔다.

드디어 꿈을 이뤘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처음 열리는 UFC 대회에서 홈 관중 앞에 섰다. 랭킹 4위 요엘 로메로(39, 쿠바)와 만났다.

그러나 와이드먼의 꿈은 악몽으로 끝났다. 3라운드 24초에 로메로의 니킥을 맞고 TKO패 했다. 지난해 12월 루크 락홀드에게 지고 타이틀을 빼앗긴 뒤 복귀전에서 생애 첫 연패에 빠졌다.

와이드먼은 마치 페더급 프랭키 에드가처럼 스텝을 밟으며 로킥과 미들킥을 찼다. 마크 헨리 타격 코치, 사돈지간인 웰터급 스티븐 톰슨과 함께하면서 달라진 점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85kg급 은메달리스트 로메로에게 원 레그 테이크다운을 시도해 중심을 흔들었다. 로메로를 오래 눌러 놓지 못했지만 넘어뜨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로메로는 동물적인 신체 능력의 주인공. 3라운드 예상 외의 한 방이 나왔다. 와이드먼에게 태클을 치려고 하다가 와이드먼이 하체를 뒤로 빼는 스프롤 동작으로 방어하려고 하자 고무공처럼 튀어올라 플라잉 니를 날렸다.

와이드먼은 충격에 쓰러졌고 파운딩 연타를 내리치자 심판이 경기를 멈췄다.

로메로는 UFC 8연승(13승 1패)을 달리며 타이틀 도전권에 가까이 다가갔다.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이 관중석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자 "난 널 사랑한다. 내가 진짜 챔피언"이라고 외치면 신경전을 벌였다.

2패(13승)를 기록한 와이드먼은 고개를 숙였다. 고향 팬들 앞이라 더 뼈아팠다.

■ 6개월 전엔 챔피언이었는데…미샤 테이트 연패 늪

미샤 테이트(30, 미국)는 지난 3월 홀리 홈을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잡고 여성 밴텀급 챔피언벨트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꽤 오래 정상에 서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통과점이라고 여겼던 아만다 누네스에게 지난 7월 처참하게 맞다가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졌다. 누네스의 길고 날카로운 스트레이트에 속수무책이었다.

라켈 페닝턴(28, 미국)의 왼손 잽도 그만큼 날카로웠다. 테이트는 페닝턴의 타격을 너무 많이 허용했다. 코가 퉁퉁 부었다.

레슬링 싸움에서도 쉽지 않았다. 1라운드 페닝턴의 길로틴 초크에 걸려 위기를 맞기도 했다.

3라운드 선택한 작전은 스스로 가드 포지션을 잡아 그라운드 게임으로 페닝턴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암바, 트라이앵글 초크, 힐훅이 실패했다.

결국 페닝턴의 3라운드 종료 3-0(29-28,30-27,30-27) 판정승.

페닝턴은 2013년 TUF 18 참가자였다. 그때 코치가 테이트였다. 페닝턴은 3년 만에 적으로 만난 스승 테이트를 꺾고 일취월장한 실력을 자랑했다. 랭킹 1위인 대어를 잡고 9번째 승리(5패)를 차지했다.

테이트는 연패에 빠졌다. 7번째 패배(18승). 올해 초만 해도 구름 위를 걸었으나 올해 말 늪에 빠졌다. 그는 경기 후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 UFC 205 경기 결과

[라이트급 타이틀전] 에디 알바레즈 vs 코너 맥그리거

코너 맥그리거 2R 3분 4초 펀치-파운딩 TKO승

[웰터급 타이틀전] 타이론 우들리 vs 스티븐 톰슨

5R 종료 1-0 무승부 (우들리 47-47,47-47,48-47)

[여성 스트로급 타이틀전] 요안나 예드제칙 vs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

요안나 예드제칙 5R 종료 3-0 판정승(49-46,49-46,49-46)

[미들급] 크리스 와이드먼 vs 요엘 로메로

요엘 로메로 3R 24초 플라잉 니킥-파운딩 TKO승

[여성 밴텀급] 미샤 테이트vs 라켈 페닝턴

라켈 페닝턴 3R 종료 3-0 판정승(29-28,30-27,30-27)

[페더급] 프랭키 에드가 vs 제레미 스티븐스

프랭키 에드가 3R 3-0 판정승(30-27,30-27,29-28)

[라이트급]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vs 마이클 존슨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3R 2분 31초 기무라 서브미션승

[미들급] 하파엘 나탈 vs 팀 보우치

팀 보우치 1R 3분 22초 펀치 TKO승

[웰터급] 비센테 루케 vs 벨랄 무하마드

비센테 루케 1R 1분 19초 펀치 KO승

[162.6kg 계약 체중] 짐 밀러vs 티아고 알베스

짐 밀러 3R 종료 3-0 판정승(30-27,29-28,30-27)

[여성 밴텀급] 리즈 카무치 vs 캐틀린 추가기언

리즈 카무치 3R 종료 2-1 판정승(28-29,29-28,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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